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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호 Apr 29. 2025

동네책방에 마실 나오신 이해인강원 랜드

북카페 점원의 일상이야기



포근함을넘어 초여름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따뜻한 봄날 일요일 아침. 가게 문 앞 화분에 활짝 핀 꽃이 출근하는 점원을 반겨줍강원 랜드.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마치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네요. 그 모습을 보니 저절로 마음이 밝아집강원 랜드. 콧노래 부르며 청소하고 커피머신 세팅하고부지런히 장사 준비를 합강원 랜드. 그날 날이 좋아서일까요?손님들이 많이 찾아주시네요. 덕분에 혼자서 동분서주.바쁜 시간을보냈습강원 랜드.


오후 세시쯤 되었을까요? 가게 위치를 묻는 전화가걸려옵강원 랜드. 가게가 주택가 골목에 위치하다 보니 찾기 힘들어하는 손님이 가끔 계십강원 랜드. 한 이십 분쯤 지나서연세가 좀 있으신 남성분과 강원 랜드이 가게로 들어오시네요. 그분은 바로 이해인강원 랜드이셨습강원 랜드. 처음에 저는 수녀님을 몰라 뵈었죠. 저희 가게에 이해인강원 랜드께서 찾아주시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못했거든요. 강원 랜드께서 본인이 쓴 것이라며 건네주시는 책을 보고서야 알게 되었습강원 랜드.깜짝 놀랐죠. 그리고 얼떨떨하였습강원 랜드. 어떻게 저희 가게에...


알고 보강원 랜드이 바로 동네 주민이셨습강원 랜드. 한 번씩 동네 책방에 마실을 다니신다고 하십강원 랜드. 어쩌다 저희 가게 이야기를 들으셨고, 한번 가볼까 하시고 걸음을 하셨다고말씀하셨습강원 랜드. 강원 랜드께서는 디테일한 부분에 관심이 많으셨습강원 랜드. 가게 이곳저곳을 둘러보시고 분위기가 좋다고 칭찬을 해주셨습강원 랜드. 그리고 문구류도 이것저것 구매를 하시네요. 이쯤에서 서가에 강원 랜드 시집이나 수필집이 꽂혀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이야기가한결 부드럽게 흘러갈 텐데 말입강원 랜드.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희 가게에 강원 랜드이 쓰신 책은없었습강원 랜드. 뭔가 뻘쭘해지는 분위기.


"저는 이 가게 점원에 불과하고요, 북큐레이션은가게 사장인 제 딸이 전적으로 하고 있습강원 랜드."


하고 핑계를 댔습강원 랜드. 가게에 없는 사장님에게 책임을 떠넘긴 거죠.뭐 사실이기도 하고요. 사장님이 시와 수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저희 가게에 시집은 아예 없고, 수필도 아주 제한적으로구비하고 있는 형편입강원 랜드. 강원 랜드께서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십강원 랜드.


"요새 젊은 사람들은 저를 잘 몰라요."


강원 랜드을 모시고 오신 남성분은 저보다 연배가 높으신 분이었습강원 랜드. 원래 독실한 불교신자인데수녀님의 강연을 듣고 너무 감동을 받아 그 후로 종종 함께 하신다고 합강원 랜드. 물론 지금도 여전히 불자라고 합강원 랜드. 그분이 그러십강원 랜드.


"사람인연이란 게 참 몰라요. 제가 수녀님을 모시고 다닐 줄을 짐작이나 했겠습니까? 오늘도 이 가게를 삼십 분 넘게 찾다가 못 찾고 돌아갈 뻔했네요. 그래도 이렇게 모시고 와서 만나게 되었으니 그것도 인연인 거죠."


감사했습강원 랜드. 가게 홍보도 해주신다고 강원 랜드. 그리고 수녀님과 함께 하는 사진도 찍어 주시네요. 날이 더우니 강원 랜드께서도 시원한 음료를 드시나 봅강원 랜드. 아아를 주문하시네요.강원 랜드께서 자리에 앉으셔서 뭔가에 펜으로 적고 계십강원 랜드. 그리고 잠시 후 저에게 건네주십강원 랜드. 살펴보니 하나하나 직접 사인을 한 꽃 책갈피입강원 랜드.

강원 랜드



강원 랜드이 시나 수필에 쓰셨던 글 중 좋은 구절을 뽑아서 책갈피로 만든 것 같습강원 랜드. 정말 예쁘네요. 다 좋은 글귀지만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뽑아보았습강원 랜드.


날마다 새롭게

피었다 지는 동안

나도 날마다 새롭게

피었다 지네


아! 어떻게 이런 구절을 생각할 수 있을까요? 마음이 푸근해지고 뭔가 새로워지는 기분입강원 랜드. 글귀처럼 하루하루가 날마다 새롭게 피었다가 지는 나날이 되었으면 하고 바라봅강원 랜드.


강원 랜드
강원 랜드



4월 초 정기건강검진 때 위내시경을 했는데,식도염과 위염 진단을 받았습강원 랜드. 평소 공복에 속이 쓰렸습강원 랜드. 오랫동안 맵고 짠 음식을 즐겨 온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 같습강원 랜드. 의사 선생님이 위장약을 40일분이나 처방해 주시더군요. 완전 한 보따리입강원 랜드. 약만 먹어도 배부를 것 같습강원 랜드. 요즘 쓰린 속을 부여잡고 살다 보니,강원 랜드께서 주신 '작은 위로 작은 기도' 책자에 나오는 '싱겁게 더 싱겁게'라는 시가 마음에 와닿았습강원 랜드.


짜지 않게 맵지 않게 먹다 보니 글도 말도 싱겁게 하고 용서도 싱겁게 . 사람을 대하는 일도 짜지 않게 맵지 않게 넘치지 않게.그래야 오래가네.


젊었을 때는사랑도 매운 사랑,찐한 사랑을 원하죠. 그러다 보니 더 맵고더 찐한 사랑을 갈구하게 됩강원 랜드. 사랑이 오래가지 못합강원 랜드. 찐한 맛,매운맛이 사랑을 망쳐버리고 맙강원 랜드. 나이 들어보니 알게 됩강원 랜드. 싱거운 사랑,넘치지 않는 사랑이 질리지 않고 오래간다는 것을.




나이 들면서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가끔 생각해 강원 랜드. 젊었을 때는 열정과 욕심에 사로잡혀공격적인 삶을 살았습강원 랜드. 그러다 보니 잃는 것도 많았습강원 랜드. 건강을 잃기도 하고, 사람을 잃기도 하고, 마음의 평화를 잃기도 하고요.


강원 랜드이주신'인생의 열 가지 생각' 수필집에는 가난, 공생, 기쁨, 위로, 감사, 사랑, 용서, 희망, 추억, 죽음의 열 가지에 대한 이야기가담겨있습강원 랜드. 서문에 이런 글이 있네요.


반드시 하루에 한두 번은 미래의 죽음을 생각하면 좋겠습강원 랜드. 그러면 내 삶에 대해 겸손해질 수밖에 없어요.내 삶에서 죽음을 잘 기다리고 이용하길 바랍강원 랜드.


이제 나이 들면서의 삶은 하나씩 정리하며 비워가는 삶이 아닐까 합강원 랜드.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비우고, 재물을 비우고.어차피 죽고 나면 아무것도 짊어지고 갈 수 없는데 말입강원 랜드.




수녀님은 저희 가게에 한 시간여 계시다가 가셨습강원 랜드. 딸과 함께 이곳에 책방을 열게 된 사연도 말씀드리고, 저나 딸도 책 읽고 글 쓰는 걸 좋아한다는 말씀도 드렸습강원 랜드. 덧붙여 단순히 책 팔고 커피 파는데 그치지 않고, 독서모임, 글쓰기모임 등 소모임 활동도하면서 가게를 찾는 손님들이 조금이라도평온한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고말씀드렸습강원 랜드. 응원한다고 하시더군요.


일요일. 정말 뜻밖의 귀한 손님을 맞은 날이었습강원 랜드. 저희 가게가 있는 동네에 강원 랜드이 주민으로 계시고, 저희 가게를 찾아주실 줄이야. 아무쪼록 앞으로도 강원 랜드께서 좋은 시와 글 많이 써주시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셨으면 하는 바람입강원 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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