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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May 17. 2025

메이저사이트감동은 친절한 말투에서 나오지 않는다

과제를 하러 동네 스타벅스에 갔다. 평소에는 카페인에 엄청나게 취약해서 커피나 홍차류를 안 마시지만 오늘은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를 마시기로 했다. 아아를 마셔보자. 빠니니나 이런 거 있으면 먹어볼까, 메이저사이트 어플에 샌드위치류, 케이크류를 살펴본다. 요즘엔 어떤 게 있나 살펴보다가 아니다 일단 과제부터 하자, 메이저사이트 노트북을 펴고 무언가 일을 메이저사이트 있는 듯한 젊은 남성 두 명이 먼저 자리해 앉아있는 넓은 황토색 나무 테이블 중간 자리에 잡았다. 노트북 자리는 들쑥날쑥 앉는 게 무언의 그런 거다. 저번에는 유튜브 편집을 메이저사이트 있는 사람도 있었는데. 평일 낮에 스타벅스에서 이 무언의 노트북 나무 테이블에서 뭔가를 메이저사이트 있는 사람들을 보면 괜히 궁금해진다.


올 때는 비가 그쳐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벽을 내리치는 강한 빗소리가 나서 카페 곳곳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모두 밖을 내다보았다. 핑크색 굽이 있는 크록스를 신고 나왔는데 맨발로 신은 걸 후회했다. 올 때 약간 비바람과 모래가 섞여 약간 찝찝하다. 겸사겸사 집중이 깨져 시간을 보는데 다른 조원과 간간히 소통을 하며 과제를 대강 마무리해 가니 벌써 세 시간이 지나갔다. 온 김에 오랜만에 진짜 뭐라도 먹을까, 즉흥적인 마음이 들어 다시 스타벅스 어플을 켠다. 피스타치오 딸기 생크림 케이크? 딸기 무슨 샌드 케이크? 를 호기심 있게 보다가, 딸기가 빠지면 좋겠다, 저번에 피스타치오 케이크 맛있었는데. 흥미가 사라져 샌드위치 코너를 보다가 결국 토마토바질 부리또 같은 걸 주문했다. 나는 원래 부리또를 좋아해서 친구들하고 멕시칸 식당을 가면 “난 부리도를 좋아해,” 하고 말했던 게 생각이 난다. 예전에 학교 근처에 싸고 양도 많고 맛있는 부리또 집이 있어서 종종 잘 사 먹었는데.


부리또를 찾으러 오라고 해서 찾으러 가서 쟁반을 들렸는데 마스크를 쓴 직원이 ”물도 같이 드릴까요? “ 하고 물어본다. 멀리 테이블에 놓인 내 컵을 보니 주문한 얼음 녹은 커피가 거의 밑바닥이다. 아, 네! 하고 대답하니 직원은 컵에 찬물을 반 정도 따르다가, ”따뜻한 물로 드리려고요.” 하면서 뜨거운 물을 이어서 따르기 시작한다. “와, 감사합니다!” 하고 대답했다. 그는 이어서 “매장이 추우시죠? 자리에 에어컨을 꺼드릴까요?” 하고 물었다. 내가 어깨에 옷을 두르고 있어서 그런가? 그렇게 막 에어컨을 꺼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춥지는 않았는데 생각해 보니 춥긴 해서 꺼주는 게 나는 좋았다.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추울 걸 생각해서 먼저 조치를 제안해주는 그 마음이 고마워서 속마음은 참 메이저사이트하시네요, 하고 말하고 싶었는데 귀차니즘과 세수만 하고 겨우 나와서 무지막지하게 다크서클이 내려와서 그렇게 낯선 사람과 오래 눈을 맞추고 얘기할 몰골이 아님을 깨닫고 “어, 네!! 감사합니다” 하고 톤에 고마운 마음만을 담아간단히 대답했다.


손님이 거의 없어서 세심하게 신경 써 준 것 같기도 하고 그 사람이 원래 섬세하고 따뜻한 사람일 수도 있고 스타벅스의 직원은 매뉴얼 또는 교육을 통해 체화된 것일 수도 있다는 여러 생각이 한 번에 들었다. 그런데 그 사람은 그렇게 하라고 교육을 받아서, 그래야 해서 한 것이라는 기계적인 인상을 전혀 주지 않았다. 톤업된 메이저사이트 서비스직의 말투도, 성향이 상냥하고 E스러운 사람 같아 보이지도 않았다. 배려를 받는 손님에게 따뜻하고 고마운 감정만을 느끼게 했다. 그래서 좋았다. 칭찬합시다 같은게 있어서 할 수 있다면 써주고 싶은데 얼굴도 이름도 몰라서 아쉽다.


공공기관 직원인 우리는 고객이 특별히 요청하지 않으면 고객에게 도움이 될 것임을 알면서도 굳이 그런 사항을 알려주거나 적극 안내를 하지 않을 때가 있다. 굳이 사서 일을 하나 더 추가하는 것이 싫을 수도, 말을 더 하기 귀찮아서이기도 하고 다른 일이 많아서 그럴 때도 있고 굳이 추가적으로 전화를 끊으려는 고객에게 수화기를 붙잡고 안내를 더 해서 처리한다고 성과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주어진 일을 소극적으로 최소한으로만 하는 것, 나와 성과에 도움 되는 일만 하는 건 고객이자 시민에게 봉사하는 정신과 태도와는 거리가 멀다. 머리로는 알지만 남탓, 조직 탓 환경탓을 한다. 뭐 항상 전사 목표로는 고객만족을 넘어 고객 감동을 추구한다고 외쳐봤자 고객을 대하는 직원 한 명 한 명의 마인드와 태도가 변하지 않으면 그냥 보고서에 글자로만 남는 말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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