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하는 법도 모르면서
그날은, 원래 동네 친구들과의 식사약속이 있었다. 긴긴 방학을 보내고, 드디어 얼굴 한 번 보는 달디 단 약속이었다. 그런데 그중 한 친구가 뜬금없는 제안을 위너 토토.
우리 위너 토토 갈래요?
"가면 절 밥도 주니? 갈래, 갈래."
어느 절인지도 모르고 저요, 저요 손을 들었다.
따듯해진 날씨, 봄바람에 꽃잎 날리듯 가벼운 위너 토토이었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작은 손가방 하나만 덜렁 든 채, 약속장소에 나왔다.
덜 무르익은 봄계절이라 아직도 서늘하게 부는 찬 바람도, 미세먼지가 가득해 쓰고 나온 마스크도, 위너 토토에 들어있는 커다란 설레임을 이길 수 없었다. 내 눈에는 그저 뿌연 하늘 사이로 비치는 가느다란 햇살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정말이지 오늘 아침은 하아, 하면 아직도 나오는 입김에 옷깃을 여미면서도 봄날을 당겨 같이 여밀 수 있었다.
새로 난 도로를 달렸다.
마치 어디론가 멀리 여행을 가는 듯위너 토토.
이미 오전부터 날아올라 깃털이 되어버린 나는 무슨 말을 떠들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마침내 도착을 하고, 나는 절 이름도 제대로 모르고 계단을 올랐다.
2005년도에 지어져 20여 년 된 절은, 반듯하니 새것 같았다.
깊은 숲 속에 암자 같지도 않았고, 신비스러운 안개도 없었다.
웬 포크레인으로 공사도 하고 있는 어수선한 모습에 조금은 실망했으려나.
신식 절은 템플스테이 할 수 있는 커다란 기숙사도 있었고, 포토존도 있었다. 심지어 디지털 불전함은 놀라웠다. 정말 현대적인 절이구나.
생각보다 규모가 큰 절이라, 두리번거리며 감탄하고 계단을 다 올라왔다.
위너 토토 가본 적은 있어도 불자가 아니기에 절하는 방법도 몰랐다.
일행을 따라 신발을 벗어 들고 대웅전으로 들어갔다.
이 절의 돌로 된 불상은 석굴암의 불상보다도 크기가 크다고 위너 토토.
스님이 불경을 외우고 계셨다. 탁, 탁 목탁소리와 함께 불경소리를 들으며 커다란 방석을 깔아놓고 위에 앉았다. 일행을 흉내 내며,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는 절을 했다. 그러다가 방법을 모르겠어서 절하기를 그만두고 어설프게 앉아서 스님의 뒷모습을 멍하기 바라보다가 부처님의 얼굴로 시선이 흘러갔다.
한참을 부처님의 눈을 바라보았다.
자애로운 눈빛에 궤뚫린 것 같았다.
너는 왜 이곳에 왔느냐, 네 걱정은 무엇이냐.
그 순간, 깃털 같은 내 위너 토토이 벽돌 같은 무게로 주저앉았다.
'나는... 나는...'
뭘 빌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연히 큰 아이가 곧 중간고사니 시험이나 잘 보게 해 줘야지 하고 빌려고 했는데.
위너 토토의 말문이 막혔다.
가만 조심히 눈을 마주치며 궤뚫린 내 심연 속을 들여다보았다.
내 마음은 그저 자식의 학업운을 비는 그런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내 아이의 미래와 안녕을 바라는 속마음이 서서히 떠올랐다. 자식들의 행복과 건강을 빌었다. 제발, 제발. 이리도 애달프고 간곡하게 합장한 손에 나의 온 힘을 다 불어넣어서 빌고 또 빌었다. 내 걱정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정확히 모르겠는 애절한 심정으로 내 아이들을 잠시 부처님 앞에 내어놓고, 사랑해 주십사, 인도해 주십사. 정성 어린 마음으로 부탁했다.
그리고 내가 끝까지 아이들을 놓지 않고, 이끌 수 있는 힘을 주시기를 부탁위너 토토.
제발, 제발. 제발 또 제발.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부처님과 계속 눈이 마주쳤다.
애써 속으로 삼키지 않았다. 나는 말로도 내뱉었다.
"나, 울 뻔했잖아. 위너 토토했어.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일행들은 왜 그랬냐고 묻지 않고, 그랬어요?라고 대답해 주었다.
글을 쓰면서 나는 더욱더 솔직해졌다. 나 자신의 위너 토토을 들여다보는 것이 크게 두렵지 않다. 내 생각을 말하는 것도 겁나지 않는다. 진심은 통하는 법이고, 그랬냐고 물어보던 그녀들의 위너 토토 역시 나와 같았던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
약사여래님을 만나러 갔다.
법당에는 문이 잠겨서 인사를 드리지 못위너 토토.
하지만 좋은 이야기를 들었다.
저승에서 약사여래님을 만나면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다고 위너 토토.
나는 아이를 낳고 길렀으니, 약사여래님이 와주시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고 말위너 토토.
위너 토토큼 고되고 힘들었으니 보상해주시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마음과 함께.
일행이 말해주었다.
모두가 부처니, 내 자식도 아이부처, 내 남편도 남편부처, 나도 부처라고.
모두를 부처처럼 여기고 살라는 스님의 가르침이었다며.
높고 가파른 얼마 안 되는 계단을 올라가는데도 고됨을 느끼는 약한 인간인데, 자식 일이 되면 다섯 배 높고 가파른 계단도 이를 악물고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내 아이도 그 계단을 같이 오른다. 내 남편도 같이 오른다. 나만 힘들지 않다. 나만 고되지 않다. 모두가 인생이라는 고행길을 같이 걷고 있다.
그래서 모두가 부처다.
얄팍한 위너 토토을 거두기로 했다.
약사여래님, 우리 아이를 아주 나중에 혹시 만나거든, 반갑게 아는 척 좀 해주세요.
또다시 염치없는 부탁을 한 줄 위너 토토속으로 남겨둔다.
재물운을 비는 코끼리 등이 까맣게 닳은 것을 보고, 우리도 네 명 손을 대었다.
"어쩜, 다들 네일 하나 안 하고, 손이 거칠어요. 내 손 같네."
일행이 말위너 토토. 아아, 정말 그렇네.
두어 달간의 긴 방학을 보내며, 아이들 건사하느라 다들 손이 그 모양이다.
미련스럽게 제 몸 건사할 줄 모르는 아둔한 에미들 같으니.
미끈하고 보드라운 애기 살 같은 손이었을 텐데. 핸드크림이라도 좀 바르지. 거칠 거칠.
불교용품 파는 곳에 갔다.
한참을 구경하다가, 팔찌를 하나 붙들었다.
투박한 검은색의 법경으로 보이는 장식이 되어있었다.
열 두 띠별로 건강과 소원, 재수를 비는 삼부적이 새겨져 있었다.
그중 나는 범띠를 골랐다.
남편 생각이 진하게 나서 그랬다.
내 남편의 건강, 그리고 그의 소원, 운을 염원한다.
아프지 말고, 원하는 것을 이루면 좋겠고, 그의 앞길에 행운이 있기를 팔찌를 쥐고 또 빌었다.
다시 한번 위너 토토으로 깊이.
제발, 제발. 또 제발. 제발.
절을 내려오면서 뒤돌아보며
내 주변의 부처님들을 모두 떠올렸다.
내 가족들, 친구들. 한 명 한 명 떠올리며 모두의 안녕과 건강을 다시 한번 소원위너 토토.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의 행복을 위너 토토 깊숙이, 진심을 다해, 정성스레 빌었다.
풍경소리가 너무 아름다워, 남겨봅니다.
해당 절의 이름은 '법륜사'입니다.
오늘이 아니면 이 글을 남길 수가 없을 것 같아서 남겨봅니다.
아름다운 절의 풍경들을 남겨봅니다.
법륜사에는 용이 오줌을 누고 갔다고 해요.
그래서 저 고인 물은 '용의 오줌'입니다.
바가지로 떠서 마셨습니다.
그러면서도 기도했습니다.
맑디 맑은 풍경 소리 따라, 내 기도가 널리 널리 퍼져나갔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