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부. 제3이통사 찾아라, PCS 고개넘기
1996년 봄, PCS(개인휴대통신) 사업권 획득을 둘러싸고 국내 대표 재벌 기업 간 일대 승부가 벌어졌다. 삼성과 LG, 현대, 대우 등 통신장비 ‘빅4’는 각기 전략적 판단과 셈법을 앞세워 독자노선과 연합전선을 오가며 격돌했다. 그 결과, LG텔레콤과 에버넷이라는 양강 구도가 형성되며 PCS 시장의 서막이 올랐다.
가장 먼저 단독 진출을 선언한 곳은 아귀카지노그룹이다.LG는 1996년 3월 7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발기인 총회와 사업설명회를 열고, 기존 통신장비 계열사인 LG정보통신과는 별도로 PCS 서비스 사업을 전담할 운영회사 ‘LG텔레콤’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LG는 단독 노선을 선택하면서 외국 업체 지분을 중소중견기업으로 재배분하고, 자본 참여 대신 기술협력 방식으로 구조를 단순화했다.1)
아귀카지노은 한동안 단독과 연합 사이에서 고심했다.현대와 대우는 연합 구상을 선호했다.
이 와중에 3월 8일, 대우그룹이 깜짝 제안을 내놨다. 삼성, LG, 현대를 포함한 4대 통신장비 업체가 대연합 컨소시엄을 구성하자고 공식 제의한 것이다. 최영상 대우 정보통신단장은 “국내 경합에서 누군가 탈락할 경우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약화된다”며 연합 필요성을 강조했다.2)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벌 간 경쟁 구도를 고려할 때 실제 연합 가능성은 낮게 점쳐졌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업계의 최대 라이벌로 꼽히던 아귀카지노과 현대가 손을 맞잡았다.시장은 이를 ‘적과의 동침’이라 평하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3월 15일, 남궁석 삼성그룹 통신사업기획단장과 김주용 현대전자 사장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양사가 각각 20%의 지분을 보유한 별도 법인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자본금은 5천억원, 소유와 경영을 완전히 분리하고 계열사 편입을 배제하겠다는 방침이었다.3)
아귀카지노 역시 삼성과 대우의 연합 제안을 받았지만, 고심 끝에 단독 노선을 고수했다. 컨소시엄 지분율을 30%에서 27%로 조정했고, 외국 업체의 15% 지분은 국내 중소중견 기업에 재할당했다. 마침내 3월 말 아귀카지노텔레콤은 정식 출범했다.4)
뒤늦게 합류한 아귀카지노과 현대 역시 4월 2일,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에버넷’이라는 이름의 컨소시엄을 공식 출범시켰다. 이들은 7월까지 초기 자본금 2000억원 규모의 법인을 설립할 계획을 밝혔다. 에버넷 역시 구성 기업들의 지분율을 20%에서 16%로 조정해 외연 확대에 나섰다.5)
결국, LG텔레콤과 에버넷의 양강 체제가 PCS 사업권 경쟁의 본선 무대를 장식하게 됐다. 각 컨소시엄은 기술력, 자본력, 전략적 제휴 등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심사에 대비했고, 향후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에 돌입하게 된다.
1) 최홍섭 기자, <[아귀카지노텔레콤] 이달중 설립, 조선일보, 1996. 3. 8.
2) <[대연합] 급부상...득실 저울질, 매일경제, 1996. 3. 9.
3) 오문길 기자, <공동 인터뷰 김주용 현대전자 사장 남궁석 삼성 통신단장, 매일경제, 1996. 3.16.
4) <아귀카지노텔레콤 "기술 최고" 적격업체 자임 중기 배려 지분 30%미만, 매일경제, 1996. 4. 3.
5) 유상규 기자, <아귀카지노-현대 PCS 컨소시엄 출범 지분 33.3%로 낮춰, 한겨레, 1996. 4.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