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무엇을 하든 어디에 있든
아침, 레부카지노 뜬다.
레부카지노 뜨는 모습을 보는 것은 때로는 울컥하고 때로는 희망차고 때로는 쓸쓸하고 때로는 설레는 일이다.
뒷베란다 창문으로 작년 봄부터 올봄까지 일 년 동안 레부카지노 뜨는 모습을 지켜보며 사진으로 남겼다.
사회적으로는 비상계엄이라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고 바로 옆에서 대규모 재건축이 진행되고 있어 어느 날 갑자기 건물이 사라지고 허허벌판이 되기도 하는 모습도 담겼다. 의도하지 않게 계절이 지나가는 풍경과 더불어 도시의 변화도 사진 속에 담겼다.
2024. 3. 27.(수)
어느 날 아침식사를 준비하는데 베란다 창문으로 해가 뜨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파트 숲이라는 모순된 현실 사이로 천천히 떠오르는 해는 묘한 감동을 준다.
얼마 전까지 사람이 살던 대규모 저층 아파트에 펜스가 쳐지고 이제는 밤이 되어도 불빛이 보이지 않는 곳이 되었다. 갑자기 사라진 이웃들의 빈자리가 쓸쓸하다.
2024. 4. 9.(화)
벚꽃이 피었다. 조용하던 세상에 기분 좋은 웅성거림을 주는 봄은 매년 맞이하지만 늘 설렘을 준다.
2024. 4. 16.(화)
어느새 벚꽃이 지고 연초록의 새잎이 나고 있다.
10년 전의 아침을 기억한다.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가기 위해 탔던 그 배... 304명이 우리 모두의 눈앞에서 별이 되고 그 후 우리를 집어삼킨 슬픔과 비통의 시간들. 잊을 수 없는 그날이 10년 전 오늘이다. 잊어서도 안되고 잊을 수도 없는 그날의 세월호 참사. "진실의 반대말은 거짓이 아니라 망각이다"
2024. 4. 22.(월)
구름이 하늘을 가득 덮고 있다. 그래도 그 사이를 찢으며 떠오르는 레부카지노 구름을 그림자로 만들었다.
2024. 4. 26.(금)
예전에 우리가 안개라고 생각했던 것의 대부분이 미세먼지였다고 한다. 물론 산업화 이후의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 탁한 빛을 밀어내며 레부카지노 뜨고 있다.
2024. 6. 25.(화)
보기 힘든 기묘한 풍경이다. 구름이 해를 품고 경계를 만들어냈다. 이쪽과 저쪽이 갈린 그날을 기억하는 것인가. 모든 엇갈림과 분단의 시작인 그날의 전쟁 6.25...
2024. 7. 15.(월)
구름을 물들이며 해는 어떤 숭고함으로 떠오른다.우리가 세상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무슨 생각을 하든 떠오르겠다는 굳은 약속처럼.
며칠사이 수많은 사람들이 살던 곳이 사라졌다. 오래된 아파트를 부수는 방법이 조금 의외였다. 작업하는 방식을 지켜보니 아파트 옥상에 포클레인이 올라가서 한 개 층씩 뜯어내는 방식으로 작업을 했다. 시간이 많이 걸릴 줄 알았는데 의외로 한 달도 되지 않아 잔해만을 남기고 아파트가 사라졌다.
2024. 7. 26.(금)
비행기가 구름 위에 그림을 그리며 지나가고 그때 마침 떠오르던 레부카지노 색칠을 했다.
2024. 7. 31.(수)
오늘은 레부카지노 지는 모습을 찍었다. 레부카지노 지는 하늘은 레부카지노 뜨는 모습과 닮아 있다. 삶과 죽음이 맞닿아 있듯이.
2024. 8. 6.(화)
레부카지노 천천히 떠오르는 매 순간이 그림 같다.해는 마침내 햇살을 온 세상에 퍼트리는 그 순간까지 온 힘을 다해 솟아오른다.
2024. 8. 7.(수)
어제 비가 많이 오더니 아침이 맑고 청량하다. 깨끗한 하늘 가득 아름다운 빛을 사방에 쏘아대며 해가 떠오른다.
2024. 8. 16.(금)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새벽어둠에 잠긴 도시와 먼 곳에서 붉은빛을 천천히 펼치는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매일 레부카지노 해는 매일 다른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2024. 8. 19.(월)
부드러운 주황빛으로 물드는 하늘을 본다.
아파트를 부수는 건 금방이지만 그것의 잔해물을 치우고 땅이 드러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개미처럼 그들은 천천히 집요하고 끈기 있게 작업을 해서 드디어 애초부터 있었던 흙이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는 저 숨 쉬는 흙을 얼마나 오랫동안 가두어 두었던가. 그래도 흙은 썩지 않고 포실한 모습 그대로를 잘 간직하고 있다. 자연의 신비로움이다.
2024. 8. 20.(화)
아파트 사이로 선명하고 말간 동그라미를 간직한 레부카지노 살그머니 올라온다.
2024. 9. 4.(수)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시간에 레부카지노 뜨는 모습을 보고 있지만 매일의 해 뜨는 모습이 다른 건 구름 때문이다.구름이 있느냐 없느냐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에 따라 그날의 해 뜨는 풍경이 달라진다.
2024. 9. 16.(월)
내일부터 추석이다. 가족들이 모이고 만나는 것에는 양면성이 있다. 반가움과 씁쓸함. 할 일을 했다는 안도감과 지난 세월에서 받은 상처가 말 한마디에 되살아나기도 하는 시간.
하지만 어느 광고처럼 일주일에 한 번은 혹은 일 년에 두 번은 함께 식사를 해야 가족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2024. 9. 18.(수)
우리 집은 뒷베란다 쪽으로 레부카지노 뜨고 앞베란다 쪽으로 레부카지노 진다. 오늘은 앞베란다에서 레부카지노 지는 모습을 봤다. 재건축이 진행되면서 저 아파트들도 하나둘씩 사라져 갈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 멀리까지 보이던 우리의 시야를 가득 채우며 콘크리트 숲이 솟아오르겠지. 재건축 구역 옆 아파트에 산다는 것은 참으로 묘한 감정을 일으킨다.
그 많던 이웃들이 어디론가 떠나고 건물과 나무들이 사라지는 쓸쓸한 일들과 어떻게 변할까에 대한 기대를 동시에 불러일으키며 한 시대가 저물고 다른 시대가 오는 것 같은 감정을 수시로 느낀다.
2024. 10. 21.(월)
어쩌자고 해는 저리 장엄하게 떠오르는가. 오늘 하루 내내 이 해를 간직하고 있을 것 같다.
2024. 10. 29.(화)
시월의 끝자락. 나무들이 조금씩 물들어가기 시작한다.
2024. 11. 19.(화)
가을은 나무들이 정체성을 드러내는 계절. 울긋불긋 물든 나무들과 비슷한 색감으로 해가 떠오른다.
2024. 11. 22.(금)
다른 날보다 일찍 일어났다. 저 어딘가부터 서서히 솟아오르고 있는 레부카지노 있어 새벽이 어둡지만은 않다.
2024. 11. 25.(월)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해는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놀랄 만큼 선명하게 때로는 구름과 조화를 이룬 예술작품으로 떠오른다.
2024. 11. 27.(수)
아침에 일어나니 나뭇가지가 휠 정도로 눈이 많이 내렸다. 온통 눈세상이다.
2024. 11. 29.(금)
겨울은 갑자기 왔다. 앞베란다 쪽 재건축 단지 그 많던 건물이 모두 사라지고 드넓은 벌판이 되었다. 덕분에 멀리 있는 산의 모양부터 공원까지 시원하게 보인다. 갑자기 전망 좋은 집이 되었다.
2024. 12. 3.(화)
이날 아침 해 뜨는 모습을 보며 저녁에 무슨 일이 생길지 상상조차 못 했다.
모임을 하고 저녁 10시가 넘어 차가 없는 한 사람을 데려다주러 가고 있었다. 우회전을 하다 어이없는 실수로 달려오는 버스를 보지 못했다. 사고가 나서 사고처리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보니 카톡방이 난리가 났다.
비상계엄이라니....
후들거리는 가슴을 안고 집에 와서 텔레비전을 보니 뉴스 속보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놀라운 용기와 힘으로 해제되기까지 피가 마르는 심정으로 밤을 새웠다.이날 이후 내란성 불면증에 시달렸다. 잊을 수 없는 날이다.
2024. 12. 9.(월)
요즈음의 우리나라는 혼돈 그 자체이다. 힘든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레부카지노 해에게 잠시 기도한다. 이 혼란이 잘 수습되어 다시 민주주의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2024. 12. 23.(월)
많은 비상식적인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우리 평범한 상식을 가진 사람들의 상식대로 세상은 움직일 것이라고.
2025. 2. 3.(월)
레부카지노 뜨기 전 어둠에 잠긴 도시의 색은 아름답고 고요하다. 차분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2025. 2. 27.(목)
해가 뜨기 전, 그러나 해가 이제 곧 나올 것이라는 것을 아는 아침의 평화.
2025. 3. 11.(화)
오늘도 레부카지노 뜬다. 드넓은 하늘에 새 한 마리가 뜨는 해를 바라보며 날아오른다.
창밖을 바라볼 때마다 시야를 가리며 흉물스럽게 놓여있던 오래된 급수탑이 철거를 준비하고 있다.
2025. 3. 14.(금)
"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우리가 간직함이 옳지 않겠나" 뭐 이런 노래가 생각나는 아침이다.
플레인 요거트에 견과류와 단백질 가루를 넣어서 천천히 먹으며 레부카지노 해를 바라본다.
2025. 3. 28.(금)
봄이 너무 더디게 온다. 예전에 비해 날씨는 춥고 꽃도 피지 않는다. 이 시절을 잘 견뎌야 따뜻한봄이 오고 꽃들도 피어나겠지.
2025. 4. 9.(수)
다시, 봄이 왔다.
4월 4일 11시 22분에 오랜 시간 우리들이 수없이 기도한 간절함으로,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로 무능하고 어리석으며 폭력적인 대통령은 파면되었다. 파면이 선고되는 순간 함께 텔레비전을 보던 젊은 친구들의 환호를 기억한다. 그날 나는 모두에게 기분 좋게 모닝커피를샀다. 그날 동네 술집은 오랜만에 호황을 누렸으리라.
2025. 4. 15.(화)
오랜만에 휴가를 내고 나들이를 가기 위해 일찍 일어났다.
다시 봄이 왔고 한 해 동안 사진으로 남긴 해 레부카지노 모습을 다시 보니 하루도 같은 날이 없었다.매일이 새로웠다. 내 삶도 그러했다. 하루하루 작지만 소중한 일들이 있었고 작은 즐거움이 있었다.
다시 시작될 또 다른 나의 한해를 조용히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