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여니 약간의 습기를 머금은 아침 공기가 돌핀슬롯옵니다. 창문 밖으로 평화로운 전경이 펼쳐집니다.창가에 앉아 숙소에 비치된 노트를 펼칩니다. 노트에는 이 숙소를 방문했던 흔적들이 남겨져 있네요. 저도 거기에 한 페이지 적어돌핀슬롯. 조용히 흐르는 재즈 음악을 들으며,노트 위에 그림을 그려 돌핀슬롯.어제 그렸던 금동대향로 마스코트도 다시 한번꺼내어 바라돌핀슬롯.이런 순간이야말로 '돌핀슬롯'라는 단어의 본모습이 아닐까, 조용히 되뇌어 봅니다.
그저께부터부여, 논산, 익산을 돌며 백제문화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행을 이어왔습니다.정제된 백제의 미, 고요한 사찰의 분위기, 유적지에서 느껴지는 시간의 울림은 자꾸만 깊은 생각에 잠기게 했습니다. 이제 남은 여정은 단 하나, 마곡사만 남았네요.
5월의 숲은 참 특별합니다. 연초록의 나뭇잎들이 햇살을 받아 투명하게 빛나고,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듭니다. 눈이 시원해진다는 표현이 그저 수사가 아니란 걸 새삼 느끼게 됩니다. 고개를 돌핀슬롯 숲을 바라보노라면, 마치 자연이 내게 "이만큼 잘 왔다"라고 말해주는 듯한 위로가 밀려옵니다. 어쩌면 계절이 주는 선물 중 가장 따뜻한 격려는 바로 이 푸른 풍경일지도 모릅니다.
물이 흐르는 계곡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머리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입니다.
마곡사에 도착하여 잠시 발길을 돌려 백범 김구 선생님이 머무르셨다고 전해지는 백련암을 찾았습니다.선생님께서 이곳에서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다짐을 했을지를 헤아리며 천천히 그 자취를 따라 걸었습니다. 수많은 역사적 순간이 쌓여 오늘의 우리가 있다는 것을, 그 깊은 숲 속 고요함 속에서 더욱 절절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찰 입구부터 이어지는 경사로는 점점 가파르게 이어집니다. 숨이 차오르고 다리는 무거워지지만, 묵묵히 걸음을 옮깁니다. 한참을 오르자, 마침내 불상이 눈에 돌핀슬롯옵니다. 풍경소리 하나 없이 고요한 그곳에서 마주한 불상의 미소는 말없이 나를 맞이합니다. 지친 몸을 잠시 내려놓고, 두 손을 모아 짧은 기도를 올립니다.
내려오는 길, 물 위에 띄워져 있는 연등이 보입니다.그렇게 마곡사의 중심으로 향하니, 마침내 그 유명한 5층 석탑이 시야에 돌핀슬롯옵니다. 조용히 그 앞에 서서 올려다봅니다. 단단하면서도 절제된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이 석탑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고 합니다. 수백 년의 세월을 견디며 그 자리를 지켜온 탑 앞에 서 있으니, 나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실감하게 됩니다. 동시에 그 작은 존재로서 내가 마주하는 이 장면은 얼마나 귀한 선물인지도요.
마곡사에서의 마지막 시간을 천천히 보내며, 나는 오늘의 하루를 마음 깊이 새겨봅니다. 역사와 자연, 그리고 내면의 여백이 모두 어우러진 이 여정은 그 어떤 여행보다 깊고 따뜻한 울림을 남깁니다. 이제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지만, 이 순간들이 주는 고요한 기운은 오래도록 내 안에서 숨 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