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냥조각 Dec 08. 2024

짠맛 더하기, 간장해피카지노

마지막 중등 내신성적표

"엄마.. 선생님이.. 이거 내일까지 확인받아오라셨어."


귀퉁이 너덜거리는 종이 한 장 내미는 손끝이 오그라져 있다.

똥꼬 발랄한 녀석이 어울리지 않게 말끝을 흐릴 때부터 감이 온다. 역시나 며칠 전 막을 내린 중학교 내신 성적표이다. 3년 동안의 결과물이 담겨 있는 그것.

빳빳함을 감추고 찌그러져 해피카지노 종이는 당당함을 잃은 너의 목소리와 닮았다. 중등 인생 최하점수를 선고받은 네게 어떤 말을 해줘야 할까.


점수와 등수라는 숫자로 대변되는 세상에 살고 해피카지노 네게 ‘신경 쓰지 마. 괜찮아.’라는 말은 목적지를 잃은지 오래다. 본인은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고만 말해피카지노 엄마를 답답하다 했으니까. 그럼에도 내 속에 있는 말 중 내어 놓을 수 있는 것이 그 말 밖에 없으니,‘괜찮다. 그리고 애썼다.’.


솔직히 하고 싶은 말이야 백한 가지는 될 듯싶다.

‘그럴 줄 알았다. '

'진즉에 계획 짜서 하라니깐.'

'게임 좀 작작하지’...


이런 말을 뱉어내고 나면 내 속은 잠깐, 찰나의 순간만큼 시원할지 모를지언정 이미 나온 결과는 달라질 리 없고 애써 붙들고 있는 ‘관계’만 쩌억 소리 나게 갈라질 것이다. 고개 숙인 성적표 따위로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는 너와 나를 깨트릴 수는 없지.




진학할 고등학교는 이미 정해뒀다. 원해피카지노 학교로 진학하기 위해 2학기 시작에 맞춰 이사와 전학을 했고 사뭇 다른 학교에 적응하느라 온 에너지를 쏟았을 너였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최우선 순위임은 분명하였으나 차순위인 성적관리, 생활습관 등은 밀려나도 한참을 밀려나 버렸었다. 이번의 성적으로 고등진학에 변경은 없다 하더라도 괜스레 결과에 미련을 둔다.


인간의 삶에 충족되어야 하는 중요한 3가지가 자율성, 사회적 연결성, 성취감이라 했던가. 사춘기 때 더욱 열렬히 추구하는 욕구일성 싶은 이 3가지로 자신을 정의하고 찾아가는 것이겠지.

그 여행길에 올라선 너는 엄마의 참견이 없는 본인의 뜻대로만 운용해피카지노 시간(자율성)을 갖고자 했고, 물리적으로 멀어진 친구들과 게임 속 세상에서 수다(사회적 연결성) 행진 중이다.

세 가지 중 두 가지를 충족했으니 그 풍만한 감정으로 성취감이라는 산을 향해 전진해야 할 것인데 아무래도 넌 ‘아직!’을 외치고 있음이다. 순차적인 충족이 필요하구나.


최고의 것을 주고자 했다. 비단 물질적인 것만이 아니다. 아주 작은 좋은 습관, 독서로 가다듬은 자기만의 생각, 최소한의 미디어 노출, 흥미를 찾는 자유로운 시간의 확보. 책에서 또는 유튜브에서 알려주는 아름다운 것들만 너의 앞에 펼쳐 놓았었다. 너에게 잘 어울리는 어여쁨을 보지 못하고 내 눈에 더 반짝이는 것들을 골랐던 것일까.


아이를 잘 키우는 방법은 다양하다. 어렸을 때 딱 틀을 갖춰두면 그 모양 그대로 유지하며 내가 원해피카지노 모습대로 성장할 것 같다. 나의 오산이다. 그저 저 원해피카지노 대로 놔두어도 괜찮을 때가 더 많다.


사춘기라는 터널을 통과하고 있는 아이는 자신의 입맛에 맞는 것으로 숫저운 식탁을 차려내는 중이다. 차곡차곡 쌓아 올린 자율성, 사회적 연결성을 토대로 성취감도 거하게 맛보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닫혀해피카지노 너의 방문을, 컴퓨터에 고정된 너의 뒷모습을 나는 인정하고 인내해야 한다. 네 마음속 따뜻한 만족이 느리고 지루하게 차올라 기어코 네 등을 슬쩍 밀어내 문 밖에서 널 마중할 수 있길 바란다. 엄마의 사치스러운 속내이다.




넘겨받은 성적표에 사인 진하게 하고 마트로 달려가 닭봉 두 팩을 샀다. 툭 떨어진 사기를 올려야 게임이건 뭐건 할 것 아닌가.

오늘은 마늘해피카지노간장조림이다. 쫄깃한 고기가 녀석의 입에 기쁨을 주고 손가락에 생명을 불어넣어 게임에서라도 승리를 이루어 낼 것이다.


간장과 설탕으로 달짝지근하게 졸여낸 닭봉은 손으로 집어 먹어야 제 맛이라며 위생장갑 끼고 먹는 너를 본다. 내 접시에도 살포시 닭봉 하나 올려주는 것을 보니 성적에 대한 양심은 있나 보다.

쪽쪽 해피카지노 빨아먹으며 우리는 여전히 이어져있음을 느낀다. 탯줄로 연결되어 있었던 배꼽 언저리가 간질거린다. 모성이 차오르는 순간이다.


해피카지노사진 출처 _만개의 레시피



덧붙임. 성적에 대한 아쉬움은 간장 한 스푼 더 넣는 심술로 퉁쳤다. 뜻하지 않게 더 맛있는 닭봉조림 완성이다. 앞으로 닭봉조림은 간장 더한 레시피로 고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