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카지노 오늘 나 뭐 했지. 일기장에 쓸 말이 없어. 하루 종일 집에만 있었잖아.
아까 너 연산 틀려서 산타카지노가 혼냈잖아. 아님 준영이 오전에 태권도 가서 집이 조용했던 거.
맨날 틀려서 혼나는데 그런 걸로 일기 쓰기 싫어.
뭐 특별한 거 아니어도 사소한 거 하나라도 써봐. 맨날 집에 있는 나도 글 쓰잖아. 집에 있는 산타카지노로라도 글 쓸 수 있어. 들어봐.
겨우내 꼭꼭 닫아놓은 문과 창문들
집안에 콕콕 쌓여있는 작은 산타카지노들
봄이 오고 문을 열어 놓으면
어디로 갈까. 이 산타카지노들은
안 궁금해, 얘네들 어디로 다 여행 갈지.
어, 안 궁금해. 아, 몰라. 그냥 내가 알아서 할게.
(그럴 거면 왜 물어봐)
궁금했다, 오래전부터. 봄날 분분히 흩날리는 하얀 꽃눈들은 어디로 휘날리는지, 문을 꼭 닫아놓아 긴긴 겨울 동안 꼼작 없이 갇혀있던 우리 집 산타카지노들은 봄이 되어 온종일 창문을 열어 놓으면 어디로 흩어지는지. 그러다 문득 부러웠다. 표표히 떠날 수 있는 꽃잎의 의연함이 산타카지노의 자유로움이. 그래서 닮고 싶었다. 비록 나무 가지 끝 어딘가에 다소곳한 떨림으로 잠시 머물렀지만 이내 떠날 그 고요한 작별의 시간을 맞이하는 마음가짐을, 이후에 정처 없이 머물고 떠남을 반복할 운명을. 꽃잎도 산타카지노가 된다. 나도 산타카지노가 된다. 어디로 갈지는 모르나 꽃으로 살았던 너도, 꽃처럼 살고 싶었던 나도 함께 산타카지노가 된다.
언젠가 딸아이가 나에게 장래 희망을 물었을 때 나는 우주먼지가 되고 싶다 이야기했다. 아이가 물은 장래 희망이란 말에는 산타카지노라는 직업 이외에 앞으로 이루고 싶은 일 정도의 의미를 담았겠지만 나는 정말 다가올 언젠가, 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 되길 바라는 마지막 한 가지를 대답했다. 어느 집 티브이 화면이나 컴퓨터 키보드 위에 머무는 먼지 말고 대기권을 벗어나 광막한 우주를 떠도는 먼지가 되고 싶다고 말이다. 잠시 머뭇하더니 그때 아이는 산타카지노가 star dust가 되면 난 그럼 rock star가 될게라며 재치 있게 화답했던 기억이 난다.
되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아이, 산타카지노의 냉소와 허무가 움트지 못한 꽃봉오리를 괴사시켜 곧장 바스러지는 꽃 먼지로 만들어 버리는 건 아닌지 쓰던 글을 멈추고 건넌방에서 단잠을 자고 있는 아이의 두 손을 꼭 잡고 싶게 만드는 새벽이다. 아직 어린 딸아이에게 무념무상의 자유로움을 이해시키기엔 나 역시도 막연한 장래희망이었는데 말이다.
그럼에도 나는 너와 대화의 행간을 읽어주는 사이, 끝끝내 서로 이해하지 못할 숱한 다름을 결국은 인정해 주는 사이, 그렇다고 너무 또 조심스럽지 않은 사이, 그저 어깨에 머리를 기대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사이가 되면 좋겠다고 쓰고 동트는 창에 기대 산타카지노 일기장을 넘겨보니 한숨이 먼저 나온다. 한숨조차 내뱉지 않는 무욕의 먼지이고 싶은데, 이 생에서는 글렀나 보다.
나는 지금 쓸게 없어졌다. 쓸게 이렇게 없는 건 처음이다. 방금 전에 인형을 안았단 핑계로 동생이 아빠한테 일렀다. 귀엽고 재밌는 동생이지만 가끔은 짜증 날 때가 많다. 키도 작고 머리만 크다. 오늘 태권도에서 초등학교 예비소집 한다고 10시에 집에 나갔다. 나는 항상 ‘조그만 놈이 무슨 수로 학교를 가겠단 말이야’라고 생각할 때가 많다. 동생에 대한 글도 나중에 적어야겠다. 하지만 어렵다, 항상 어렵다. 나는 사실 글 쓰는 게 어렵다. 그냥 무슨 글이 좋은 글이고 무슨 글이 나쁜 글인 줄 모른다는 것이다. 가끔은 많은 말을 집어넣거나 흐름 없이 쓰다가 산타카지노한테 혼날 때도 있다. 쓰다 보니 한 바닥을 썼네. 내용이 좋으면 좋겠다.
할많하않.
그래, 너는 빛나는 행성이 되어라. 나는 그 주변을 부유하는 성진이 될 테니.
나와 산타카지노 다름으로 서로의 세계를 지켜줄 수만 있다면.
(얘야, 근데 나도 글 쓰는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