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할머니와 한국아가씨, 편지로 삶을 주고받다.
4월 둘째 주가 되었을 때, 나는 마지막 주제, 삶에서 추구하는 라이브바카라에 대한 질문들을 사빈에게 보냈다.
오락가락하는 기온 속에 벚꽃이 갑작스레 피어나다 떨어지는 나날이었다. 나는 마치 동면에서 깨어나 오랜만에 봄을 맞이하는 사람처럼 봄꽃을 찾아다녔다. 꽃이 피는 순간은 어찌나 찬란하고 그래서 아쉬운지 매번 꽃을 볼 때마다 아린 마음. 엄마아빠를 보내고 난 뒤로 무감각하려 애썼던 것도 그 아린 마음을 외면하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피고 지며 지나는 시간을 막을 수는 없다면 최대치로 살아내는 것 외에는 방도를 몰랐기에 결국 나는 다시 내가 관통해 나가는 시간을 마주하기로 했고 그렇게 실로 오랜만에 찰나의 아름다움을 음미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무와 꽃을 사랑하는 사빈에게도 한국의 아름다운 벚꽃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에 편지에 벚꽃 사진을 첨부했다.
친애하는 Sabine에게
한국은 지금 벚꽃 천지입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더욱 활짝 피어난 꽃들이 거리를 밝히죠. 독일도 겨우내 얼었던 땅을 딛고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하겠죠? 푸르게 물든 그곳의 풍경이 궁금해지네요. 당신에게 지난 주제에 대해 업로드한 내용을 알리는 편지를 보내고, 이제 우리의 마지막 주제에 관련한 질문들을 다시 한번 읽어보았습니다.
날짜를 확인해 보니 마지막 질문들을 정리한 것이 이맘때쯤이더군요. 처음 편지를 주고받기로 결심하고 제 질문들을 적고 주변에서 각자의 삶을 치열하게 살고 있는 여성동료들에게 그들의 고민 혹은 질문을 물은 것이 작년 봄을 맞을 무렵이었죠. 마지막 질문과 답으로 오기까지 일 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네요.
새삼 우리가 봄여름가을겨울을 지나며 멈추거나 포기하지 않고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는 것에 기쁩니다. 휴대폰으로 화면을 넘기듯 모든 일들이 빠르게 스쳐가 버리는 요즘, 편지를 주고받으며 나누는 대화는 속도에 함몰되는 나를 지켜주었습니다. 덕분에 멈추고 생각하고 정리하며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일상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우리의 마지막 주제, 라이브바카라에 대한 질문들도 이 과정 속에 어느 정도 해답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어떤 라이브바카라를 선택할지, 그리고 그 라이브바카라를 어떻게 추구할 것인지 말이죠.
라이브바카라에 대한 질문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 당신이 무언가를 시작할 때, 어떤 라이브바카라가 선택의 기준 혹은 영감을 주었나요? 선택한 이후로 당신은 후회한 적이 없나요? 있다면 어떻게 그것을 견뎌낼 수 있었나요?
- 시간에 지배되지 않고 밀린 것 없이 자유로운 자가 되는 방법이 있을까요?
- 삶에서 행복이라는 라이브바카라가 얼마나 중요한 건가요? 더 중요한 것이 있을까요?
- 저는 기독교인인데, 교회에 청년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종교가 청년들에게, 답을 주지 못한다면, 라이브바카라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당신은 종교가 있는지, 없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이 만들 수 있는 라이브바카라가 무어라고 생각하시나요?
위의 라이브바카라들은, 각각 다른 이들의 고민입니다.
조심스럽게 짐작하건대, 각자가 가장 고민이 되는 라이브바카라들일 것입니다. 라이브바카라을 보낸 이들의 활동과 그들가 나누었던 대화들을 떠올리며 라이브바카라 속의 함의를 부연해 봅니다.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라이브바카라를 지향하는 것이 힘들 때, 어떻게 해야 할지, 그 라이브바카라가 과연 옳은 것인지. 쏟아지는 일들을 잘 해내고 싶지만 동시에 시간에 쫓기는 것이 버겁게 느껴질 때 어떻게 시간을 쓸 것인지, 모두가 행복을 외치고 나 역시도 행복해지고 싶지만 그것이 정말 우선이 되는 게 맞는지, 종교를 갖고 있지만 그 종교가 사람들을 포용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A.I. 가 인간을 넘어설 거라는 전망이 만연하고 A.I를 잘 활용할 수 있기에 급급하지만 그럼에도 AI로 대신할 수 없는 우리만이 지킬 수 있는 라이브바카라가 무엇인지.
당신은 또 어떤 생각을 라이브바카라 질문을 한 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집니다.
서울에서, Moon
*올해 서울 봄은 유난히 기온이 오락가락하고 있습니다. 갑작스레 올랐다가 비가 내리며 뚝 떨어지고 다시 올랐다가 내려가기를 반복하고 있어요. 3월 말에는 4월 말같이 따뜻했다가 4월 중순이 지나며 오히려 점점 기온이 내려가며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크게 나는 며칠입니다. 불안정한 대기 때문에 아침저녁으로 쌀쌀하고 바람이 부는, 어린 시절 제가 기억하는 것과 같은, 변덕스러운 4월의 봄으로 돌아왔네요. 이 모든 게 마치 자연이 비틀거리며 원래의 자리로 찾아가려고 애쓰는 것처럼 여겨집니다.
다시 생계를 위해서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좀 더 바빠졌지만 그래도 새로 맞이하는 봄을 누리고 싶어서 좋아했던 장소들을 틈 나는 대로 찾아가 봄의 풍경을 몇 장 담았습니다. 제가 삶 속에서 가장 벅차게 감동을 받았던 것은 언제나 자연과 예술이었기에, 계절이 바뀔 때마다 아름다운 장소들을 찾아다니며 감상하곤 했는데, 엄마가 위독해지실 즈음부터 그런 일들을 그만두었던 것 같아요.
당신에게 엄마의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진심으로 기뻤습니다. 비슷한 일을 겪은 이들이 건네는 위로는 엄청난 공감과 치유로 다가온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기에, 당신과 편지를 나눌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어요. 그러고 보니 엄마아빠를 모두 보내고 처음으로 맞는 봄이라 그런지 모든 게 새삼스럽습니다. 우리 집 작은 정원에는 아빠가 심고 아끼던 모란이 순식간에 잎을 내고 봉오리를 맺더니 꽃을 피웠습니다. 매일 아침 꽃을 마주할 때마다 아빠가 떠오르더군요. 이맘때쯤이면 아빠는 분주히 정원을 돌보고 봄과 여름내 먹을 야채모종을 심을 준비로 바빴습니다.
어쩌면 저도 아빠처럼 무언가를 심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집을 리모델링하는 일도 많이 진행해서 페인트칠과 스테인칠, 필요한 가구를 추가하는 일 정도가 남았습니다. 여전히 쉽지 않지만, 차근차근해나가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네요. 일을 다 끝내고 나면 휴식을 취라이브바카라 요리를 라이브바카라 책을 읽는 등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시간을 좀 더 쏟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충만한 기억으로 이 집을 채워나가기를 바랄 뿐입니다. 당신의 취미생활도 늘 건강라이브바카라 즐거운 시간으로 채워져 있기를 바랍니다.
편지를 적으며 우리의 대화도 이제 마지막에 이르렀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긴 추신을 덧붙이며 다시 한번 끝을 맺고 또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지는 순환 속에 있다고 느꼈다. 사빈과의 대화를 통해서 그 순환이 단순히 반복되는 쳇바퀴가 아니라 더 넓고 깊어진 시각과 웃음과 눈물을 동반한 공감을 통해 나선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순환이 되었음에 감사하는 마음이었다. 그녀에게도 나와의 대화가 그러했기를 바라며 나는 편지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