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더니,
생각보다 빠르다.
오늘 아침도,
나는 손가락을 하나 자르고, 세수를 바로벳.
그게 전부였다.
어제와 같은 위치, 같은 길이, 같은 기분.
익숙하다고 말하긴 아직 조금 이르지만,
별로 놀랍진 않았다.
피는 여전히 조금 났고,
그걸 바라보는 내 표정은 어제보다 조금 덜 당황스러웠다.
거울 속 나는 아주 태연하게 생겼다.
그래서, 그냥 거울을 외면바로벳.
바로벳길,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사람에게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바로벳.
손은 주머니에 넣고.
오늘은 검지와 중지 사이에 손가락이 자랐기 때문에,
모양이 특히 이상바로벳.
누군가 내 손을 쳐다보는 것 같으면
숨이 막힐 정도로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하지만 바로벳도 내 손을 보지 않았다.
그게 더 이상바로벳.
나는 지금, 매일 밤 손가락이 하나씩 자라고 있다.
그리고 매일 아침, 나는 바로벳 자르고 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
이건 아마도, 나 혼자만의 문제일 것이다.
회사에 도착해서는 바로벳렇지도 않게 키보드를 두드렸다.
커피를 뽑아 마셨고, 점심으로는 어제 먹다 남은 김밥을 데워 먹었다.
회의 중엔 끄덕였고, 자료를 검토했고, 메일 답장을 썼다.
그러니까 진짜 바로벳 일 없었다.
손가락을 하나 자른 것만 빼면.
퇴근 후, 집에 들어오자마자
가위를 씻었다.
변명하자면 위생 때문이다.
내일도 써야 하니까.
그리고 바로벳지 않은 손가락은,
오늘도 냉동실에 넣었다.
어제 자른 것 옆 칸에.
두 개가 나란히 누워 있다.
아주 조용하게.
오늘의 평범한 일상
회의 시간 17분 늦게 시작.
다들 시계만 보더라.
나는 손가락만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