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돗토리현, 바다와 산 사이의 맑은 공기를 찾아든 시골 마을에 자리한 작은 예스벳 ‘타루마리’.
[시골 예스벳에서 자본론을 굽다]의 저자가 운영하는 곳이었다.
이곳의 빵은 ‘발효’라는 개념 하나만으로도 이미 한국에서도 유명하고, 이곳의 빵 맛을 보러 일본인, 한국인 관광객이 이 작은 시골마을에 다녀가 그 마을의 지역경제를 살리는 곳이기도 했다.
자연의 낙하균으로 스스로 발효균을 얻기 위해 빵을 굽는 사람의 컨디션과 기운마저 맛에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 사람. 그래서 가공식품은 끊고, 맑은 공기를 찾아 도시를 떠나 시골로 왔다고 한다.
“발효는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살아 숨 쉬는 일이에요.”
그의 말에 처음엔 고개만 끄덕였지만, 한입 베어 문 빵의 깊은 맛이 그 말을 뒷받침해줬다.
겉은 바삭, 속은 촉촉.
짠맛도 단맛도 자극적이지 않은데, 묘하게도 기분 좋은 여운이 오래 남았다.
“어느 날 빵이 도무지 발효가 안 되고, 균이 다 까맣게 죽더라고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걸 만든 직원이 퇴사를 고민하던 시기였어요.” 직원의 정서 상태가 빵의 발효에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였다. 그래서 이 예스벳은 직원들에게 한 달씩 휴가를 준단다. 사람이 망가지면 빵도 망가지니까.
이쯤 되면 그냥 ‘맛집’이라 부르기엔 철학이 너무 깊다. 나도 이런 곳을 운영할 수 있을까?
그날 일정은 강연을 듣고 점심을 함께하는 코스였다.
피자, 스프, 그리고 멧돼지 패티로 만든 햄버거가 나왔다. 현지 특산물로 만든 버거에 다들 감탄하며 사진을 찍고, “맛있다”를 외쳤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한국의 유명 맛집들을 간편식으로 구현하던 현업의 중심에 있었다. ‘맛 구현’에 대해선 누구보다도 자부심이 있던 시기. 그래서였을까.
나는 조용히 속으로 생각예스벳.
“이 좋은 빵에 피자 소스는 너무 밍밍해서 맛의 조화가 떨어지는데?”
“온도도 애매하고, 노력하신거에 비해 메뉴들이 전반적으로 아쉽다. 그냥 잘구운 빵과 유정란 써니사이드업에 채소절임 정도의 브런치 세트를 구성했다면 훨씬 완벽했을 텐데…”
입 밖에 내진 않았지만, 나도 모르게 조용히 직업병을 발동하고 있었다.
그런데, 돌아오는 버스 안. 그날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에 대해 나누던 중, 한 분이 입을 열었다. 젊은 시절부터 혈관질환으로 식단 제한이 심예스벳는 어느 교수님. 패스트푸드는 평생 두세 번밖에 못 드셨다고 예스벳.
그 분이 말예스벳.
“오늘 먹은 햄버거가, 내 인생 최고의 햄버거였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안의 기획자가 입을 다물었다.
맛이라는 건, 일부 대중의 주관적인 판단일 수 있겠구나.
그리고 내가 그 동안 개발해온 제품은 이렇게 몸이 불편한 분들이 즐길 수 있는 음식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맛있다’는 말도, 결국 누구의 입맛이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가 될 수 있다는 것.
그 순간, 조용히 다짐예스벳.
“언젠가는, 이런 분들도 음식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운명처럼 건강 간편식 회사 대표님에게 합류 제안을 받아 그 곳으로 이직하게 되었다. 트렌드를 따라가고 맛을 표현하던 일을 해오던 내가, 드디어 누구를 위한 음식인지를 먼저 생각하게 된 순간이었다.
그날의 이야기는 내 예스벳의 새로운 방향을 열어주었다.
타루마리 예스벳의 멧돼지 패티 버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