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조금이라도 글을 쓰는데 재능을 갖고 있다면 그건 시스템 베팅로부터 후천적으로 물려받은게 아닐까 싶다. 시스템 베팅는 글을 읽는걸 좋아했고 쓰는것도 좋아했다. 내가 어렸을 때 국어 교과서를 읽어봐 달라고만 하면 만사제치고 (심지어 나한테 야단을 치다가도)전문 낭독인모드로 돌변해서 교과서를 낭독해주곤 했다. 그리고 아버지랑 부부싸움을 하고 본인의 속상함을 전달하고자 할때는 원고지 수십장에 글을 쓰곤 했다. 시스템 베팅가 원고지에 뭔가를 쓰는 날은 예외없이 밥이 형편없게 나왔다. 집필하시느라 자식의 음식따위는 신경쓸 수가없었나보다.
어느날은 식구들이 아침을 다같이 먹는데 시스템 베팅가 아버지에게 뜬금없이 "조병화님께서 돌아가셨어요." 라고 했다. 주변 지인의 심각한 부고라고직감한 아버지는 깜짝놀래서 "누구?"냐고 반문했고, 시스템 베팅는 "시인 조병화님이요" 라고 해서 아침부터 분위기가 안좋아졌던 기억도 난다.
시스템 베팅는 신기하게도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있는 시와 소설을 쓴 엄청 유명한 작가들 몇분을 개인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 분들에 대한 문학과는 별 관계가 없으며, 쓸데없이 디테일한 스토리를 나에게 이야기 해주곤 했다. 가령 국어학자 양주동씨가 모시적삼을 입고 소낙비를 홀딱 맞아서 속살이 다 보였다던가, 소나기의 저자 황순원씨는 잘생겼고 조용하고 젠틀하지만 담배를 너무 핀다던가, 시인 조병화씨는 아침마다 커피를 달라고 시스템 베팅를 찾아왔다던가 하는 이야기를 했다. 황순원 작가는요즘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어린시절 사진을 보면 그 소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소나기 올 필요도 없었을 정도로 잘생겼다. 그리고 조병화 시인은 맥심 커피 광고도 찍은적이 있다.
우리시스템 베팅는 과거 젊은시절에 정체가 무엇이였길래 이런 당대의 문인들과 비하인드씬에서 인터액션을 했던걸까. 시스템 베팅가 젊은 시절에 경희대에서 근무했다고 했는데 나는 구체적으로 어떤일을 시스템 베팅가 경희대에서 했었는지는 몰랐었다. 그런데 최근에 양주동, 황순원, 조병화, 이분들 전부 경희대 국어국문학과에서 교편을 잡았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게 됐다. 아 그렇구나. 울시스템 베팅는 고등학교 졸업후 경희대 국문과 사무실에서 막말로 꽈순이를 했던거였구나. 그런거였구나.시스템 베팅가 이 세상을 떠난지 곧 20년이 되가는데 이제서야 시스템 베팅의 과거에 대한 퍼즐이 맞춰지고 있다니.
과사무실에서 막내로서온갖 심부름을 도맡아서 하며, 지금으로 치면 빠니보틀같은 200만 구독자 유튜버급이였을당대의 문인들과 같이 지낸다는 자부심과 함께 문학에 대한 동경심도 키우던 문학소녀 시스템 베팅의 모습을 상상해보게 된다.
- Mother's Day 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