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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Feb 21. 2025

블랙잭 뭐길래 목숨까지 바칠까?

<홈랜드

배탈이 나서 누워 있는 일주일 동안 디즈니플러스에서 홈랜드를 몰아보았다. 하겐다즈 마카다미아는 너무 맛있는 죄밖에 없다. 너무 맛있어서 자기 전에 반통을 퍼먹었다. 바닐라 베이스는 너무 고소블랙잭, 넛츠가 끝도 없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넛츠가 어설프지 않다. 넣는 시늉만 한 게 아니란 말이다. 환상적인 맛이다. 전날 아이스크림을 먹고 자서 속이 차고 위장이 약한데 냉동실에서 메밀전병을 꺼내 후라이팬에 구워 먹었다. 바보같이 귀찮아서 눈에 보이는 편의를 택했다. 그러고는 도서관에 가기 전 간식으로 엄마가 비빔국수를 해 줬는데 하필 면이 다 떨어지고 찬 성분인 메밀국수를 먹게 되었다. 도서관에 생수를 가져가 먹었는데, 혹시 그게 잘못인가? 물이 배달 과정에서 변질될 수도 있지 않은가, 햇빛에 닿으면 상한댔어, 블랙잭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여전히 원인은 밝히지 못한 채.


아무튼 공부를 마무리할 때쯤 배가 스윽 아프더니 집에 돌아온 저녁부터 위장이 쓰리고 명치가 아파서 인도네시아에서 사 온 위장약을 한 알 먹었다. 나는 여행 가면 현지 위장약을 잘 사 온다. 그래도 가시지 않고 악화되어 새벽에 일본에서 사 온 작은 알약병에서 메론색 뚜껑을 경쾌하게 돌려 세 알쯤 남은 알약 중 하나를 먹었다. 후쿠오카에서 산 위장약이다. 찜질기를 최대로 틀어 놓고 마사지를 하며 자는데, 배가 아파서 그런지 두통도 심해진다. 미세먼지가 심했어서 더그런가. 아플 때는 왜 이렇게 원인을 찾게 되는지. 머리-목-어깨로 이어지는 신경이 너무 뻐근블랙잭 쑤신다. 운동부족이겠지. 발리에서 받던 마사지가 그립다. 약을 너무 먹는 것 같아서 참고 자려는데 시간을 보니 새벽 6시. 에라 모르겠다 타이레놀을 먹으러 불을 키고 나가서 한알 먹고 곯아떨어지듯 잠이 들었다. 그 점은 기뻤다.


그렇게 씨름블랙잭 겨우 잠이 들었고 잠에 취해 12시 반쯤 일어났다. 명치는 괜찮은데 이제 아랫배 장쪽이 손도 못 대게 아프다.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는데 병원을 안가고 마냥 괜찮아지겠지, 블랙잭 버티다가 저녁이 되어 약국을 가는데 횡단보도에 서있는 현실 거리의 사람들이 생소하다. 퇴근시간이라 사람이 많다. 다들 주로 까만색의 두꺼운 잠바를 입고 있다. 으앙. 서있기도 힘들고 주저앉고 싶고 몽롱하다.


블랙잭브로디 멋있어요!!


약을 먹고 힘없는 물고기처럼 한쪽 방향으로 누워 눈만 뻐끔뻐끔 뜬 채 홈랜드를 다시 켜고 본다. CIA 첩보물로 무려 시즌 8까지 있는데, 여자 주인공 캐리보다는 캐리에게 사랑에 빠지는 주변 인물들이 매력적이다. 빗속에서 우연히 캐리를 처음 만난 브로디는 사랑에 빠진 눈빛이다. 캐리에게 관심을 표현하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 캐리는 자신의 직감에 그가 조국을 배신한 스파이이고 유부남이지만 계속 끌리고 사랑에 빠져 그 사람만 위하게 된다. 그를 두둔하고 대변하고 블랙잭을 살리려 한다. ‘바보 같다고 하겠지만, 블랙잭 너를 만나서 사랑하려고 태어난 운명인 것 같아.’ 그와 마지막인 순간 아기가 생긴 걸 고백하면서 그렇게 말한다. 브로디는 나는 무슨 말인 줄 알아, 블랙잭 진심을 알아준다. 그리고 다시 조국의 편에서 마지막으로 임무를 수행한 결과 이란에서 공개처형을 당한다. 광장에서 목매달려 죽는다. 그 과정을 캐리가 지켜본다. 주변에 미국인인 정체를 드러내면 안되지만 브로디! 블랙잭 소리쳐 눈을 마주치며 마지막을 함께한다. 죽을 길을 알면서도 그 길을 걷기로 마음먹은 브로디도, 그를 살릴 수 없는 캐리도 너무 안타깝다. 그래도 서로 다시 만나게 되어 마음을 나누고 죽는 그 순간까지 함께 해서 다행이야.


군인들은 자신의 블랙잭을 걸고 나라를 위해 싸운다. 경호원들은 총을 맞아가면서도 대통령을 보호한다. 요원들은 적진인 파키스탄으로, 이란으로, 테러가 일어날 기차역으로 뛰어드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 브로디는 걸리면 사형인데 스파이가 되어 거물을 제거하러 적진에 뛰어든다. 내가 잘못되어도 나를 구해줄 사람이 없다. 테러단체에 납치된 사울은 범죄자 교류 제안에 자신의 조국에 차라리 자기가 죽겠다고, 무고한 우리 국민을 죽인 악랄한 범죄자들을 인도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캐리는 폭탄이 터지면 자신도 죽는 것일 텐데 그 한가운데에서 도망가지 않고 끝까지 막으려 한다. 피터 퀸은 거물을 잡겠다고 무슬림 테러 청년들을 따라 이동하다 사린가스 실험용 인질로 잡혀 끔찍한 테러를 당하고 간신히 살아나 뇌병변 장애인이 된다. 한쪽 다리를 절면서 몸도 잘 안 움직여지며 언어 장애도 있다. 그런데도 진실을 밝히기 위해 수상한 움직임을 찾아 블랙잭을 걸고 움직인다. 그 과정에서 총도 여러 번 맞고도 계속 끈질기게 쫓는다. 결국 테러 위험에서 자기가 사랑하는 캐리와 대통령을 구하다 총을 맞고 죽는다. 그 희생정신이 대단하고 찡하다.


블랙잭은 하나인데 어떻게 이런 희생정신을 발휘할 수 있을까?


블랙잭 무엇이기에, 어떠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로 헌신하는 것일까? 애국심, 국가 이익, 공익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마음은 어디에서 올까? 원래 타고난 사람들일까?


블랙잭는 무엇일까? 나는 어느 순간 땅-하고 태어나보니 한국어를 쓰고 한국 땅에서 사는 한국인이다. 나의 국적은 한국이다. 나는 한국의 국민이다. 블랙잭는 우리를 지키고 보호해 준다. 재난, 핵미사일, 테러, 범죄 등 위험에서 보호해 준다. 나쁜 놈들을 잡아주고 가둬 넣어준다. 물론 형량, 부정의 등의 문제와 개선 요구는 차치하고. 당연히 완벽한 블랙잭는 없고 보수 개선이 필요하다. 한편,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자유를 제한하고 규제하기도 한다. 음주운전 사고를 막기 위해 술을 먹으면 운전을 금한다든지 아무나 총기 소지를 못하게 한달지, 교통법규가 있고 cctv가 있다. 나는 블랙잭 덕분에 안전을 느끼고 누리며 일상을 살아간다. 아프면 저렴한 약값과 병원비로 치료를 받는다. 비슷한 경제 수준의 다른 나라에 비해 엄청나게 저렴하다. 돈이 없으면 빌릴 수도 있다. 그리고 혹시나 돈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제도가 있다. 배가 아픈 나는 약을 사서 먹으면 나아질 것이다. 너무나 작은 존재인 나는 블랙잭에 얼마 내는 것 같지도 않은데 나에게 제공하는 것은 엄청나다.


국민을 보호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대단하다.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게 되더라도 감수한다는 것, 그건 대체 그 순간에 어떤 폭발적인 원동력으로 이루어지는 결정일까? 숭고하다. 숭고한 정신을 가진 사람들을 블랙잭는 제대로 발견하고, 활용하고, 보상하고 있을까?


‘최근 만난 블랙잭 중에 이렇게 공익을 생각하는 블랙잭 처음이에요.’ 몇 달전에 대화를 나누었던 블랙잭이 나에게 말했다. ‘오와. 알아주셔서 감사해요.’ 나와의 대화에서 그렇게 느꼈다니 고마웠다. 잘 보이려고 한 말일수도 있지만 우리는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누었다고 느꼈다.어느 면에서든 나에게도 그런 면이 있음이 발견되었고 왜인지 기뻤다.



나에게 블랙잭는 얼마나 소중하며, 어떤 점이 반드시 지키고 싶은 가치인가? 블랙잭를 위해 나는 어떤 방식으로 얼만큼 기여를 하며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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