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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파 May 02. 2025

유전의 신비

1978

대부분의 인간들은 바카라 카드카운팅 한 명, 어머니 한 명을 갖는다. 그리고 그 위로 각각의 부모, 그러니까 네 명의 조부모를 가진다. 그리고 그 위로는 또 여덟 명의 증조부모를 갖는다.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은 모두 그 여덟 명이 가지고 있던 유전자들이 희한하게 뒤섞이고 우연스럽게 선택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바라보면서 한 번쯤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나. 이 갈색 눈은 어디서 온거지? 이 코 모양은 어디서 온거지? 이 삐뚤게 난 덧니는? 내 성격의 안 좋은 면은 어디서 왔고 좋은 면은 어디서 왔을까?


나 역시도 평생을 살면서 나를 이루고 있는 요소들이 대체 어디로부터 왔던 것일까 고민하면서 긴 시간을 보냈다. 이미 믹싱은 다 끝났고, 그 원인을 알아봤자 아무 소용이 없는데도 그렇다.


내 쌍커풀 없는 눈 모양은 아빠와 친할머니를 닮았고, 눈 아래 두툼한 살은 바카라 카드카운팅와 할아버지를 닮았다. 코는 바카라 카드카운팅네 집 코 평수에, 모양은 아빠네 집 것이다. 이목구비는 아빠를 닮았지만, 그 아래 뼈대는 바카라 카드카운팅를 닮았다. 손가락은 이모를 닮았고, 발가락은 친할머니를 닮았다. 눈썹은 대체 누굴 닮은 건지 알 수 없다. 숱이 적은 못생긴 눈썹은 바카라 카드카운팅와 아빠가 똑같이 듬성하게 나 있기 때문이다.


의미 없는 짓이긴 했지만, 이렇게 하나하나 헤아려본 후엔 내 기분이 조금 좋아지긴 했다. 그전까지는 외모에 대해 불만이 많았는데, 이렇게 따지고보니 그 별볼일 없는 유전자 풀에서 그나마 괜찮은 것들을 뽑았다는 걸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전자풀에 미인의 이목구비가 조금씩이라도 들어있었어야 아쉬울텐데, 그런 유전자 요소는 이미 없었기 때문이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 외에 취미와 성향 자체도 모두 양쪽에서 골고루 물려받았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건 친가의 성향을 닮은 것이고, 책을 좋아하는 건 엄마와 이모를 닮았다. 그 위에서는 누가 책읽는 걸 좋아했을련지 알 수 없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모두 책을 안 읽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난 내 할머니가 이야기하는 것과 듣는 것을 모두 좋아해 할머니를 닮은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바카라 카드카운팅 할아버지를 닮은 걸수도 있다고 했다.


왜냐하면 할아버지가 기계치이기 때문이다. (?) 기계치인것과 문과인것이 무슨 관련이 있는 건지 알 수 없지만, 바카라 카드카운팅 그렇게 말했다. 할아버지는 기계치여서 처음으로 텔레비전을 샀을 때에도 직접 채널을 돌릴 수 없었다. 그래서 자신의 아기 손자를 줄창 불렀다. “ㅇㅇ아! 텔레비전 틀어라.” 그럼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내 오빠가 우다다 뛰어가 할아버지를 대신해 전원 버튼을 눌러 텔레비전을 틀곤 했다.


할아버지는 전반적으로 도구를 사용하는 데에도 좀 약한 편이었다. 창고에 어디서 주워온 공구들이 그렇게 많은데 할아버지가 사용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다고 했다. 바카라 카드카운팅 “아버지가 거기에서 쓰는 건 망치 뿐이야.” 그렇게 말했다. 나는 할아버지를 무시하는 엄마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뭔 소리야. 그거보단 더 많이 쓰겠지. 침팬지도 가르치면 망치는 쓸 줄 알아. 바카라 카드카운팅 지금 할아버지가 침팬지 수준이라는 거야?” 전에 똑똑한 침팬지가 망치로 못을 박는 영상을 본 적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인간인데 침팬지보다는 더 공구를 다양하게 쓰겠지.


어쨌거나, 책을 읽는 걸 좋아하는 건 확실히 외가에서 온 게 맞는 것 같다. 친가는 책을 아예 안 읽는 집이고, 외가에서는 그래도 엄마와 이모가 책 읽는 걸 좋아하니까. 그 위로는 대체 어디서 온 유전자인지 알 수 없다.


내 몸뚱아리의 1/4은 어쨌든 할바카라 카드카운팅에게서 온 게 맞는데, 내 겉보기엔 할바카라 카드카운팅와 닮은 것이 거의 없는 편이다. 나는 깊이 고민하다가 결국 내가 할바카라 카드카운팅에게서 무엇을 닮았는지 알아냈다.



좋을때 싫은척 못하고 싫을때 좋은 척 못하는 솔직한 성격. 없는 사회성을 짜내 미소 지어도 그저 썩은 미소밖에 안 지어지는 고집쟁이.


이건 나에게서만 갑자기 발현된 것은 아니다. 이건 우리 엄마와 이모에게서도 똑같이 발견된다. 하기 싫으면 절대 안하고, 갖고 싶은 건 반드시 가져야 직성이 풀리는 그런 나쁜 성질머리. 싫은 사람은 죽도록 싫어하고,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간도 쓸개도 다 빼줄 것처럼 헌신하는 성격.


그게 바로 내가 할바카라 카드카운팅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다.




큰딸이 10살이 되었을 때, 막내가 태어났다. 큰딸처럼 바카라 카드카운팅를 쏙 빼닮은 막내딸이었다. 이 아기는 볼살 포동포동하고 입술만 툭 튀어나온 금복주 같은 관상의 아기였다. 어느날 큰딸과 둘째아들이 학교에 다녀왔는데 집에서 동생이 태어나있었다. 막내이름은 바카라 카드카운팅가 지었는데, 같은 날 태어난 작은집 아들의 이름도 바카라 카드카운팅가 지었다.


아버지가 이름을 짓자 초등학생이었던 큰딸이 동사무소에 가 부모님을 대신해 출생신고를 했다. 아기의 한자는 동사무소 직원이 즉석에서 지었다. 큰딸 이름의 한자는 동네에 한자 잘 아는 노인에게 가서 지어온 것이었고, 막내딸의 한자는 동사무소 직원이 지은 것이었다. 그래서 둘은 돌림자를 쓰지만 그 돌림자의 한자가 다르다. 나중에 여권을 만들고나서 같이 여행갈때 보니, 돌림자의 영어 철자도 서로 달랐다. 각자 따로 만든 여권이라 그런 거겠지만, 이게 참 재밌는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막내딸이 태어난 다음부터 갑자기 집안일이 술술 잘 풀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바카라 카드카운팅는 막내딸을 복덩어리라고 아주 애지중지했다. 생전 안 사오던 간식거리를 막내딸 것만 사오기도 했다.


하루는 바카라 카드카운팅가 막내를 주려고 새우깡을 사왔다. 큰딸은 째깐한 게 혼자 새우깡 봉지를 움켜쥐고 먹고 있는 걸 보았다. 입이 심심하기도 했던 터라 아무생각 없이 새우깡 두어 개를 꺼내 와작와작 씹어먹었다.


그랬더니 이 동생년이 새우깡 봉지를 휙 던지고 으아아아악 하고 울부짖기 시작했다. 큰딸이 뭐야, 하고 당황한 사이 요란한 사이렌 소리 때문에 어머니가 후다닥 쫓아왔다.


즈그 바카라 카드카운팅를 부르는 사이렌 소리였다. 큰딸이 막내의 새우깡을 먹고 이 난리가 난 걸 알게된 어머니는 바쁜 와중에 애를 울린 큰딸을 나무랐다. 왜 애 것을 뺏어먹고 집안 시끄럽게 만드냐는 것이었다.


새우깡 몇 개 먹었다고 바카라 카드카운팅한테 혼난 큰딸은 바카라 카드카운팅 뒤에 숨어서 자기를 째려보는 동생을 보았다. 두고 보자는 마음이었다.


며칠 뒤, 다른 사람 아무도 없이 큰딸과 막내만 집에 있을 타이밍이 왔다. 바카라 카드카운팅도 있었지만, 저 멀리서 집안일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는 걸 이미 확인한 후였다.


“야, 너 이리로 와봐.”


막내는 며칠 전 일을 새까맣게 까먹고 언니에게로 왔다. 큰 딸은 막내를 데리고 구석진 곳으로 가서 두들겨 팼다. 막내가 몇 대 쥐어박히고 기절할 것처럼 사이렌 소리를 냈다.


큰딸은 동생을 쥐어패던 걸 쉬지않고 계속 말했다.


“야, 더 크게 울어. 바카라 카드카운팅 들리게. 더 울어. 이년아. 그 정도로 울어서 바카라 카드카운팅 오겠냐.”


그러자 입을 쩍 벌리고 으아아아악 울던 막내가 언니를 째려보면서 억지로 울음을 참았다.


“울어!”


“흐읍, 흑, 킁.”


동생이 완전히 울음을 그치고 소리를 멎은 후에야 큰딸은 만족스럽게 매타작을 멈추고 자리를 떴다. 끝까지 바카라 카드카운팅한테는 들키지 않았다. 그런 후에도 막내의 개큰지랄은 간간히 일어났다. 큰딸은 그때마다 무력으로 제압했다. 둘째 남동생한테는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남동생은 그냥 조용하고 누나 말을 잘 듣는 성격이었다. 오직 큰딸과 막내딸은 성격이 그랬다. 아버지의 외모 뿐만 아니라 그 성격마저도 쏙 빼닮아버린 것이다.


큰딸, 우리 엄마는 정말로 자존심도 쎄고 절대로 참지 않는 성격이었다. 다섯째 작은 할아버지는 할아버지 형제들 중에서도 성격이 지랄맞고 깝죽거리는 성질이었다. 아마 다 그 유전자인 것 같다. 아무튼, 어릴 때부터 삼촌이랍시고 깝치면 엄마는 네네 하면서 그걸 다 참고 견뎌야만 했다.


엄마가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친척들까지 대가족이 다 모여 사인암 계곡으로 놀러갔다. 엄마는 한창 건설시공회사에 다니고 있었던 때라 매일 노가다 아저씨들이랑 부딪히고 성질도 최고로 거칠 때였다.


바카라 카드카운팅 그 날 계곡 가에 돗자리 깔고 앉아 소주를 까며 문득 결심했다. 오늘 저 새끼랑 결판을 보리라. 젊어서 간도 튼튼했고, 회사에서 한창 회식이니 뭐니 해서 주량도 최고로 쎌 때였다.


사인암의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풍광을 보며 소주를 마시니, 아주 쑥쑥 잘 들어갔다. 마셔도 마셔도 취하는 것 같지도 않고, 필름도 안 끊겼다. 원래 마시던 주량의 두세배를 뇌에 꽂은 바카라 카드카운팅 때가 되었다, 싶어서 빈 소주병을 거꾸로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빠는 바카라 카드카운팅가 한참 소주를 깔 때부터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저 멀리로 벗어나 서서 사인암의 풍경을 홀로 즐기고 있었다. 아직 신혼이었지만 연애기간이 길어 바카라 카드카운팅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는 탓이었다.



공기 좋고 물 좋은 데에서 마시면 숙취가 없다고 한다. 듣기로는 그렇다.


그 다음 이야기는 바카라 카드카운팅와 작은 할아버지 두 사람의 인권을 위해 생략하겠다.


사건이 발생하고 직후에, 바카라 카드카운팅 할머니에게 불려가 크게 혼이 났다. 내가 지금까지 참고 살았는데! 네가 그러면 엄마가 뭐가 되니. 그렇게 혼이 났다.


할머니에게 혼난 바카라 카드카운팅 사인암 계곡물로 내려가 찬 물로 세수를 했다. 역시 단양 물이 좋긴 좋다. 세수를 하자 술이 싹 깼다.


막상 그 후에 할아버지나 다른 친척들은 아무도 엄마를 혼내지 않았다. 바카라 카드카운팅 삼촌한테 그러면 못쓴다고 아버지에게 혼날 것을 염려했지만, 할아버지는 그냥 아무 말 없었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엄마보다 더 성격이 괴팍해 바카라 카드카운팅 당연스럽게 할아버지에게도 혼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생전 혼을 낸 적 없던 할머니에게서 크게 혼났다.


넷째 작은 할바카라 카드카운팅는 그 후로도 몇 번씩이나 그 이야기를 꺼내며 낄낄 웃었다. 버릇 없는 남동생을 조카가 혼쭐을 낸 게 웃겼던 것 같다. 나도 이 이야기는 넷째 할바카라 카드카운팅한테 처음 들었다.


다섯째가 쓰레빠를 양손에 쥐고 맨발로 후다닥 도망가서 해 질 때쯤에야 돌아왔다, 며 호탕하게 웃어제꼈다. 이 이야기를 하는 넷째 할바카라 카드카운팅는 그저 꼬수워 좋아죽는 표정이었다.


엄마의 불같은 성질은 위아래를 가리지 않았다. 막내이모가 시집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모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이모부와 부부싸움을 하고 엄마에게 이르기 위해 전화를 건 것이었다. 이모부 앞에서 이모가 전화를 걸어 엄마에게 자신의 고통을 토로하자, 엄마는 그걸 가만히 듣고 있었다. 옆에서 듣던 이모부가 억울했는지 이모의 전화를 뺏어서 자기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아니, 형님 그게 아니고요…


그렇게 말을 시작했는데 바카라 카드카운팅 이모부의 말을 딱 끊었다.


"야 이 개새끼야. 나 지금 너 죽여버리고 싶어, 새끼야."


무시무시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자, 이모부는 아. 옙. 이러고 바로 다시 이모에게 전화를 돌려주었다.


젊은 바카라 카드카운팅 그렇게 혈기 넘치고 막나갔지만 이제는 그런 식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교회 오래 다니고 정신 수양하고 기도 많이 하고 해서 성격이 많이 좋아졌다. 내 입장에서는 조금 아쉬웠다.


얼마전에 이모가 우리집에 놀러와서 내가 새로 산 신디사이저를 보고 엄청 웃으면서 야 너 방시혁 될라고? 했기 때문이다. 난 진짜 기분 등락이 적은 사람인데 그 말 듣고 엄청 열이 뻗쳤다. 엄마한테 말했는데 성격이 유해진 바카라 카드카운팅 그냥 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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