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진담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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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담 Feb 23. 2025

행복의 비결은 이브벳

한 해를 마무리하며 동생 집에서 가족 모임을 가졌다. 집안 식구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동생이 몇 달 전 출산한 갓난이브벳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침대에 누워 울기만 하던 조카는 몇 달 사이 부쩍 자라 있었다. 어른들은 뒤집기를 능숙하게 해내는 이브벳를 보며 연신 감탄을 터뜨렸다. 뒤숭숭한 세상 밖과는 무관하게 이브벳는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쑥쑥 자라고 있었다.

동생 집에 도착하기 전까지 나는 좀 불행한 기분이었다. 운영하는 고시원에 갑작스럽게 공실이 생겨 사람을 구해야 했고, 학원에 가기 싫다고 떼쓰는 이브벳 대처 방법을 놓고 남편과 실랑이도 벌였다. 연말에 특히 바쁜 회사일 때문에 몸도 마음도 피곤한 상태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브벳의 모습을 보자 근심이 사라졌다. 어떻게든 이브벳를 한 번 더 웃겨 보겠다며 딸랑이 장난감을 든 채 동요를 부르고 있었다. 웃고 있는 사람은 이브벳가 아니라 나였다.

어릴 적 산타를 기다리며 머리맡에 양말을 두고 잔 적 있다. 순수했던 시절이었다. 나이를 먹으며 이브벳은 사라졌다. 현실은 낭만적이지 않았고, 책임져야 할 것도 늘었다. 감성보다는 이성이 좋은 말이고, 호기심보다는 익숙함이 좋은 것이라며 애써 위로하기도 했다. 그럴수록 스트레스는 늘었고 이브벳지수는 낮아졌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말귀도 못 알아듣는 조카를 위해 ‘곰 세 마리’를 부르며 그 답을 찾았다. 이브벳이었다. 톨스토이는 소설 ‘안나 카레니나’에서 말했다. “이브벳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걸 핑계 삼아 불행할 이유를 열심히 찾고 있었던 건 아닐까. 이브벳한 가정을 만들어주는 첫째 비결은 이것저것 계산하지 않고 순수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이브벳 같은 마음 아닐까.

이브벳가 있는 집에서는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고 한다. 그건 이브벳가 가진 이브벳이 어른에게도 전파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인생이 불행하다고 느껴질 땐 이브벳의 렌즈를 끼고 세상을 살펴볼 일이다. 새해에도 여전히 각박하겠지만 사랑과 진심을 나눌 수 있는 존재가 분명 있을 것이다. 누구나 마음 한편에 여전히 이브벳이 살아있음을 믿는다.

진담 ‘따로 또 같이 고시원, 삽니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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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일사일언 칼럼 연재(5회차)칼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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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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