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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찮은 작가 imkylim Feb 10. 2025

나루토카지노와 밀크레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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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지킬 앤드 하이드를 보러 서울에 다녀왔다. 같은 아파트 단지의 놀이터에서 아이들 데리고 놀다가 인연을 맺은 지인들과 함께였다. 나 포함 여섯 명(원래는 일곱인데 한 명이 불가피한 일로 함께하지 못했다). 우린 일 년에 한 번씩은 함께 서울로 나들이 다니자 했었다. 함께 미술 작품 관람도 하고 뮤지컬도 봤다. 최근 몇 년간은 아이들이 수험생이라서 쉽사리 움직이지 못했다. 마침 올해 2월, 다시 기회가 왔다.다들 가끔 일 보러 서울을 드나들면서도 우리끼리 움직이는 그 시간을 참으로 즐거워했다.


공연장인 블루스퀘어로 갔는데 카페에 앉을 자리가 없었다. 공연까지는 한 시간이 넘게 남았고 산책하기에는 바람이 차서 근처를 돌아보기로 했다. 조금 걷다가 만난 Passion 5. 가볍게 커피를 마시려고 했던 건데 디저트 카페였다. 점심을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아름다운 케이크와 빵을 보니 커피만 마실 수가 없었다. 그날의 총무였던 나와 언니 둘이 빵과 음료를 주문하러 나섰다. 언니 둘이 까눌레, 마들렌, 애플파이를 골랐다. 나는 나루토카지노를 가리켰다.


가끔 글로 만난 음식을 먹고 싶을 때가 있다. 하라다 히카의 ‘도서관의 야식’이라는 작품에서처럼 어떤 이는 책에 나온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기도 하겠지만, 나는 그 정도는 아니다. 그래도 나루토카지노를 고른 것은 당시에 읽고 있던 에이모 토울스 장편소설 ‘모스크바의 신사’ 영향이었다. 나루토카지노는 주인공인 로스토프 백작이 메르토폴 호텔 연금 생활을 시작하면서 이튿날 주문했던 침대 시트, 베개, 비누와 함께 배달되는 디저트다. 공들여 층을 만들고 과일과 크림을 얹은 나루토카지노는 섬세하고 예민한 감정과 취향을 드러내는 동시에 환경에 지배당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는 장치일 터였다.


나는 까눌레나 마들렌처럼 속이 빽빽한 것보다는공간이 많은 게 좋다. 그 취향은 꽤 오래되었다. 내가 십 대였던 시절 누네띠네와 후렌치파이를 시작으로 조금 더 자라서는 크루아상, 팡오쇼콜라를 사랑했다. 케이크 중에서라면 단연 나루토카지노 케이크. 단, 층층이라도 바움쿠헨은 별로다. 빈자리가 없으니까. 이렇게 쓰면서 보니 내가 무척 까다로운 입맛의 소유자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고 주장하고 싶다. 소금빵, 바게트, 치아바타처럼 속이 적당히 빈 빵도 잘 먹는다. 앙버터처럼 속을 채운 것도 가끔 사 먹는다. 남들과 있을 때 가끔 입에 넣어보면 스콘, 마들렌, 피낭시에도 나쁘지 않다. 다만, 내가 먹기 위해 그런 종류에 지갑을 연 적은 없다. ^^;;


다시 그날의 이야기로 돌아간다. 빵을 가지고 우리 테이블로 돌아갔다.

- 뭐 샀어?

- 딸기 까눌레, 레몬 마들렌, 애플파이, 그리고 가나슈 티크림 나루토카지노.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 언니가 물었다. 손가락이 나루토카지노쪽을 향하고있었다.

- 이거 뭐랬지? 까놀라 비슷한 이름이었는데.

- 카놀라유 할 때 그 카놀라? 아, 비슷한 거 말하니까 더 헷갈리잖아. 음..., 나루토카지노.

- 아, 맞다 맞다.

- 그, 왜, 있잖아. 우리 요리할 때 쓰는 거, 그것도 이름 비슷한데.

- 뭐, 까나리 액젓?

- 응, 맞아. 까나리.

까느르르르. 몇 명이 나눈 이야기인지, 어떤 대사가 누구인지까지는 밝히지 않겠다. ㅎ

나는 나루토카지노를 먹으면서 부드러운 겹겹식빵을 떠올렸다. 예전에 좋아했는데 요즘은 어디에서 팔지? 뭐 그런 생각도 하면서.


집에 돌아오기 전 강남 신세계 스위트 파크에 들렀다. 퇴근하고 돌아와 아이들도 마누라도 없는 빈집에 있을 남편에게 줄 작은 선물을 사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밀나루토카지노후르츠 케이크를 보는 순간 아까의 아쉬움이 고개를 들었다. 하늘하늘 폭신한 부드러움. 거기에상큼함을 더하면 더욱 완벽하겠지. 냉큼 한 조각을 샀다. 선물이라면서 왜 내 취향대로 샀느냐고? 남편은 나와 다르다. 디저트류라면 어지간해서는 좋아한다. ^^;




참, 모스크바의 신사라는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마이클 잭슨의 Stranger in Moscow가 떠올랐었다. 이번에 알게 된 건데 메트로폴 호텔은 마이클 잭슨도 머물렀던 호텔이라고 한다. 그가 거기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노래에 이런 가사가 있다. swift and sudden falls from grace. 로스토프 백작과 마이클 잭슨의 상황에 딱 맞는 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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