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writwr-min 작가 &원탑토토;원탑토토; 편집자 : 저서 &원탑토토;lt;지은이에게&원탑토토;gt; &원탑토토;lt;유서를쓰고밥을짓는다&원탑토토;gt; 등 10권 인스타그램 just_kim_minute /@@3qvs 2017-04-19T10:25:09Z 읽쓸신잡 - 읽어봤자 쓸모없는 신변잡기적인 잡문 14 /@@3qvs/83 2025-05-20T11:09:13Z 2025-05-20T09:50:59Z 숫자에 관한 원탑토토 사다리꼴의 넓이를 구하는 문제가 나왔을 때 생각했다. 이건 아닌 것 같은데. 사다리꼴의 넓이 따위를 구할 일은 평생 없을 거라 생각했고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수학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모두가 깊이 들어갈 필요는 없지 않을까. 내 삶의 계산에 미분이나 적분 같은 개념은 필요 없다. 이미 세상에는 지나치게 많은 계산이 있다. 사람의 가치는 읽쓸신잡 - 읽어봤자 쓸모없는 신변잡기적인 잡문 13 /@@3qvs/82 2025-05-17T03:47:17Z 2025-05-13T06:22:28Z 옳음을 강요하지 않는 삶 얼마 전 누이 아파트 윗집에 새로 입주자가 들어왔다. 처음에는 짐정리를 하다 보면 그럴 수 있다며 웃어넘겼지만 몇 달이 지나도 우당탕탕 소리와 끽끽 가구 끄는 소리가 멈추지 않아 윗집 문고리에 봉투를 걸어두고 왔단다. 조금만 신경 써달라는 편지와 의자 다리에 끼우는 가드 스티커, 면 실내화를 넣어 두었더니 그날 바로 찾아왔단다. 읽쓸신잡 - 읽어봤자 쓸모없는 신변잡기적인 잡문 12 /@@3qvs/81 2025-05-16T07:27:54Z 원탑토토:45:17Z 빌런들에 관한 원탑토토 집주인이 문자를 보냈다. 자신에게 집을 빨리 나가게 하는 비방이 있단다. 손가락 두 마디 정도 크기의 종이를 집구석구석에 붙이란다. 신발장 왼쪽, 베란다 창문 왼쪽, 작은 방 창문 아래, 안방 서쪽에 글자를 적어서 거꾸로 붙이란다. 뭐라고 적어야 하는지 물으니 이름과 생년월일을 자필로 쓴 다음 개보*라고 적으란다. ‘자필로 그런 말을 읽쓸신잡 - 읽어봤자 쓸모없는 신변잡기적인 잡문 11 /@@3qvs/80 원탑토토:44:54Z 원탑토토:44:54Z 조카라는 존재에 대한 원탑토토 이번에도 조카들은 색종이를 남기고 갔다. 첫째 조카는 보고만 있어도 어지러울 만큼 작은 종이로 학을 접어 휴대폰 케이스 사이에 끼우고 갔다. 둘째도 지기 싫은지 어떤 색으로 미니카를 접어줄지 묻는다. 조카들이 접어준 색종이를 상자에 넣는다. 사랑한다고 쓰인 색종이가 한가득이다. 그들은 내 삶을 무지갯빛으로 물들이고 집으로 돌아갔 읽쓸신잡 - 읽어봤자 쓸모없는 신변잡기적인 잡문 10 /@@3qvs/79 원탑토토:44:42Z 원탑토토:44:42Z 문방구에 관한 원탑토토 문방구에서 첫째 조카는 마이 멜로디 캐릭터 인형을 고른다. 둘째 조카는 포켓몬 캐릭터 카드와 딱지를 산다. 요즘 문구점에는 미미 인형 대신 시크릿 주주 굿즈를 판다. 거울과 화장품은 있지만 불량식품은 팔지 않는다. 초등학교 사 학년인 첫째 조카는 한 달에 오천 원을 받고 이 학년인 둘째 조카는 이천 원을 받는다. 1990년대 초반 누이 읽쓸신잡 - 읽어봤자 쓸모없는 신변잡기적인 잡문 9 /@@3qvs/78 원탑토토:44:33Z 원탑토토:44:33Z 강박에 관한 원탑토토 강박을 가진 이에게 SNS란 뭐랄까. 현관문을 열고 샤워를 하러 들어가는 기분이랄까. 카카오톡 빨간 점을 내버려 두지 못한다. 업데이트든 뭐든 없애야 속이 후련하다. 읽으면 곧바로 답장을 해야 한다. 글쓰기 밴드에 알림이 뜨면 곧바로 읽어야 한다. 인스타그램은 주 6회 피드를 올려야 한다. SNS뿐일까. 타이머를 맞추고 양치질을 한다. 읽쓸신잡 - 읽어봤자 쓸모없는 신변잡기적인 잡문 8 /@@3qvs/77 원탑토토:43:58Z 원탑토토:43:58Z 사춘기에 관한 원탑토토 엄마는 토요일 저녁이면 불후의 명곡을 보신다. 오늘 신해철 10주기 특집이라며 부르셨다. 바보처럼 눈물이 펑펑 흐른다. 라젠카 세이브 어스가 원래 슬픈 노래였던가. 아버지가 떠난 후 이렇게 울어본 적이 있었던가. 소년이었던 그의 아들이 청년이 될 동안, 그렇게 오랫동안 잊고 살았는데 저도 모르게 따라 부르고 있다. 나의 사춘기도, 청춘 읽쓸신잡 - 읽어봤자 쓸모없는 신변잡기적인 잡문 7 /@@3qvs/75 원탑토토:43:36Z 원탑토토:43:36Z 18번에 관한 원탑토토 이별 노래만 주구장창 듣던 때가 있었다. 오랜 연인과 헤어지고 슬픈 노래에 몸을 담그고 있던 시절이 길었다. 귀가 아플 정도로 볼륨을 키우고 이어폰을 꽂은 채 밤거리를 헤매고 다니던 날들이 있었다. 그 시절 나와 함께 울어준 노래들이 있었다.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사진을 보다가> <이 나이 먹도록> <listen> <멀어지다> 읽쓸신잡 - 읽어봤자 쓸모없는 신변잡기적인 잡문 6 /@@3qvs/74 원탑토토:43:20Z 원탑토토:43:20Z 비디오에 관한 원탑토토 고등학생이 되던 해 겨울. 마침내 내 방을 갖게 되었다. 비록 연탄을 쌓아 놓던 창고에 대충 벽지를 바른 게 전부였지만 남의 집에 세 들어 사는 처지에 나만의 공간이라니 얼마나 호사스러운가. 누군가에게 얻어온 책상과 어디서 받아온 텔레비전. 이불 한 채가 전부였지만 내게는 파라다이스였다. 지중해 파도를 새는 빗물이 대신하고 이국의 새소 읽쓸신잡 - 읽어봤자 쓸모없는 신변잡기적인 잡문 5 /@@3qvs/73 원탑토토:43:09Z 원탑토토:43:09Z 불면증에 관한 원탑토토 알람이 울리기 전에 저절로 눈이 떠지다니. 알람을 몇 개씩 맞추지 않아도 괜찮다니. 원래라면 잠을 청했을 시간에 하루를 시작하다니. 아침형 인간의 일상은 지구 반대편 나라로 이사한 것처럼 낯설다. 하루가 이렇게나 길었던가. 아침형 인간이 야행성 인간보다 낫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낯선 도시를 여행하듯 살아가는 기분은 나쁘지 않다. 체중은 읽쓸신잡 - 읽어봤자 쓸모없는 신변잡기적인 잡문 4 /@@3qvs/72 원탑토토:42:47Z 원탑토토:42:47Z 인연에 관한 원탑토토 나는 그의 결혼식에 가지 못했다. 아직 세상으로 나올 준비가 되어있지 않던 때였다. 사람이 두려웠다. 대신 나는 한 달 치 생활비를 축의금으로 보내고 문자를 남겼다. “가는 것이 맞다. 가고 싶은 마음 간절하나 말하지 못할 사정이 있음을 헤아려주길 바랄 뿐이다. 적은 돈이지만 지금의 내게 한 달 치의 목숨 값이다. 가난한 나는 더 보탤 읽쓸신잡 - 읽어봤자 쓸모없는 신변잡기적인 잡문 3 /@@3qvs/71 원탑토토:42:28Z 원탑토토:42:28Z 군것질에 관한 원탑토토 누이가 보내 준 말린 연근을 씹으며 군것질의 역사를 돌이켜 본다. 구멍가게에서 사 먹던 새우깡을 취향이라고 말하기에는 애매한 것이 애초에 과자 종류가 몇 가지 없었으니까. 중학교 앞 문방구에서 발바닥 모양 빨간 사탕을 팔았는데 그게 내 생에 첫 중독이었다.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신묘한 맛이었다. 다음은 오리온에서 나온 드라키스 쿵 읽쓸신잡 - 읽어봤자 쓸모없는 신변잡기적인 잡문 2 /@@3qvs/70 원탑토토:42:11Z 원탑토토:42:11Z 껌에 관한 원탑토토 오랜만에 편의점에 껌을 사러 갔더니 찾던 상품이 없었다. 껌이 진열되어 있던 계산대 아래 공간은 젤리가 채워져 있다. 가짓수도 많이 줄었다. 검색해 보니 껌 판매량이 급감했단다. 이게 어찌 된 일일까. 언제부터 껌이 사라지기 시작한 걸까. 도대체 이유가 뭘까? 껌을 씹는 모습이 이미지를 망치기 때문이라고? 고작 그런 이유로? 예전에는 폭력 읽쓸신잡&원탑토토;nbsp; - 읽어봤자 쓸모없는 신변잡기적인 잡문 1 /@@3qvs/69 2025-05-10T21:58:16Z 원탑토토:40:39Z SNS에 관한 원탑토토 SNS는 질색이었다. 사람들이 도토리를 모으고 홈피를 꾸밀 때에도 관심 없었다. 페이스북이 유행할 때에도 그러려니 했다. 카카오톡이 나왔을 때에도 모른 척했었다. 우리만의 추억을 다른 사람이 본다고 생각하면 끔찍했다. 내 모습을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볼 수 있다고 상상하면 무서웠다. SNS는 그저 인생 낭비일 뿐이라 여겼다. 그러다 상 안녕, 자전거 /@@3qvs/60 2024-11-28T14:09:25Z 2024-10-19T02:46:37Z 퇴원 후 몇 주나 지났다. 약도 잘 먹고 재활 운동도 열심히 했으니 이제는 괜찮겠지. 봄의 끝이라도 맛보고 싶어 자전거를 끌고 나갔다. 잠시 달리다 깨달았다. 아직 아니구나. 작은 돌부리만 밟아도 뜨끔거리고 달릴수록 허리가 뻣뻣해진다. 여기서 그만두지 않으면 큰 일 나겠다 싶어 집으로 돌아왔다. 심각한 라이딩 금단 현상을 겪고 있지만 사실 나는 스물넷이 될 안녕, 통영 /@@3qvs/59 2024-10-19T03:17:06Z 2024-10-18T09:00:00Z 제대 후 곧바로 일을 시작했다. 며칠이나마 쉰 것은 설 연휴가 끼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말년 휴가를 나왔을 때 이미 채용 검진과 면접을 마친 상태였다. 간절히 복학하고 싶었다. 난생처음 학구열이라는 걸 느꼈다. 교직 이수를 하건 전과를 하건 나의 길을 개척해 나가고 싶었다. 밸런타인데이에 나는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달콤한 기름 냄새를 맡으며 거대한 유조선 안 안녕, 미야 /@@3qvs/58 2024-10-19T03:17:06Z 2024-10-17T09:00:03Z 서로에게 빛이었을 뿐 누구에게 빚을 진다는 말인가. 누가 사랑 앞에서 잘나고 못남을 따질까. 누가 사랑 뒤에서 옳고 그름을 따질까. 욕망에 몸을 던지던 스무 살의 우리를 기억한다. 그날의 열기는 몸 어딘가에 남아서 생을 이어갈 온기가 되었다. 전화기 사이로 전해지던 뜨거운 숨결, 달아오른 눈빛과 말들, 무수히 주고받은 편지들, 태종대에서 보낸 낮과 밤은 하 안녕, 20세기 /@@3qvs/56 2024-10-19T03:17:06Z 2024-10-16T09:00:09Z 이삿짐을 싸다 오래된 상자를 발견했다. 먼지 쌓인 상자 안에는 20세기가 들어 있었다. 넥스트의 앨범부터 대학 시절의 물건들. 군대에 있을 때 받았던 편지들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먼지 냄새에 그날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고등학교 3학년 때 IMF가 터졌었다. 워낙 가난한 살림이었기에 그리 나빠졌다고 느끼지도 못했다. 대학에 진학하고 싶어 수능 바로 다음날부 안녕, 공중전화 /@@3qvs/57 2024-10-19T03:17:06Z 2024-10-15T09:00:02Z 새로 산 라일락 담배를 몇 개비 연달아 피웠다. 마지막 담배 한 모금을 서랍 속 통장처럼 집어넣은 뒤 남은 담배를 현진이에게 건넸다. 가게에 잠깐 뭐라도 사러 가는 것처럼 쿨한 척 창원에 위치한 신병교육대로 들어갔다. 허리가 아파 서서 점호를 받았지만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개의치 않고 훈련을 받다 보니 또 아무렇지 않아 졌다. 힘든 훈련을 함께하고 담 안녕, 체력 /@@3qvs/54 2024-10-19T03:17:06Z 2024-10-14T09:00:01Z 사채업자의 빚 독촉도 이 정도는 아니리라. 하루만 무리해도 탈이 난다. 이틀 동안 조카들과 놀아주느라 약간 무리했더니 왼발이 삐걱거린다. 이제는 조금만 몸을 과소비하면 바로 빨간딱지가 붙는다. 젊을 때 방탕하게 몸을 쓰면 반드시 돌려받는다. 그렇지 않은 이는 이미 끝장난 사람뿐이리라. 젊을 때 밤샘은 기본이었다. 술을 마시다 아침을 맞이하는 것이 일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