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자주 찾는 찻집이 한 곳 있습니다.
쌍화차부터 유자차까지,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몸과 마음이 건강해질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곳이지요.
어릴 적, 부모님께서 드시던 쌍화차에 노른자 하나, 잣이랑 대추도동동 띄운 모습이 고스란히 떠오르는 곳입니다.그렇다고 제가 이 집에서 늘 쌍화차를 주문하는 건 아니에요.올 때마다 메뉴를 두고 한참을 고민하지만, 결국 선택은 늘 같습니다. 바로, 팥케이슬롯입니다.
경복궁 옆, 삼청동에서도 몇십 분을 줄 서야 맛볼 수 있는 고급스러운 맛이에요. 하지만 집 근처에서이렇게나 고오급진 맛을 느낄 수 있다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팥케이슬롯와 함께 나오는 견과류와 콩가루는살짝 달 수 있는 팥의 맛을 고소하게 다듬어주고,
통팥의 부드러움은 견과류의 바삭함이 보완해 주어 참 잘 어울립니다.
곁들여 나오는 연유도 있지만, 굳이 더케이슬롯 않아도 충분합니다.
달콤함이 과케이슬롯 않고, 딱 알맞게 퍼지거든요.
이 케이슬롯를 먹는 저만의 방법이 있어요. 먼저,곱게 갈린 우유 얼음 위로 통팥을 눈송이처럼 살살 굴려봅니다.
통팥, 인절미, 작은 호두, 콩가루를 작은 눈송이 속 보물이 된 듯 감추어요.마치 어린아이가 눈밭에서 눈사람을 만들듯 그렇게요. 그렇게 조심스럽게 만든 한입을 드디어 입속에 조심히 넣습니다.
순식간에 부드럽게 녹아내린 우유얼음의 차가운 고소함이 입안 가득퍼지고,
곧이어 팥의 은은한 단맛과 견과류의 고소한 바삭함이 뒤따릅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남은 호두와 찹쌀떡의 달큰함을 천천히 음미합니다.
세상 가장 맛있는 팥케이슬롯 한 입, 그 순간이 완성됩니다.
동그란 검은색넓은접시는 눈꽃케이슬롯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접시의 차가운 온도는 케이슬롯를 조금 더 천천히, 오래도록 즐길 수 있게 도와줍니다.
건강한 향기가 가득한 전통 찻집에서 맛보는 팥케이슬롯는 그 어떤 메뉴보다 단연 으뜸입니다.
조금 이른 계절에 만나는, 저만의 팥케이슬롯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