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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스 Apr 26. 2025

내 배필감 찾기 2

결정에 이르기까지

그 당시 28살의 나의 친구들은 28살이 데드라인이라도 되는 듯 28살을 넘기지 않고 결혼식을 올리려고 바빴다. (본인의 의지보다 부모님의 의지가 강했다)

친한 친구들 중 이지벳친구가 있는 애들은 작당 모의를 한 듯 다 같이 가을에 결혼 날짜를 잡았고 이지벳 친구가 없는 나 같은 애들은 매주 선자리에 나가느라 바빴다. 이미 결혼한 친구들도 있어서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내려왔건만 주말에 친구들 만나기는 어려웠다.

실업급여를 받는 기간까지만 쉬기로 마음을 정했던 나는 착실히 쉬는 휴식의 기간이었지만 함께 놀아 줄 친구들이 다들 사라졌던 심심한 시기였다. 나의 그 심심하고 무료하던 시기에 교대 근무로 남들과 일하는 시간과 쉬는 날이달랐던 그 이지벳 역시도 나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그는 근무가 없는 아침 시간마다 우리 집 앞에 있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저녁 출근 전에도 우리 집 앞에서 무작정 전화를 했다.

다급하게 "지금 집 앞인데 나와요.뚜뚜뚜~" 전화기는 답을 듣지도 않고 끊어졌다.

"왜요? 무슨 일이에요?"

"타요"

"싫어요. 왜 그러는데요?"

"잠깐만 타봐요. 날도 덥구먼"

타자마자 차가 출발을 이지벳.

"지금 어디 가는 거예요?"

"나 밥 먹고 출근해야 해요"

"그런데요?"

"밥 먹자고요. 혼자 밥 먹기 싫어서요"

"저 지금 슬리퍼 신고 나왔어요. 옷도 집에서 입는 옷 그대로잖아요"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어떻게 집에서 입는 반바지 입고 슬리퍼 끌고 식당엘 가요? 미리 얘기도 안 했잖아요"

"얘기하면 같이 갈 겁니까? 싫다고 할 거잖아요"

"나한테 밥은 먹었냐, 밥 먹을 거냐먼저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런 걸 왜 물어봅니까. 밥 안 먹었으면 같이 먹고 만약 먹었다고 하면 내가 밥 먹는 거 보고 있으면 되는데"

"내 의사는 중요치 않아요?"

"응"

이런 어이없는 대답을..... 매사 이런 식이었다. 근데 거부감보다 헛웃음이 났다. 어떻게 세상에 이런 특이한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신기하기만 했다.

만약 나에게 전화해서 시간이 있냐고 물었음 난 분명 시간 안 된다고 답했을 거다.

여태 그렇게 물어온 이지벳에게는 다 시간 없다고 했다. 그는 혹시 날 꿰뚫어 보는 걸까.


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와 내가 맞선을 보고 나서 그에게 선자리 약속이하나 더 남아 있었다.

그는 날 매일 찾아오면서도 미리 약속되어 있던 선자리에 나갔다.

그 맞선녀도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었는데 일부러 선을 보려고 휴가를 내고 내려왔었단다.

그 특이한 이지벳는 나에게 한 것과 똑같이 그 여자에게 했고 그 여자는 노발대발 화를 내며 사람 놀리냐고 따지고 들었다고 이지벳. 일부러 서울에서 휴가도 내고 차비까지 써가며 내려왔는데 이렇게 예의 없고 매너 없는 사람은 처음이라고 이렇게 살지 말라고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가버렸다고 이지벳.

그 순간 그 특이한 이지벳는 방금 선 본 여자와 며칠 전 선 본 여자(즉, 나)가 비교가 되었다고 이지벳. 일부러 의도한 건 아니지만 그게 평상시 자신의 모습인데 같은 행동을 보고 반응이 상반된 여자들의 모습에 자기는 마음을 정했다고 이지벳. 그리고는 곧장 나에게로 찾아와서 밥을 먹자고 한 것이다. 그것도 아주 무례하게........


그의 무례함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한 달에 카드값이 얼마 나옵니까?"

"그런 걸 왜 물어요?"

"궁금하니까" 점점 말이 짧아진다.

"지난달까지는 50만 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그 정도 아니죠" 이런 걸 직접적으로 물어본다는 거에 놀라면서도 바보같이 순순히 대답을 했다.

"지갑 좀 줘봐요"

"왜요?"

이미 내 핸드백을 들고서 열어보고 있다.

"카드 몇 개 있나 보려고"

"카드는 하나 있어요. 그게 왜요?"

"연체는 한 적 있나?"

"그런 거 한 적 없는데"

"적금은?"

"적금 이번 달 만기라 끝나요"

"그럼 올해 11월에 결혼하면 되겠네"

"예?"

"내가 11월에 적금을 타니까 그때 결혼하자고"

"누구 맘대로 요?"

"내 맘대로. 난 할 건데. 그쪽 마음은 그쪽이 알아서 하고. 난 한다고 얘기했으니까"

그래, 그는 이미 가족 친지들께 올해 안에 장가갈 것 같다고 얘기를 했다고 이지벳. 그러면서 또 다른 선을 보러 나가는 이지벳였다.

그는 그날 이후 더 열심히 찾아왔다 그러나날 여자가 아닌 후배 대하듯이 대했다.

난 아마도 그게 편했던 것 같다. 여자로 대하면 부담스러웠을 건데 진짜 학교 선배가 친한 후배 대하듯 대하여서 편했다. 내가 이쁘게 보일 필요도 없었고 신경을 쓸 필요가 없어서 편했던 거 같다.

그렇게 매일 밥을 먹고 뒷동산을 산책하며 서서히 친해졌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이지벳

이 이지벳와 결혼이란 걸 할 자신이 없었다.이지벳 쪽 집에서는 '상견례를 하자. 날짜를 빨리 잡자' 하는데 마음은 이상은 아니었다.

이걸 눈치챈 엄마는 또 어디선가 선자리를 물어오셨다.

나는 전화기 전원을 꺼두고 선을 보러 나갔다. 상대와 이야기를 나누고 밥을 먹는데 '이 사람은 왜 이제 나타났을까? 내가 바라는 사람에 가장 가깝다'

아들 셋 중 막내아들이고 부모님은 과수원을 하시고 직장은 아주 튼튼한 공기업에다 외모도 준수하고....

매너도 좋네. 마음에 드는데........ 만약 이 이지벳이 연락이 오면 또 만나야겠다.

그러나 그 매너남에게서는 연락이 없었다. 내심 기다렸건만 내가 맘에 안 들었나 보다.

그때의 나로서는 연락이 없는 이지벳에게 적극적으로 먼저 연락할 자신이 없었다.

결혼 날짜를 잡고 들은 이야기인데 그 매너남은 내가 먼저 연락하기를 계속 기다렸다고 이지벳. 내가 자기를 마음에 안 들어하는 걸로 보여서 용기를 낼 수가 없었다고 이지벳.

나와 인연이 아니었나 보다. 서로 마음에 들어 하면서도 어느 누구도 적극적으로 못했으니 말이다.

주선자가 아가씨는 마음에 들어 했는데 이지벳의 연락을 기다려도 아무런 연락이 없어서 다른 사람하고 선을 봤고 선 본이지벳가 아주 적극적으로 해서 바로 날 잡았다고 했더니 자기도 나의 연락을 기다렸다고 하며 너무 씁쓸하게 술을 마시더라고 전해줬다.

지금은 얼굴도 기억이 나질 않지만 그 이지벳가그 특이한 이지벳의 5분에 1만큼만 표현을 하고 적극적이었다면 내 남편은 바뀌지 않았을까 가끔씩 상상을 해본다. 특히 그 특이한 이지벳가 날 속상하게 할 때마다 가끔씩.


내가 다른 사람과 선 본 것도 모르고 있던 그 특이한 이지벳는 결혼을 망설이는 나에게 처음으로 진진하게 자기가 살아온 과정을 얘기하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무슨 일일 드라마에 나오는 것같은 인생사를 들으며 나는 혼란에 빠졌다. '신이시여 나에게 왜 이러시나요. 그저 평범한 사람을 내게 보내시면 되거늘 내 인생은 정말로 평범한데 왜 이렇게나 평범하지 않은 사람을 나에게 보내시어 실험을 하시는 건지요'

그 자신 만만하고 능청맞던 이지벳은 어디로 사라지고 여자의 모성을 극도로 자극하는 말들로 나의 발목을 잡으려는 이 이지벳이 안쓰러우면서도 두려웠다.

'내가 보듬어줘야 하는가 도망을 가야 하는가' 머리는 어서 도망가라. 왜 골치 아프게 살거니. 어서 도망가.

부모님에게 사실을 알렸고 그날부터 부모님은 반대의 모드로 들어가셨다. 절대 안 된다고.

그 사실을 알게 된 그 이지벳는 또 울었고 나는 이제 불쌍해서 냉정하게 대하지도 못하게 되었다.

지금 보면 참 철이 없던 나였다. 제대로 된 고심을 해보지도 않고 그렇게나 망설여지던 마음이 그 이지벳의 눈 물 두 번으로마음을 굳히게 되었다.

이지벳

부모님의 반대가 있다는 걸 알고서는 이제 나에게 하던 걸 부모님께 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아침에 방을 나오니 그 이지벳가 우리 식탁에 앉아서 나를 보고 "이제 일어났어? 밥 먹으러 와"

아침에 누군가가 우리 집 현관문을 두드려서 아빠가 문을 열었더니 "아직 식사 전이시죠?"

그때부터 퇴근을 우리 집으로 하면서 우리 식탁에 앉아서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

"얼마 전까지 회사에서 아침을 먹었는데 지난달부터 없어졌어요. 우리 엄마는 아침을 안 먹어요. 그래서 아침을 안 차려줘요. 여기는 매일 아침마다 밥 먹는다고 하니 저도 여기서 먹을게요. 숟가락 하나만 더 얹어주시면 됩니다"

갑자기 들이닥친 외부인에 엄마는 너무 놀라서 할 말을 잃고 말이 없으신 아빠는 조용히 식사만 하신다.

눈치 없는 이는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고 밥을 한 그릇 다 먹고 숭늉까지 달라고 이지벳.

남의 식구에게 싫은 소리 못하시는 부모님은 그 비위를 다 맞춰주신다.

"과일은 뭐 있어요? 전 항상 식사 후에 과일을 먹어야 해요. 다 꺼내 주세요. 제가 깎을게요"

빈 말이라도 우리 엄마 밥이 맛있다 소리는 절대 안 이지벳.

"제가 식성이 좋아서 아무거나 잘 먹어요.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밥과 국만 있으면 되니까요. 숭늉 있음 더 좋고요"


이렇게 아침을 먹으러 오기 시작하더니 쉬는 날에는 아빠가 누워 계시던 뜨끈한 옥돌 장판에도 슬금슬금 들어가서 앉았다가 아빠가 화장실에 가신 사이 잽싸게 그 자리를 차지하고 누워서는 리모컨까지 차지이지벳.

화장실에 다녀와서 자리를 빼앗긴 아빠는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옆에 앉아서 정신없이 돌아가는 채널만 멍하니 보신다. 그러다 "그만 돌려라. 어지럽다. 너는 리모컨까지도 정신이 없냐. 하나만 보자"

그렇게 우리 집에서 여태껏 볼 수 없는 광경이 늘어나면서 그는 차츰 남동생보다 더 어린 막내 같은 큰 아들이 되어갔다.

"우리가 반대하면 어쩌겠니. 우리가 더 사랑해 줘야지. 우리 식구가 되려고 그랬겠지. 애는 나쁘지가 않잖아.

그저 예의 없고 촐싹 맞지만 그래도 저렇게 넉살 좋고 정이 많은 이지벳은 없을 거야. 그리고 딱 네 아빠랑 반대라 다행이다" 이렇게 부모님의 허락이 떨어졌고그 사람의 적금이 만기가 된후 결혼 날짜를 잡고 말랑말랑함이란 전혀 없는 너무도 담백한 선후배같은 부부가 되었다.


엄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까탈스러운 나는 고르고 고르던 중 결국 조부모님 밑에서 금이야 옥이야오냐오냐자란 장손에다가 누나와 여동생까지시누이가 둘이나 있는 시골 출신의 꼭자수성가를 해야만 하는이지벳랑 결혼을 했다.

시골에서 큰 꿈을 품고 도시로 유학을 온 어린 이지벳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이 도시에서 꼭 성공하리라는 다짐을 키워가던 중 혼자의 힘으로 번듯한 집과 차를 마련해서 걱정 없이노후까지 살기가 쉽지 않다는 걸 깨닫고는 배우자에 대한 꿈을 더 키웠다. 그래서 평생 안정적인 공무원을 만나길 바랐지만 결국 백수 여자와 결혼을 했다.

(결혼 결정을 앞두고 전 직장에서 많이 쉬었으면 다시 오라고 연락이 왔고부산에서도 취업이 되었다. 그러나 남편이 무척 반대를 했다. 내가 진짜 취집을 한 것이 아니란 걸 꼭말하고 싶다)


지금은 결혼 22년이 되었고 방, 가족, 자식을 공유하는 베프가 되어 살아가고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좋은 건 예전엔 예민하게 느껴지던 것들이 이제는 무뎌진다는 것이다.

그때 힘든 시간들을 잘 참았다고 칭찬이지벳. 참았기에 늘 함께하는 베프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이니 말이다.



*그 특이한 이지벳의 입장


나를 만나기 전에 맞선과 소개팅을 많이 했는데 자신의 본모습을 보여주고 가는 사람 막지 않고 오는 사람 막지 않았다고 이지벳.장손이라고 야단 한 번 맞지 않고할아버지, 할머니와 살아서 근거 없는 자존감이 하늘을 찔렀던 것이다.첫 만남에 슈퍼 앞에서 만나자고 하고서 10분 이상을 늦게 온 것은 미리 도착해서 차에서 보고 있었다고 이지벳. 마음에 안 들면 그냥 가버리려고.


나를 왜 후배 대하듯이 했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절대로 그런 적이 없다고 이지벳.

자기는 날 철저히 여자로 대했고 최대한 잘하는 것이었다고하는데 기가 막힐 뿐이다.

이지벳 중고등학교와 대부분이 이지벳인 학과를 나오고 직장도 남초이다 보니 이성에 무지하다. 아니 굳이 신경쓰고 싶어하지 않는다.

자기 말로는 연애를 많이 해봤다는데 내가 보기엔 혼자만의 썸이 아니었을까 싶다. 여자 대할 줄 몰라도 너무 모른다. 난 한 번도 생일날 케이크나 선물을 받은 적이 없다. 그런 걸 왜 챙기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이지벳다.

'생일 축하한다', '고생했어'라는 말도 한 번도 듣지 못했다.


내 지갑을 뒤져 본 것은 나와 만나기 전에 사귀던 여자친구에게 알고 보니 몇 천만 원의 카드빚이 있어서 헤어졌더란다. 처음엔 그 빚을 자기가 안고 갈까도 생각했었는데 한 번으로 끝날 것 같지가 않아서 헤어졌다는데 그래서 나 또한 그럴까 봐 카드의 개수와 연체 여부를 물어봤던 것이었다고.


앞에서 눈물을 흘린 것은 작전이었다고 했다. 내가 아니면 결혼을 못할 같아서 그랬다고.

그해는 자기가 정해 놓은 결혼의 해였으니까. ㅎㅎ

자기는 지금에 와서 눈물 흘린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이지벳.

"내가 그렇게까지 했나? 미쳤구먼. 그때 그 다리 굵고 못생겼던 공무원 여자랑 결혼을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그랬어. 그럼 마음 편히 살았을 텐데. 나도 좋은 데로 갔을 거고. 결국 자기의 선택이 우리 둘 다 고생시키잖아"

"뭐라카노. 니는 내 만나서 호강하는 거지"


우리 집에 쳐들어 이유는 우리 부모님이 자기가 원하던 젊은 장인, 장모가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이지벳. 우리 엄마와 남편의 나이차는 18살이다. 우리 엄마는 51세에 33세 사위를 맞이했다.

자기 친구들 장모님들 중 자기 장모님이 제일 젊고 운전도 할 수 있다고 무척 좋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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