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물을 묻히고 샴푸를 바르면 저절로 기부벳 감는다.
어릴 때 엄마가 머리를 감겨줄 때 눈부터 감으라고 말했었다.
눈을 뜨고 있다가 샴푸가 눈에 들어가면 따갑기 때문이다.
조심한다고 해도 한 번쯤은 눈에 샴푸가 들어갔던 기억 있다.
그때 따가움은 경험해 본 사람만 안다.
그 따가움 때문인지 엄마가 기부벳 감으라고 말해서인 지 모르지만 기부벳 습관처럼 감는다.
반사적으로 눈을 감고 머리를 감다 보면 기부벳을 하게 된다.
희한하게도 이때 떠오르는 기부벳은 독특한 게 제법 있다.
고민거리를 해결해 줄 아이디어일 때도 있다.
꽤 괜찮은 글감이 떠오르기도 한다.
아니면 잊고 있던 과거 기억이 기부벳날 때도 있다.
어느 책에서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적은 글을 봤다.
잠에서 깨 머리를 감을 때 눈을 감으면 한 가지 기부벳에 집중하게 된단다.
이때는 잠재의식이 작동해 평소와 다른 기부벳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앞에 적은 참신한 글감이나 아이디어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다.
머리를 감을 때뿐 아니라 가만히 눈을 감고 있을 때도 이런 기부벳이 떠오른다.
문제는 우리가 너무 바쁘게 살기 때문에 이런 시간을 갖지 못하는 데 있다.
아니,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못해 눈 감는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가만히 눈을 감고 내 기부벳에 집중하는 시간은 나에게 휴식을 주는 거다.
휴식을 통해 재충전을 할 수도 있고,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도 있다.
억지로 몇 분이라도 나에게 휴식을 주는 게 그렇게 어려운 걸까?
머리로는 휴식이 필요하다는 걸 다 안다.
단지 일이 바쁘고, 일상에 치이고, 스마트폰이 주는 재미를 포기할 수 없는 게 아닐까?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이유이다.
시대가 변하고 문화가 달라지면서 사는 모습도 차이가 생겼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변하지 않는 가치는 있기 마련이다.
그중 하나가 자기만의 시간이 아닐까 싶다.
머리를 감는 단 몇 분도 기부벳에 여유를 줄 수 있다.
하던 일을 잠시 내려놓고 몇 분만 기부벳 감아도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바쁘고 치열하게 사는 것도 더 잘 살기 위해서다.
열심히 사는 건 필요하지만, 나를 소모해 가며 사는 게 과연 맞는지 기부벳해 볼 필요 있다.
혹여 소모할 수밖에 없다면 충전해 주는 노력도 필요하지 않을까?
내가 나를 챙기지 못하면 돌아오는 건 탈진한 자신뿐이다.
기부벳 감고 가만히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