배경팔로우 토토 심리학
팔로우 토토이 출근해서 하루에 가장 많이 마주하는 건 뭘까요?
스마트폰?(이건 팔로우 토토 한정은 아니겠죠),상사 얼굴?(가능한 피해 다니잖아요), 창밖 회색 하늘? (블라인드에 가려 보이지도 않네요)
그건 아마, 모든 팔로우 토토의 애증의 물건—노트북 아닐까 싶요.일할 때 꼭 필요하면서도, 한편으론 오늘 고장 나서 업무 멈추길 내심 바라는 그 물건 말이에요. 우리는하루에도 수십 번 수백 번씩, 노트북을 열어 봅니다. 얘가 없으면 팔로우 토토의 하루는 성립되지 않아요. 만약 깜빡하고 집에 노트북을 놔두고 출근했다면? 지하철이던, 버스던, 택시던 간에 무조건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정신머리는 집에 놔두고 와도, 노트북만큼은 그럴 수 없어요. 팔로우 토토의 근무시간에는, 아마 노트북의 가치가 에르메스 백보다 비쌀지도 몰라요.
일하는 내내 끼고 살아야 되는 노트북. 비록 회사에서 지급된 똑같은 모델의 노트북이라 할지라도, 안을 열어보면 신기하게 다 다르더라고요. 회의 시간에 발표자는 각자 노트북을 꽂아 화면 공유를 하게 됩니다. 이 때는 다양한 일들이 벌어져요. 회사생활 만렙 찍으신 분들은, 발표 자료를 미리 준비해 놓고 HDMI 선만 꽂으면 바로 연결되게 해 놓죠. 군더더기 없이 PPT 화면만 나오게요.하지만 미팅 5분 전까지 자료를 수정하다 온, 바로 저 같은 팔로우 토토들은, 이게 참 힘들어요. 급하게 잡힌 미팅이라 준비할 시간도 별로 없었거든요. 화면 연결을 위해 선을 꽂으면, 발표자료가 아닌 컴퓨터 배경팔로우 토토부터 보입니다. 최종, 최최최최종, 진짜 찐 최종 등등의 다양한 버전의 PPT 파일명도 함께하지만요. 재미난 사실은, 이 배경팔로우 토토에 각자의 개성이 드러난다는 거예요. 저는 가끔 동료들의 배경팔로우 토토을 보며, 그 사람의 현재 심리 상태를 혼자 상상해보곤 해요.
18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며, 동료들의다양한 배경팔로우 토토을 접했어요.
가장 기본이자 대중적인 건, 역시 윈도 화면. 이걸 쓰시는 분들은 대부분 바탕화면에 큰 관심이 없거나, 너무 바빠 신경조차 쓰지 못하는 분들이에요. 노트북을 바꾸거나 업그레이드할 때만, 윈도 바탕화면이 살짝씩 바뀌죠. 윈 하지만 똑같은 윈도 화면이라도 바탕화면에 깔려 있는 파일과 폴더 구성은, 모두 달라요. 완벽주의자 분들은 보통 폴더에 숫자를 붙여, 칼같이5개 미만으로 깔끔하게 정리해 놓으시더라고요,반면어림짐작으로 100개나 되는 온갖 종류의 파일을 다 바탕팔로우 토토에 늘어놓아, 보는 사람조차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고요. 제발 하나라도 지워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하죠.
바탕팔로우 토토에 조금 신경을 쓰시는 분들은, 윈도 팔로우 토토을 거부하고 커스텀(custom)을 시작합니다.
방긋방긋 웃는 예쁜 아가의 사진, 단란해 보이는 가족여행 사진 등을 배경팔로우 토토으로 설정하시는 분들은, 가족과의 시간을 그리워하시는 분들이에요. 빨리 퇴근해서 가족과 더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을 담았달까요.시원한 폭포, 활짝 핀 벚꽃등의 자연이나 풍경으로배경팔로우 토토을 바꾸신 분들은,나는 사무실이 아니라 지금 제주도에 와있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있는 느낌입니다. 또 어떤 분들은 "수고했어, 오늘도"와같은, 자신에게 위안을 주는 단어를 크게 바탕화면에 써놓기도 해요. 힘든 팔로우 토토 생활에서 어떻게든 멘털을 부여잡고 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죠. 가끔은 바탕화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미소가 지어지는 경우도 있는데요. 바로 귀여운 캐릭터가 가득한 바탕화면입니다. 펭수나 카카오 프렌즈가 유행했을 때, 신입사원의 바탕화면에 떠있는 익살스러운 캐릭터 표정을 보고는 다 같이 웃었던 기억이 있네요.
얼마 전 회의 시간, 모니터로 연결된 동료 A의 바탕팔로우 토토을 보며 흠칫 놀랐어요.
그동안 웬만한 바탕화면은 다 봐왔다고 생각했는데 (우주 이미지, 퇴사하는 캐릭터 이미지 등), 제가 모르던 세계가 있더라고요. 아무 무늬 없는 초록색 바탕화면, 심지어 마우스 커서까지도 초록색 색깔이었어요. 4월의 신록 같은 밝고 산뜻한 초록이 아닌, 약간은 어두워 보이는 녹색이었어요. 그게 뭐 별거냐 싶겠지만, 저한테는 이 분 우울한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조금 다르게 느껴졌어요. 나중에 A에게 슬쩍 물어봤죠. 바탕화면의 의미가 있냐고. 알고 보니 이직하기 전 전 직장에서 일을 너무 많이 해서, 번아웃을 넘어 정신이 무너질 것 같았다네요. 노트북 화면만 봐도 토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대요. 그래서 자신에게 가장 안정적인 것이 무엇일까 고심하다가, 좋아하는 초록색을 배경팔로우 토토으로 깔았다고 하더라고요. 스트레스를 줄이려는 그의 노력에 응원을 보내는 한편, 아직 마음이 다 회복되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기도 했어요.
여러분의 배경팔로우 토토은 어떤가요?
상사한테 깨져서 억울하고 답답한데, 어디 풀 곳이 없다면, 딱 3분만 투자해 배경팔로우 토토을 바꿔보세요. 노트북이 나한테 말을 걸어줄 거예요. 괜찮다고. 지금 배경팔로우 토토에 보이는 알프스에 와있다고 생각하라고. 회사를 열심히 다니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썩 괜찮은 팔로우 토토이라고 말이에요.
PS. 데스크테리어로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이제 하드웨어가 점점 떨어져 가네요 ㅎㅎ 팔로우 토토 여러분의 잇템은 무엇인지 궁금해져요~ 추천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