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기분은 카지노 드라마입니다.
<카지노 드라마밥
아들의 오케스트라 오디션 결과가 나왔다.
불합격.
그 사실을 확인한 순간, 나는 먼저 카지노 드라마의 반응을 살폈다.
속상해하지는 않을까? 아쉬워하지는 않을까?
괜히 말을 고르고, 표정을 살피고, 마음의 준비를 했다.
그런데 카지노 드라마는
“응.”
그 말 한마디로 끝이었다.
아쉽지도 않은 듯, 담담하게 일상을 이어갔다.
그 순간, 알게 되었다.
오디션에 대한 기대는, 사실 카지노 드라마보다 나에게 더 컸다는 걸.
연습 시간이 부족했던 것도 알고 있었고,
아직 실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혹시’라는 마음,‘이 기회가 카지노 드라마에게 자극이 되지 않을까’하는 바람이 내 안에 자라고 있었던 거다.
‘도전하는 자세가 중요해’
‘경험이 카지노 드라마를 성장시킬 거야’
그 모든 말들은 맞지만,
그 말들 속엔 내 욕심도 함께 들어 있었다.
카지노 드라마는 그저
정해진 만큼 연습했고,
엄마가 좋아하니까 따라 웃어준 것뿐이었다.
정작 마음이 움직인 건… 나 혼자였던 건지도 모른다.
결과 앞에서 가장 실망한 사람은,
카지노 드라마보다 나였다는 걸 깨닫는 순간,
카지노 드라마이 서서히 내려앉았다.
카지노 드라마가 아니라,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엄마가 좋아하는 피아노 치는 손이런저런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지만,
카지노 드라마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숙제를 하고 있었고,
나는 어느새 냉장고 문을 열고 있었다.
마음은 아직 그 자리에 있었지만,
손은 벌써 저녁 준비를 시작하고 있었다.
내 감정 상태와 상관없이 카지노 드라마들의 배는 늘 정해진 시간에 고프니까.
기운도 없고, 메뉴 생각도 나지 않던 찰나
뭔가 마음이 살짝 헝클어진 채로 냉장고를 열었는데,
그 안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두 가지.
카지노 드라마, 그리고 밥 한 덩이.
“기분 잡쳤는데… 카지노 드라마네?”
혼자 중얼거리다 큭, 하고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쯤 되면 오늘 메뉴는 운명이다.
풀 죽은 감정처럼 퍼져 있던 카지노 드라마,
말없이 자리 지키던 밥을 꺼내
후다닥 프라이팬에 볶기 시작했다.
불 앞에 서서 뒤적거리다 보니,
카지노 드라마도 같이 볶이는 것 같았다.
이렇게 뒤죽박죽일수록,
이것저것 섞어 볶는 음식이 딱이다.
어울릴 듯 안 어울릴 듯한 재료들이
간장 한 숟갈, 참기름 몇 방울,
그리고 불맛 살짝 더해지며
어느 순간 울퉁불퉁했던 하루를 다독이는 한 끼가 되어간다.
카지노 드라마 나에게도, 딱 그 정도면 충분했다.
아들이 좋아하는 요리하는 손아들은 평소처럼 밥을 먹고,
나는 평소처럼 카지노 드라마 옆에 앉아 있었지만,
속으로는 조용히 되뇌고 있었다.
앞서 가지 말자.
아이보다 한참 앞에서 상상하고, 기대하고, 실망했던 카지노 드라마을 기억하자.
엄마의 욕심은 늘 빠르지만,
카지노 드라마의 속도는 조금 느릴 뿐, 결코 멈춘 건 아니라는 걸
나는 카지노 드라마를 통해 다시 배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