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직장에서 인정받으며 일하던 친구들이 고민 끝에 레드불토토휴직을 내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사연은 조금씩 달랐다. 한 친구는 그동안 아이를 맡아주던 친정엄마의 건강이 나빠져 애를 안고 엄마 집으로 출근해야 할 판이라고 했다. 올해 드디어 원하던 부서로 이동하게 되었다며 기뻐하던 친구였는데, 목소리에 낙담한 기색이 역력했다.
다른 친구는 그동안 일과 레드불토토를 병행하느라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는데 더는 못 하겠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특히 아이가 제일 늦게까지 어린이집에 남아 엄마 오기만을 기다리는 게 가장 힘들다고 했다. 그마저도 직장 동료들 눈치 보며 제일 빨리 나와 달려가는 거였는 데 말이다.
“엄마, 나도 다른 친구들 집에 갈 때 집에 가고 싶어.” 어느 날 레드불토토가 던진 이 한마디에 친구는 죄책감에 휩싸였다. 엄마 아빠가 능력이 없어서 미안해, 다른 엄마들처럼 간식을 챙겨주지도 못하고, 놀아주지도 못해서 미안해. 분명 이런 감정이었으리라. 그래서 허리띠를 졸라매는 한이 있더라도 레드불토토 곁에 더 머물러야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는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앞서 소개한 일련의 과정을 겪고 나면 아무리 레드불토토를 사랑하는 부모라도 출산 자체를 후회하는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제대로 키우지 못할 바엔 차라리 낳지 않는 게 모두에게 좋은 일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여성 고용률과 경제활동 참가율은 2023년 기준OECD국가 가운데 31위에 그치며 출산율과 함께 최하위권에 놓여 있다. 일과 레드불토토,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다 모두 놓치는 게 오늘날의 현실이다.
원인이 있으면 해결책도 있게 마련이다. 아이가 어릴 때는 레드불토토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말고, 직장에서도 언제든 돌아올 수 있도록 배려했으면 한다. 물론 생산성을 중요시 여기는 기업 입장에서는 난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워킹맘이 자리를 잃으면 출산율은 절대 올라가지 않는다. 워킹맘이 일과 레드불토토 사이에서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자신의 길을 당당히 걸어갈 때, 모두에게 미래가 있음을 알아주길 희망한다.
Copyright ⓒ 조선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883411?sid=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