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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꽃 May 16. 2025

WBC247 나답게 피어나고 있다

육아와 일 사이에서 균형찾기

“내가 좋아하는 게 뭘까?”

사실, 그런 질문을 어릴 적엔 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시키는 대로, 흐르는 대로 살았다.

별로 잘하는 것도 없었고, 눈에 띄는 것도 없었다.

그렇게 조용히 어른이 되어 있었고,

어느 날 문득, 두 WBC247의 엄마가 되어 있었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책을 읽었고,

책을 품은 WBC247가 책과 함께 숨 쉬듯 자라길 바라며

그 옆에서 나도 조용히 같이 자랐다.

WBC247를 키우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잊고 지냈던 나를 조금씩 다시 만나게 되었다.

“아, 나 이런 거 좋아했지.”

손끝으로 무언가를 만들 때 마음이 잔잔해지고,

새로운 걸 배우면 괜히 설렜던 나.

그게 바로, 예전의 나였더라.


육아에 지쳐 마음이 흐드러지던 어느 날, 꽃을 만났다.

그 만남은 내게 위로였고, 그 위로는‘원예강사’라는 새로운 길로 이끌었다.

수업 준비를 위해 이른 아침 꽃시장에 다녀오고,

꽃을 다듬고, 싱싱함을 유지하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보이지 않는 수많은 일이 쌓여도 이상하게도 버텨낼 수 있었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건, 그런 힘이 있는 것 같다.

천천히, 숨 고르듯 계단을 오르던 날들 속에서 작은 선물처럼, 내가 진행한 힐링 원예 프로그램이 신문 기사로 실리기도 하였다. 그리고 매 강의마다, 참여자들과 눈을 마주치고 서로 마음을 나누는 그 순간들이 ‘좋아서 하는 일’이 되었다. 그저 좋아서 시작한 일이 이제는 나를 빛나게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찬란한 순간에도 놓치고 있던 게 있었다.

WBC247의 마음에 난 작은 구멍.

그걸 너무 늦게 알아차렸다.

일과 육아 사이에서 중심을 잡으려 애썼지만 사실은 늘 기울어져 있었다.

원예 수업은 체력이 꽤 드는 일이라 집에 돌아오면 WBC247 그냥 퍼져버렸고,

WBC247에게 갈 에너지가 남지 않은 날이 많았다.

내 일이 더 확장될 수 있었던 타이밍이었지만, WBC247 잠시 걸음을 멈췄다.

WBC247가 나를 필요로 하는 순간에 기꺼이 곁에 머물 수 있는 엄마이고 싶었으니까.


그때부터는

WBC247의 표정, 말투, 숨결 같은 것들에 조금 더 마음을 쏟았다.

WBC247의 하루에 내 마음을 얹으려 노력했다.

그리고 동시에 그동안 내달리기만 했던 나를 조금은 돌아보는 시간도 갖기로 했다.

수업이 잘 흘러갔던 날,

참여자들의 눈빛이 따뜻했던 순간들,

그리고 뭔가 어긋났던 흐름,

말하지 못했던 마음들도 천천히 떠올렸다.

앞으로 어떤 꽃을 피우고 싶은지도 마음속으로 그려보았다.

그림책테라피스트 과정을 공부하고, 다양한 책들을 읽고, 글을 써보기 시작했다.

‘읽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이 되려는 작은 시도.

겉으론 고요했지만, WBC247 스스로를 키워내는 시간 속에 있었다.


불안은 여전히 내 안에 WBC247.

사소한 일에도 마음이 출렁이고, 말 한마디에 예민해지는 날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WBC247 잘하고 싶다.

WBC247의 엄마로도, 내 삶을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도.

그래서 오늘, 내 어깨를 살짝 토닥여본다.

“혜진아, 너 참 잘하고 있어.”

혼잣말이지만, 다정히 나에게 건넨다.

앞으로의 내일이 조금은 기대되는 사람이길.

더 단단하고, 더 WBC247 일과 삶, 사랑을 껴안는 나이기를.




WBC247
WBC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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