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저릿한 어깨
지난 주말에 경주에 다녀왔다. 처음으로 운전해서. 편도 250km 거리를. 만년 초보투게더토토인 내가 또 하나의 장벽을 넘은 것이 기쁘다. 출발 전 배터리방전이라 정비소를 호출한 것이 함정이지만.
투게더토토실력 레벨업을 자축하기 위해서 경주중앙시장 맛집인 충효닭집에서 닭강정을 사 왔다. 마을 입구에선 시원한 진로소주 한 병도 실었다. 엄마랑 아빠랑 오순도순 대화하며 저녁식사시간을 보냈다. 돌아올 집이 있고 같이 맛있는 음식을 나눠먹는 식구가 있는 삶. 빗길과 어둠을 뚫고 무사히 도착한 것에 감사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어깨가 저릿하다. 하도 긴장한 상태로 왕복 여섯 시간 넘게 핸들을 양손에 바짝 얹고 있었던 탓일까. 자동차쿠션 판매회사를 다닐 때엔 매일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해선 공감하지 못했던 통증이다.
거기다 장거리를 운전하는 운전자 입장에 일상이 놓여있지 않아서, 이렇게 어깨가 결릴 수 있는지 몰랐다. 저번에 대구 갔다 와서 느꼈던 아픔인데, 두 번 겪으니 현실감이 느껴진다. 자동차쿠션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장려해야 하는 역할일 때 어깨의 통증을 생생하게 알았다면 더 잘 팔 수 있을 거 같은데!
두 번 느끼고 나니, 다신 느끼고 싶지 않은 저릿한 어깨. 장거리투게더토토 후유증인 걸까. 아픈 만큼, 매일 장거리투게더토토하는 운전자에 대한 존경심을 느낀다. 운전면허 10년 차에 자차도 있지만, 운전은 여전히 무서워서 최대한 안 하고 싶었다.
잔뜩 긴장한 채로 운전해서 다음날 어깨가 결릴 순 없는 것도 계속되긴 싫다. 운전하는 빈도를 점차 늘려서 조금씩 무서움을 덜어봐야지. 서울에서 부산을 왕복해도 어깨가 결리지 않는 운전실력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