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바카라 온라인들의 독서모임
나는 사회생활을 하지만 소속된 곳은없는 프리랜서다. 이 학교 저 학교 보따리장수처럼 마이크와 usb, 활동자료를 들고 다니는외로운프리랜서 강사. 동료 없는 것도 서러운데 대화할이들은 저학년의초등학생들뿐이다.물론 돌봄 교실에서 만나는 선생님들도 있지만 간단한 안부인사 정도뿐 딱히 교류는 없다.
집으로돌아와 마주하는대화상대는사춘기의흔한 남매와조용한 남편.행복한 가정임을 자부하지만 대화의 질은 굳이 길게 쓰지 않겠다. 동네의 친한 지인이나 친구들과는주로카톡으로 대화하고,살갑지않은 딸이라 부모님과 자주 통화하는 편도아니다. 평소진짜대화를 위해 입 여는 날이 그리 많지는않다.
이토록 대화창구가 한정적인나에게 드디어 새로운 창구가 열렸다.가르침과 잔소리가 대부분인 나의 언어생활을 탈출할 수 있는 기회. 비로소 어른스러운 대화를 나누는 통로가생긴 것이다.
바로 독서 모임이다. 학교 다닐 때도 독서 동아리 비슷한 것은단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내가 독서모임에 참여하다니. 글쓰기를 같이하는 모임에서 단순히지역으로 묶인사이일 뿐이지만,이곳에서책을 좋아하는어른사람들을 만나는 설렘을 경험했다.
그동안 내 딴에는 책도 많이 읽고 일을 하며 부지런히 육아도 하는성실한 바카라 온라인이라 생각했는데 가보니 아니었다.훨씬 많은책을 읽으면서 저마다의 자리에서 열심히 사는,따뜻하고 다정한 인품의, 이 모임이 아니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을 마주했다. 물론 각자 남모르는 고민이나 부족함도 있을 테지만 뭐 어떠리. 이곳에서만큼은 독서를 통한 지적 허영이나감정들을 자연스레 꺼내놓고 공유할 수 있었다.
꿀민이 엄마, 꾸릉이 엄마, 독서논술 선생님, 책놀이 선생님, 준비물실 선생님, 황OO아내, 김OO 집사, 김OO 고객님 등.
어떤 직함이나 타이틀에서 벗어나 한 사람의 어엿한 성인으로서 참석한 이날의 모임은 깊숙이 숨어있던 나를 끄집어내 주었다.
원탁에 둘러앉아 가까이에서 한 사람 한 사람 마주했다.
두 자녀의 입시를 무탈히 마치고 마침내 아름다운 50대를 맞이한 작가님은 숨 가쁘도록 불안하고 걱정투성인 나에게 충분히 괜찮다며, 잘하고 있다며 진정한 다독임을건넸다.10년간 1천 권 넘게 블로그 서평을 써온 만큼 단단한 내공이 느껴지는 다섯 살 어린 젊은 작가, 초등 형제를 키우면서 수영과 러닝을 하며 글도 수려하게 쓰고 전공 살린 새 직업을준비하는또 젊은 작가, 수능을 3개 틀려 안정적 의대 입시에 성공한 자녀를 두었음에도 결코 유난스럽지 않은 세상 겸손한 작가, 중등딸과여행 에세이를 공동집필하며 좋은 친구이자 길잡이가 되어주는 작가, 라틴댄스라는 멋진 취미를 즐기며 일과 육아도 놓지 않는 작가. 20년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떡케이크를 만들며 새 인생을 준비하는 작가, 이런 분이 내 아이의 담임선생님이 되었으면 좋겠다 싶은 베테랑의 초등교사 작가.
멋졌다, 이 사람들. 쓰고 보니 나를 바라본 타인의 시선들이 갑자기 궁금해진다. 다양한 알바를 통해 업그레이드된 경력이음의 아이콘이자, 사교육대신 가성비 교육을 실천하는 현실엄마 정도 될까. 책을 읽으니 쓰고 바카라 온라인 졌고쓰다 보니 이런 모임까지 들어온 나, 지금 어떤 모습이고 앞으로어떤 바카라 온라인이 되고 싶은 걸까.
두서없이 이 말들이 떠오른다.
유유상종(類類相從)
근묵자흑(近墨者黑)
친구 따라 강남 간다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
대체로 끼리끼리 놀게 된다는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는 말들이다. 동시에 반대로 나는,좋은 사람들 틈에 머물기 위해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바람을 갖게 됐다. 책도 읽고 여러 겹의생각을 나눌 수 있는 바카라 온라인들과 만나기 위해서.
그리고그동안나는내심 우리 아이가 좋은 친구들을사귀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모범이 되는 바르고 착한 아이, 기왕이면공부도 잘하고 똑똑한 아이,재미있고 배려심 넘치는 인싸 아이 정도. 써놓고 나니 쥐구멍으로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다.
이제야아차-싶다.
만나는 사람이나 소속의 좋고 나쁨을 따지기 전에 내 아이나, 나나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먼저였다. 먼저좋은 친구, 좋은 바카라 온라인이 되어 주변을 환하게 밝힐 수 있는꼭필요한 바카라 온라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이제야 한다.
그저 새 학년 진급을 앞두고 좋은 선생님과 좋은 친구들을 만나게 해 달라고만 기도했다. 이제는우리아이들이 좋은 사람이 되어 선한 영향을 끼치는 그런 사람이 되게 해 달라는 기도가 먼저겠다.
나도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해 볼 테다. 그래서 다음 달 독서모임의 책도 일찌감치 빌려왔다. <월든.처음 보는 이 책은 심지어 500페이지. 예전이라면 몰랐을이두꺼운책을 독서모임 덕분에 알게 됐고, 덕분에 읽을 것이고, 덕분에 또 한 뼘자라 있겠지.
책은 무겁지만 마음만은 살랑살랑 가볍다.
대문사진_@깡미/@ggang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