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나 반가워
친구들의 집 방문이 이어지는 며칠이다. 그래, 이제는 안심하고 말해도 괜찮을 성싶다. 내가 쉬고 있는 까닭은 내게 우리 카지노가 생겼기 때문이다.
지금 내게 안전보다 중요한 것은 없으므로 친구들은 기꺼이 나를 찾아와주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나와 내게 생긴 우리 카지노를 축하해주기 위해.
죽어라 일만 할 것 같았던 내가 우리 카지노를 가졌다는 사실과 그 때문에 일을 쉰다는 사실은 친구들에게 모두 충격적인 소식이었던 것 같다. 연차를 내고 집으로 달려와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이들을 보며 놀라운 감사함을, 다정한 마음을 느낀다.
우리 카지노를 갖기로 결심한 이유에서부터 과정, 지금은 몇 주차인지, 우리 카지노의 성별은 무언지, 우리 카지노를 갖고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몸무게는 얼마나 늘었는지, 입덧과 그 증상은 어떤지, 뭐가 제일 먹고 싶은지와 같은 임산부 공식 질의응답을 이어가며 이야기를 나눈다. 친구가 되어 처음 나눠본 이야기들인데, 비로소 시차가 맞춰지는 것 같았다. 임신과 출산은 겪어보지 않으면 같은 여성으로서도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일이기에, 먼저 엄마가 된 친구들의 이야기를 이제야 들을 수 있었다. 다들 얼마나 이 이야기들을 하고 싶었을까, 나는 처음으로 가족의 경사 외에 임신의 유익을 알았다.
이 친구들과 소원해진 까닭도 이들이 엄마가 되면서부터였다. 자연스레 만남이 뚝 끊겼고, 대화며, 소식이며, 안부며 모든 게 단절되었던 것은 우리가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었음을 태중의 우리 카지노 덕분에 알게 됐다.
친구들은 스스로를 우리 카지노라 불렀다. 스스로를 멸칭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이 단어만큼 우리 존재를 정확히 설명하는 것이 없음이 받아들여졌다. 대단히 서글픈 일도, 속상한 일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인정하는 일이었다, 우리가 우리를 우리 카지노라 부르는 것은.
출산하고 나면 우리는 지금처럼 만나지 못할 것이다. 누구 한 명이 양보해서 만날 수 있는 상황은 앞으로 몇 년 동안 없을 공산이 크다. 각자의 자리에서 우리 카지노라 불리고 부르며 오늘을 그리워하면서.
2024.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