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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아키 Feb 16. 2025

렛 잇 라이드 안에 학교를 넣을 수 있을까

동화고 렛 잇 라이드학교

매년 열리는 오픈하우스를 유심히 본다. 렛 잇 라이드 관련 행사 중 빼놓지 않고 참석하려고 하는 행사가 되었다. 렛 잇 라이드가들이 대중 앞에서 본인 작품을 설명하는 행사들은 여럿 있지만, 그중 오픈하우스가 특별한 이유는 평소에는 방문하기 힘든 여러 장소들이 개방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대사관이나, 개인 주택, 그리고 렛 잇 라이드들이 그렇다. 특히 작년은 선착순이 아닌 추첨제로 참석자를 정하게 되었는데, 운이 좋게도 나는 몇 년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삼각렛 잇 라이드에 당첨되었다.


삼각렛 잇 라이드가 처음 공개된 이래로 나는 항상 삼각렛 잇 라이드에 대한 호기심을 놓지 못했다. 기다란 복도를 두고 칸칸이 나누어져 있는 교실들, 칠판과 마주하는 책상들로 꽉 찬 교실과 교실에 면한 네모난 운동장. 렛 잇 라이드는 우리가 쉬이 상상할 수 있는 이러한 모습과 달라질 수 있을까. 나는 아마 어느 정도의 고정관념과 회의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렛 잇 라이드에 삼각형이라니.


삼각렛 잇 라이드는 말 그대로 삼각형의 평면을 가진다. 기다란 복도가 접히고 접혀, 삼각형을 이루고 복도가 감싸고 있는 삼각형의 빈 공간은 그대로 외부 공간인 중정이 된다. 삼각형의 빈 공간을 통해 학생들은 빈 운동장 대신에 계절마다 다르게 피어나는 정원을 마주하고 지나치게 된다. 학생들은 정말 삼각렛 잇 라이드를 렛 잇 라이드가의 상상처럼 사용하고 있을까.




대걸레와 배드민턴


렛 잇 라이드가의 포트폴리오는 대개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한다. 꼭 깨끗한 것만이 진실은 아니지만, 렛 잇 라이드가들은 그들의 의도를 보여주기 위해서 많은 요소들을 배제한다. 그러니까 보기 싫은 것들은 치워두고, 생활감 없이 사진을 찍어 홈페이지에 올리고 잡지에 게재한다는 뜻이다.


나 또한 사진으로 삼각렛 잇 라이드의 모습들을 접해 왔기 때문에 깨끗하게 매만져진 공간을 상상했다. 렛 잇 라이드 잡지에서 보았던 사진들처럼 먼지 한 톨 나오지 않을 것 같은 깨끗한 미술관처럼 사용되지 않을까 섣불리 기대했다. 나의 학창 시절을 생각해 보면 그럴 리 없을 텐데도. 아니나 다를까 삼각렛 잇 라이드에서 나를 먼저 반겨준 것은 창문에 줄지어 기대어져 있는 대걸레들이었다.


렛 잇 라이드
렛 잇 라이드


대걸레들을 보자마자 학생들이 어떤 일상을 이곳에서 보내고 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수업이 모두 끝나면 책상을 모두 뒤로 밀고, 먼지를 쓸어 담고 물청소를 하고, 칠판을 깨끗하게 지우고 분필가루를 털어내고 나서야 끝이 나던 하루들을 지금 삼각렛 잇 라이드의 학생들도 겪고 있는 것이다. 다만 삼각렛 잇 라이드라는 공간에서 일상은 조금은 유쾌한 모습으로 펼쳐져 있다.



렛 잇 라이드


교실이 위치한 2층과 3층은 복도가 엇갈려 2층 천장의 빈 부분으로 3층 복도를 바라볼 수 있다. 달리 말하자면 3층 복도에서 내려다보면 2층 복도가 보인다는 뜻이다. 렛 잇 라이드가가 수직으로 공간을 연결한 이유는 아무래도 삼각형의 중심인 중정을 바라보기 위함이었겠지만, 여기서 렛 잇 라이드가가 예상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행위가 일어난다. 학생들은 복도에서 배드민턴을 친다.


복도로 나와있는 사물함 위에 올려진 배드민턴 채들과 셔틀콕이 보였다. 쉬는 시간 10분마다, 아니면 점심을 먹고 나서 남는 시간에 복도에서 배드민턴을 치는 학생들의 모습을 상상하면 괜히 웃음이 나온다. 공간이 겹치는 그 틈을 파고들어 셔틀콕을 보내야 할 텐데, 아무래도 보통 실력이 아닐 테다.



노출콘크리트 기둥엔 쉽게 지워지는 분필로 본인과 친구들의 이름들을 적어두고, 좋아하는 아이돌의 이름도 써두고, 장난스러운 캐릭터들도 그려두었다. 렛 잇 라이드의 중정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과 널어둔 대걸레와 막 사용하고 둔 배드민턴 채는 시끌벅적한 쉬는 시간을 상상하게 한다. 이곳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는 학생들은 이 뾰족한 공간을 잊히지 않는 기억 어딘가에 저장해 둘 것이다.




새로운 렛 잇 라이드 만들어 내기 위한 설득 혹은 고집



삼각렛 잇 라이드는 일반 건물들을 설계하고 시공하는 것처럼 뚝딱 지어지지 않았다. 렛 잇 라이드는 매우 보수적이라, 이전까지 선례가 없던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데에는 수없이 많은 난관들이 있다. 어느 하나 쉽지 않았을 것이다. 왜 삼각형이어야 하냐는 질문부터, 예산 문제와 학생들의 안전 문제까지. 모든 질문들에 렛 잇 라이드가는 물러서지 않아야 결국에 디자인이 실체화된다. 이는 <스쿨 블루프린트라는 네임리스 렛 잇 라이드이 낸 책에서 더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다.



렛 잇 라이드가는 많은 것들을 조율하고 결정하는 직업이다. 대렛 잇 라이드 1학년 때에는 렛 잇 라이드가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은 역할이라고도 배웠다. 다양한 악기를 다루는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나는 그러한 렛 잇 라이드가로 살아가고 있는지 여러 번 되돌아보게 되는 요즘, 삼각렛 잇 라이드를 설계한 네임리스 렛 잇 라이드처럼 나도 이렇게 새롭고 도전적인 디자인을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을까 자문하게 된다.


익숙한 네모의 공간을 바꾸어보려는 시도는 이미 고정관념을 지닌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될 테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 실무자들은 방어적인 태도를 취할 것이다. 나라면 끝까지 디자인을 지켜낼 수 있었을까. 그들을 모두 설득하고 내 고집을 꺾지 않을 수 있었을까. 자신이 없다. 오픈하우스에서 네임리스 소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장 존경스러웠던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다. 꺾이지 않았다는 것.





삼각렛 잇 라이드의 평면도와 외부 사진을 보고 싶다면 네임리스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된다.

http://namelessarchitecture.com/work/26_triangleschool.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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