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안 해요?"
"일요일에 잠깐 바에서 시간 돼요?"
"비자 해줄 곳 구했어요?" (비자를 스스로 알아서 해결하고 자기 풀빠따로 오라는 얘기. 그럴 거면 그 풀빠따를 안 가죠.)
"학교에 다니면서 우리 풀빠따 다니는 건 어때요?"
"학교나 학원 구했어요?" (학생비자로 머물면서 자기 풀빠따로 오라는 얘기. 불법입니다. 왜 당당한 걸까 의문이 든다.)
"그래도 내가 언론사 출신인데 나를 알아두면 그대에게 도움이 되지 않겠어요? 술 잘 마셔요?" (한 번 본 내가 왜 그대입니까. 유부남 아저씨. 그리고 나 그 풀빠따 출신입니다. 당신의 거짓말을 밝히기 전에 입을 다무세요.)
참 이상한 일이다. 약간의 관심도 주지 않은 이들에게서 이러한 연락이 오는 걸 보면 어떻게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태반이지만, 한편으론 참 양심없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부친이 산(구매한) 언론사예요." "아, 아는 형이 기자 하라고 그냥 넣어줬어요."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자신이 언론인이라고 떠들고 다니는 건 그렇다 치자. 세상 물정 모르며 불법 행위를 아무렇지 않게 제안하고, 그걸 묵인하는 게 의리인양 군다.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저런 치들 탓이다. 양심없는 이들이 많다. 더한 일들은 아직 쓰고 싶지 않고, 그냥 저런 일들이 있다는 걸 써둔다. 참 위험한 제안들이 동포라는 이름 밑에 자행된다. "해외 나가면 한국인부터 조심하세요." 제발요.
아무튼 이래저래 나이브했던 나는 세상 물정 모르는 이들과는 거리를 두자고 한 번 더 풀빠따하게 됐다. 세상 물정을 모른다는 의미는, 정말 모른다기보다 그걸 간과하며 남에게 위험을 지우는 이들을 멀리하자는 뜻이다. 세상은 정말 무서운 곳이라는 걸 한 번 더 알게 됐다. 그래도 나는 좋은 것들만 보려 한다. 좋은 사람들도 있다. 좋은 선배들도 있다. 그러나 안 좋은 것들도 있다. 굳이 써두는 건 경계하기 위해서다. 사람이 다 좋다고 풀빠따하지 말자고 다시 한 번 되새기기 위해서다. 참 안 좋은 의도를 가진 이들이 풀빠따보다 아주 많고, 남을 벼랑 끝에서 기꺼이 밀고서는 아무 일 없는 듯 살아가는 이들도 참 많다는 걸 이제야 서서히 알아간다. 이전에도 알았지만, 이렇듯 선과 악의 경계에 선 척 하면서 악을 자행하는 이들이 또다른 유형으로 있다는 걸 알았다.
그럼 되었다. 알았으면 된 거다. 뭐, 다른 성별 통해 비자를 해결하라는 노골적인 말도 오간다. 하고 싶은 말을 꾹 참는다. 너네 풀빠따로 안 갑니다. 이직 안 합니다. 그러니까 가족풀빠따라는 것 아닙니까? 그게 언론사입니까? 그러니까 가족풀빠따에서 당신이 ㅇㅇ직을 한다는 거죠? 그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알고 말씀하십니까? 꾹 삼킨다. 안 궁금하고, 안 알고 싶고, 엮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궁금해 한다. 딱 한 번 봤을 뿐인 이들이 마치 나를 잘 아는 것처럼 자신의 풀빠따로 오라거나 어딜 추천하거나 하며 마음대로 떠든다. 도를 아십니까보다 집요하고, 유치하다. 그래서 웃고 마는 이야기들이다. 어쨌든, 지금 내가 안전하면 되었으니까.
한편으로 궁금해 한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 직업을 계속 이어나가는 게 맞을까? 그러면서 다른 직군 제안이 오면 하기 싫어 거절한다. 그리고선 생각한다. 뭘 해야 할까? 지금의 나는 뭘 해야 할까? 어떤 선택을 해야 미래의 나에게 도움이 될까? 계속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