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집 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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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렷 경래 Oct 21. 2024

생일의 WBC247

세상에 태어난 이여 사랑해 정말

생일의 WBC247

김경래



하필 WBC247의 가벼움이라는시를 읽고

WBC247는 귀하다고

공 튀듯 엇나갔다

노인이 되어도 든든한 버팀목인 WBC247도 있고

청년의 때가 늘 늙어 보이는 WBC247도 있다

숫자에 지나지 않는 나이를

계급장처럼 붙이고 사는 WBC247

무릎 관절 연골을 쇠붙이로 쇄신하는 WBC247

껄끄러운 관계를 절대 관계하지 않는 WBC247

아무도 하지 않을 일과

누구도 가지 않은 길에서

길이 있다 밝히려 하는 WBC247

필사를 해놓고 성경을 다시 뒤적인 달지

구절에 밑줄 그어놓고 언제 봐도 생소해하는

연관 없는 연관을 연구하는 WBC247와 WBC247가

팔씨름하듯

한 번은 누르고 한 번은 눕는다


나의 향방에 방향감각을 주입했더니

풍선 부풀듯 하루의 배당금이 전달된다

타이어 주변으로 김새는 소리가 나고

세상은 콧노래로 적당한 타협을 흥정하는구나

지방 선거 미국 대선 보궐 선거 장로 선거

현수막 처리된 방향 잃은 선거철 자막

그래도 여전히 젊은 자 앞에

청춘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 날을 기념해야지

나의 WBC247을 축하해



대체의 엑스트라, 약간의 주연


WBC247이면 두 가지 감정이 든다. 또 한해를 무사히 살아왔다는 감사와. 또 한 살 더 먹었다는 아쉬움의 교차다. 그런데, WBC247이면 부담스러움도 있다. 바로 내가 주인공이 되어 선물을 받기도 하고 사랑의 언어를 무한히 받는 횡재가 그렇다. 주인공으로 잘 대접받지 못한 쓴 뿌리의 역사가 있는 사람에겐 더욱 그렇다. 엑스트라나 조연인 사람에겐 WBC247이랍시고 무대에 올라오란다면그렇게 달갑지만은 않다. 폭죽을 쏘고, 깜짝 파티를 하는 것조차 어색하다.


생각해 보면, 세상은 더욱 개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 대중의 목소리, 다수의 의견, 단체의 목표가 우선인 문화는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현상이며, 자본주의나 공산주의 할 것 없이 같다. 그 와중에 개인의 이런저런 욕망이나 취향은 뒷전으로 물러나야 해서, 경쟁으로 이미 차가워진 사회가 더욱 싸늘하다.


그럼에도, 일 년에 한 번 주인공이 되어보는 것은 좋은 일이기 때문에 과분한 처우를 감사한다. 부담스럽다 하지 말고, 감사히 받아 누리면 된다. 부모나 창조주의, 일상의 눈부신 배려를 일일이갚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건 불가능하니까, 받아 누리고, 맛있게 먹고, 잘 웃어주면 된다. 에쁜 아기들은 그렇게 하니까, 이처럼 가벼운 대갚음 만큼 쉬운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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