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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서린의 뜰 May 15. 2025

명란 케이카지노 때문에 대전에 다시 갈 순 없잖아

빵에 진심인 나의, 아주 사소하고 성스러운 이야기


지금으로부터 십 년 전쯤이었을까. 그때도 이미 꽤 유명한 집이었고 대전에 갈 일이 있을 때마다 들러서 빵을 사 오곤 했다. 그런데 그 사이 워낙 유명해져서 이번엔 이곳을 가기 위해 대전을 가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좁은 가게 안은 여전하다. 그때는 돌 지난 딸아이와 남편과 함께였고 혼잡한 가게 내부에 애를 데리고 가기는 어려워 보였다. 남편과 아이는 잠시 밖에서 기다리라고 해 놓고 나 혼자 들어가서 급한 마음에 튀김 소보루와 부추 빵, 교황님이 드셨다던 스콘등 눈에 띄는 것들만 골라 담았던 기억이 난다. 그 사이 식구가 한 명 더 늘었고, ‘친구들 만나고 맛있는 빵 사 오라’는 주문까지 더해져 이번엔 선택에 조금 더 신중을 기했다. 무슨 빵을 사다 줄까 묻자 ‘소시지빵’이라고 콕 집어 얘기 한 작은 아이였기에 납작한 소시지 빵은 쟁반 맨 아래 일찌감치 눕혀 놓았다. 군산 이성당과 목포 콜롬방의 야채빵을 좋아하는 큰 아이는 분명 부추빵도 좋아할 거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소금빵은 품절이라 미니 소금 크로와상을 부서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담고, 오기 전부터 눈여겨본 월넛 브레드와 명란 케이카지노까지 얹으니 금세 쟁반이 위태롭다.


행여 방향을 튼 앞사람의 어깨가 수북이 쌓아 올린 내 빵 쟁반 모서리에 닿을세라, 애써 담은 빵들이 와르르 쏟아지지는 않을지 노심초사하며 층층이 빵 탑을 쌓고는 계산대로 향했다. 어디가 줄인 지도 모르고 엉거주춤거리다 우연히 계산대 벽에 걸린 액자에 시선이 걸렸다.


“모든 이가 다 좋게 여기는 일을 하도록 하십시오” 로마 12:17


성경구절이 적힌 액자 바로 위, 먼지 낀 그리스도의 십자가상을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마침 오늘이 부활절이었고, 이 시간 부활 대축일 미사가 한창인 성당 대신 빵집으로 순례를 온 경건한 나. 나는 이제 영원한 생명을 주는 그리스도의 성체(밀떡)를 받아 모시는 대신 지금 당장 명란바게트를 맛볼 기쁨에 사로잡힌 빵의 광신도가 되어버렸음을 자각하는 순간이었다. 더 이상 내 성스러운 마음은 천주의 것이 아니요 오로지 쟁반 위의 빵을 향해 있었는, 나만 깨닫는 그 은밀한 씁쓸함. 나의 불신이 타락을, 탐욕을 의미하지 않으니 그저 한 줌의 밀에서 부풀려진 이 빵처럼 나 역시 내가 보기에도, 또 당신이 보기에도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 되는 나만의 부활을 잠시나마 꿈꿔보았다.


케이카지노는 겉은 딱딱하고 속은 부드러운 게 매력인데 먹다 만 케이카지노는 질겨져 당일 구매, 당일 섭취해야 하는 빵으로 나는 생각한다. 물론 마늘 케이카지노로 구워 먹어도 되지만, 플레인 상태의 케이카지노를 즐긴다면 말이다. 그래서 먹어보기 전에 이미 맛있을 걸 확신하는 명란 케이카지노는 욕심 내지 않고 딱 하나만 샀다. 모임 친구들과 각자 사 온 빵을 꺼내 나누어 먹는데 나는 내가 꺼내놓은 명란 케이카지노와 또 다른 친구가 꺼내 놓은 명란 케이카지노까지 살뜰히 먹어 치웠다. 그리고는 밀려오는 늦은 후회. 아, 더 살걸.


집으로 돌아와 다음 날 커피와 함께 월넛 브레드를 먹으며 생각했다. 애주가들에겐 독주의 체이서(chaser)로 도수가 낮은 술이 필요하듯, 빵순이에게 달콤 고소한 월넛 브레드의 체이서로 짭조름하고 담백한 명란 케이카지노가 있었다면 무한정 빵을 욱여넣었을 거란, 즐겁지만 미련한 생각을.


눈을 감으면 삼삼히 떠오르는 명란 케이카지노, 혀 끝에 감도는 간간한 감칠맛.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근처 명란 케이카지노 빵을 파는 곳을 검색해 봤는데 우리 집 근처에는 애석하게도 없었다. 그렇다고 다시 기차를 타고 대전에 내려갈 수 없는 노릇이고. 마침 냉장고에 명란이 있으니 케이카지노를 사서 구우면 어떨까 하고 명란 케이카지노 만드는 법을 검색해 봤다. 명란 케이카지노가 아른거리던 차,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듯이. 명란 케이카지노 만드는 법은 마늘 케이카지노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간단했다. 마요네즈에 명란, 알룰로스, 파슬리(없어서 대파로 대신)를 넣어 스프레드를 만들면 끝.


케이카지노를 사서 어슷 썬 다음에 명란마요 스프레드를 발랐다. 굽기 전에 스프레드만 찍어 먹어도 이미 맛있어서 절로 웃음이 나왔다. 에어 프라이기에 5~6분이면 구워져서 나오는 홈메이드 명란 케이카지노. 성심당 명란 케이카지노처럼 가운데에 속을 파서 명란을 채워 넣지 않았지만, 한 면 가득 명란을 넉넉히 발라 구운 케이카지노는 오히려 더 먹음직스러웠다. 한 입 베어 물고 회심의 미소가 새어 나왔다. 오, 대전 갈 기차표 아꼈네.


아이들은 명란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나 혼자 야금야금 먹을 요량으로 한 접시 구웠는데 한번 맛보더니 접시째 가져간다. 그래서 다시 구웠다. 그리고 그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


나는 오늘도 성스러운 마음을 안고 집 앞 빵집으로 향한다. 케이카지노를 사기 위해. 이 기쁨을 한 번 더 굽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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