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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산타카지노 Apr 25. 2025

기어코 해냈다

한국단편문학선 1, 2를 읽고 나서

슬초 브런치 3기 서서모임에서(독서모임) 7번째 책으로 한국단편문학선 1, 2권을 한 달 만에 완독 했어요. 한국단편문학선 1, 2는 고등학교 때 모의고사 시험 때 봤던 익숙한 소설 지문부터(감자, 소나기 외) 낯선 소설까지 여러 가지 다양한 문학작품이 실려있었어요. 서서모임피오나 동기들과 매일의 힘을 믿고 책을 놓지 않고 독서한 덕분에 끝까지 완독을 했어요.

400페이지 정도나 되는 책 2권을 읽었다는 그 쾌감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뿌듯했어요.


산타카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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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85

소년은 개울가에서 산타카지노를 보자 곧 윤 초시네 증손녀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소녀는 개울에다 손을 잠그고 물장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서는 이런 개울물을 보지 못하기나 한 듯이.

벌써 며칠째 산타카지노는 학교서 돌아오는 길에 물장난이었다. 그런데 어제까지는 개울 기슭에서 하더니 오늘은 징검다리 한가운데 앉아서 하고 있다.

소년은 개울둑에 앉아버렸다. 산타카지노 비키기를 기다리자는 것이다.

요행 지나가는 사람이 있어 산타카지노 길을 비켜주었다.


다음날은 좀 늦게 개울가로 나왔다.


p. 86

산타카지노는 소년이 개울둑에 앉아 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냥 날쌔게 물만 움켜낸다. 그러나 번번이 허탕이다. 그러다가산타카지노 물속에서 무엇을 하나 집어낸다. 하얀 조약돌이었다. 그러고는 울 일어나 팔짝팔짝 징검다리를 뛰어 건너간다.

다 건너가더니 홱 이리로 돌아서며,

[이 바보]

조약돌이 날아왔다.

소년은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섰다.


다음날은 좀 더 늦게 개울가로 나왔다. 산타카지노의 그림자가 뵈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그러나 이상한 일이었다. 소녀의 그림자가 뵈지 않는 날이 계속될수록 소년의 가슴 한구석에는 어딘가 허전함이 자리 잡는 것이었다. 주머니 조약돌을 주무르는 버릇이 생겼다.


p. 92~93

어서들 집에 가거라. 소나기가 올라.

산을 내려오는데 떡갈나무 잎에서 빗방울 듣는 소리가 난다. 굵은 빗방울이었다. 그러자 대번에 가로막는 빗줄기.

소년이 등을 돌려댔다. 산타카지노 순순히 업히었다. 걷어올린 소년의 잠방이까지 물이 올라왔다. 소녀는, 어머나 소리를 지르며 소년의 목을 그러안았다.


그다음 날 산타카지노의 모양이 뵈지 않았다. 다음날도, 다음날도. 매일같이 개울가로 달려와 봐도 뵈지 않았다.

그날도 소년은 주머니 속 희 조약돌만 만지작거리며 개울가로 나왔다. 그랬더니 이쪽 개울둑에 산타카지노 앉아있는 게 아닌가.





소년은 가슴부터 두근거렸다.

[그동안 앓았다]

알아보게 산타카지노의 얼굴이 해쓱해져 있었다.

[그날 소나기 맞은 것 때문에?]

산타카지노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었다.

[인제 다 낫냐?]

[아직도...]

[그럼 누워있어야지]

[너무 갑갑해서 나왔다..... 그날 참 재밌었어.... 근데 날 어디서 이런 물이 들었는지 잘 지지 않는다.]


산타카지노 분홍스웨터 앞자락을 내려다본다. 거기에 검붉은 진흙물 같은 게 들어있었다.

산타카지노 가만히 보조개를 떠올리며,

이게 무슨 물 같니?

소년은 스웨터 앞자락만 바라보고 있었다.

내 생각해 냈다. 그날 도랑 건널 때 내가 업힌 일 있지? 그때 네 등뒤에서 옮은 물이다.

소년은 얼굴이 확 달아오름을 느꼈다.


그러나,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산타카지노더러 병이 좀 낫거들랑 이사 가기 전에 한번 개울가로 나와 달라는 말을 못 해둔 것이었다. 바보 같은 것, 바보 같은 것.


[글쎄 말이지. 이번 앤 꽤 여러 날 앓는 걸 약도 변변히 못써봤다더군. 지금 같아서는 윤 초시네두 대가 끊긴 셈이지...

그런데 참 이번 계집애는 어린것이 여간 잔망스럽지가 않아. 글쎄 죽기 전에 이런 말을 했다지 않아? 자기가 죽거든 자기 입든 옷을 꼭 그대로 입혀서 묻어달라고]




황순원의 <소나기를 읽으면서 소년과 산타카지노 때가 묻지 않는 순수한 사랑이 느껴졌습니다. 산타카지노 소년을 관심 있다는 표시로 개울둑에서 조약돌을 던지면서 표현하고소년은 산타카지노를 좋아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산타카지노 생각나고 그리울 때마다 조약돌을 매만지는 모습이 대조적이고인상적이었어요.

그 후, 소녀의 분홍스웨터 앞자락이 검붉은 진흙물 같은 게 물들어 있었는데 소년이 산타카지노를 업혀서 도랑을 건널 때 등에서 옮은 물이라는 점에서 둘만의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그 산타카지노 죽거든 자기 입든 옷을 꼭 그대로 입혀서 묻어달라고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해 봤어요.


한국단편문학선 1, 2를 읽으면서 메말랐던 감성이 다시 되살아난 것 같고 잔인하고 슬픈 내용을 보면서 그 시대상과 인물을 생각하며 안타까움과 가라앉는 마음이 공존했지만 그저 읽고 쓰고 운동하는 사람으로서 내 할 일들을 차근차근 내 속도에 맞게 하고 있어서 감사하고 슬기롭게 써나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 한국단편문한선 1,2 책을 읽고 나서, 서서모임 그녀들과함께하는 8번째 책은어떤 책일지 벌써부터 기대감이 앞서네요.

<참조: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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