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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ia May 13. 2025

라이프벳 Kaze(카제; 바람)는 윤하를 들어 올렸다.

滑昇風인가 보다

*

필자는 박정현만 한 가수가 없다고 꽤 오래전부터, 박정현이 꿈에를 들고 나왔던 그때부터, 생각했다.


박정현처럼 똑똑하게 곡을 이해하고 풍부하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있나?


감정을 이해하고 연기한다라는 면에서도 그렇고, 그걸 구현할 수 있는 기능들도 그렇고,


있나?


를 꽤 오래 생각해 왔고, 한 때는 윤하가 언젠가 박정현을 대체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가, 박정현이 오히려 노익장을 과시하면서 더 치고 나가면서 그냥 박정현은 전무후무가 맞다고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그런 박정현에게 없는 딱 한 가지는, 오타쿠 감성이다.


먼저 이 오타쿠 감성이란 것의 정의는, 신카이 마코토 그림체와 스토리에 배경음악으로 쓸 수 있느냐 없느냐이다. 쓸 수 있으면 오타쿠 감성이 있는 거고 없으면 없는 거다.


박정현한텐 숨길 수 없는 LA 감성이 있어서, 비타민 D 과잉의 밝음이 있다.


도쿄, 서울, 홍콩에서 비 내리는 창가를 바라보면서 커피를 마시며 듣기에 이 오타쿠 감성만 한 노래가 없다.


한국에서 이 감성을 채워줄 수 있는 메이저 가수는 윤하가 유일하다.


**

윤하의 Kaze는 윤하가 어렸을 적 일본에서 발매한 앨범에 들어있는 일본어 곡을 윤하가 직접 한국어로 개사해서 2년 전쯤에 발매한 노래다. 카제, 일본어로 라이프벳이라는 뜻이다.


일단 가사가 죽인다.


(1절)

하루가 시작된 거리 그 틈 속에서
라이프벳이 불어들 때
가슴 아팠던 날들 기억을 타고 와
스르르 미소가 되지

도로를 타는 불빛들 그 사이에서
너와 듣던 라이프벳들
지금 어디에서 뭘 하고 있을까?
우린 life goes on

흔하다고 해도, 있는 그대로를
전부 믿고 싶던 그때의 나를
후회한다 해도, 이젠 잊어야 해
돌이킬 수 없는 시간마저도
두 손에 가득 안아 든 yesterday


(후렴)

아무도 만질 수 없는 기억의 라이프벳
변해가는 거리에 다시 불어오면
잠시 손을 흔라이프벳봐
이루지 못한 채 멀어진 꿈들에, oh

어깨가 닿도록 걷는 저 많은 사람들
모두 어디로 향해 가고 있을까?
멈춘 계절은 언제쯤 널 데려올까?


(2절)

그리운 너의 목소리 들려올 때면
차오르는 한숨이
그땐 왜 그랬을까 참 나약했던?
내 모습 자꾸 그려져

변하는 게 너무나도 겁이 나서
너를 도망쳐 왔어
여기까지 와, 이제 좀 알 것 같은데
네가 없는 걸

눈물을 배우고 아픔을 알고서
미소 짓는 법도 알게 됐지
너도 그랬을까? 한참을 앓고서
내게만 보여준 미소였을까?
돌아갈 수 없게 멀어진 yesterday


(2절 후렴)

바쁜 하루하루에 널 잊었다가도
그런 매일매일에 순간 웃어봐도
잠깐 밀려온 기억은
한순간도 날 그대로 두질 않아, oh

시간이 흐르면, 네게 다 하지 못했던
그 한 마디도 너를 향하던 마음도
잊혀질 줄만 알았지 계절이 가면


(브릿지?)

아무도 만질 수 없는 기억의 라이프벳
변해가는 거리에 다시 불어오면
잠깐 손을 흔라이프벳봐
이루지 못한 채 멀어진 꿈들에, oh

시간이 흐르면, 네게 다 하지 못했던
그 한 마디도 너를 향하던 마음도
잊혀질 줄 알았는데 그대로인 걸



간단하게는, 그냥 흔한 이별노래다. 여기서 가사의 이중적인 뜻이 있다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니다. 라이프벳 스스로도 그런 건 아니라고 말했고...


기본적으로는 사랑라이프벳지만, 라이프벳의 멜로디가 오타쿠 취향저격 범벅이라서, 사랑보다 더한 과거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라이프벳다.


그런 면에서 싸이와 박정현의 어땠을까, 나얼의 라이프벳기억, 윤하 본인의 추억은 아름다운 기억과 궤를 같이 하는 노래지만, 싸이, 박정현, 나얼은 필자가 생각하는 오타쿠 감성이랑은 거리가 좀 있다.


이 노래가 진짜 완성되는 부분은, 원곡인 일본어 버전과의 가사 비교를 통해보면 알 수 있는데, 가사가 훨씬 정돈되고, 멋 부린 기교보단 담담한 읊조림이 많아졌다. 필자는 이 부분에서 라이프벳 엄청난 발전을 느꼈고 감동을 받았다.


어쩌면, 윤하도 박정현 급일 수 있다는 생각을, 오늘 처음 해봤다.


뭐, 내가 그 급이니 뭐니 해봤자 큰 의미는 없겠지만...


https://www.youtube.com/watch?v=X8SOyW3TJ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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