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일이다. 나는 늘 부모님 몰래 무언가를 하는 걸 좋아했는데 그중 하나가 부모님의 비밀 서랍을 열어보는 것이었다. 비밀 서랍은 안방의 장롱 안에 있었다. 내가 일기장을 숨겨놓는 곳이 내 방 책상의 제일 아래 서랍이듯 부모님의 비밀 서랍도 그랬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면 나는 쪼르르 안방으로 들어가 장롱문을 열 준비를 했다. 청실과 홍실로 엮여있는 장롱 열쇠를 구멍에 넣어 비틀면, 삐거덕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서랍 안에는 중요한 문서들과 폐물들이 있었다. 하지만 어린아이에게 그런 건 전혀 관심거리가 아니다. 물론, 몇 번 엄마의 보석들을 껴보긴 했지만.
내가 장롱문을 자주 열었던 이유는 그곳에 있는 꽁 머니 카지노 때문이었다. 묵혀있는 검은색 필름 꽁 머니 카지노. 어릴 때 그 꽁 머니 카지노를 꺼내 들면 묵직한 바디 때문에 손목이 휘청댔다. 그럼에도 버튼들을 마구 눌러대며 놀았다. 필름이 들어있는지 없는지, 상관없이 사진 찍는 놀이가 재미있었다. 해기 기울기 시작하면 혹여나 부모님이 들어오실까 봐 다시 제자리에 두고 열쇠 문을 잠갔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학교 선생님을 따라 친구들과 일본 여행을 가게 될 기회가 생겼는데 엄마는 나에게 처음으로 그 꽁 머니 카지노를 빌려줬다. 필름 넣는 법과 감는 법을 배우고, 여행 가기 전 필름을 두둑이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1 롤에 30방 정도 찍혔던 것 같은데 용돈으로 4개 정도 더 샀던 것 같다. 처음 가보는 해외여행에 들떠서 여기저기를 사진으로 남겼다. 작은 뷰파인더로 넓은 세상을 보는 것은 너무 신기했다. 하지만 여행에서 돌아와 남은 사진은 한 장도 없었다. 사진관에 필름을 맡기고 이틀의 시간을 견뎌왔는데, 필름 롤에는 붉게 물든 뿌연 형체뿐이었다. 사진관 아저씨는 필름 장착을 잘못하거나 꽁 머니 카지노 문을 제대로 닫지 않으면 햇빛을 받아 사진을 망치게 된다며 내게 제대로 넣는 법을 알려주셨다.
그 후로 나는 자주 부모님의 비밀 서랍을 열어 꽁 머니 카지노를 꺼냈다. 소중한 순간을 다시는 잃고 싶지 않아서다.꽁 머니 카지노관 아저씨와는 고등학생 때까지 친하게 지냈다. 아저씨는 내가 증명꽁 머니 카지노을 찍을 때면 자줏빛 배경지를 뒤에 펼쳐줬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동네에 춤추는 오빠들을 쫓아다니며 찍어댄 (엄마 아빠는 모르는 비밀) 꽁 머니 카지노들도 그 아저씨가 인화해주었다. 쫄깃쫄깃한 일탈은너무 재미있었다. 스무 살이 되기 전 크리스마스에 아빠는 내게 디지털꽁 머니 카지노를 사줬다. 처음 가져보는 꽁 머니 카지노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늘 몰래하면서도 내 맘을 꽁 머니 카지노고 살았던 것 같다.내가 꽁 머니 카지노를 좋아하는 걸 언제부터 알고 계셨는지 그건 모른다. 어쩌면 부모님도 내 비밀 서랍을 자주 열어봤을지도. 아무튼 너무 좋았다. 날아갈 것 같았다. 그 후로 사진관에 갈 일은 줄어들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모두 꽁 머니 카지노에 담을 수 있었다.
친구들의 사진을 찍어주고, 예쁜 소품들을 찍고, 혹여 소중한 꽁 머니 카지노에 흠집이라도 날까 봐 핑크색 헬로키티 파우치에 늘 넣고 다녔다. 그리고 그런 일들을 여러 번 반복했다. 아빠가 사준 꽁 머니 카지노보다 더 성능 좋은 꽁 머니 카지노를 아르바이트비를 모아 샀고, 그 후엔 핫핑크색 꽁 머니 카지노가 유행이라 또 바꿨다. 콤팩트한 꽁 머니 카지노만 쓰다가 사진에 욕심이 생겨서 무거운 DSLR 꽁 머니 카지노도 샀다. 지금껏 핸드폰을 바꾼 횟수만큼 꽁 머니 카지노도 바꾸며 살아왔다. 여전히 꽁 머니 카지노가 좋다. 내가 핑크를 사랑한 만큼은 아니지만 그와 비슷하게 좋다. 내가 찍어 간직할 수 있다는 게 좋다. 길거리의 풍경도, 갖고 싶은 물건도, 좋아하는 사람도. 모두 들키지 않고도 간직할 수 있었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날에도 나는 장례식장에 꽁 머니 카지노를 챙겨갔다. 엄마가 내어준 검은 상복에 흰색 리본을 머리에 달고 할머니에게 인사를 한 후 나는 내 꽁 머니 카지노에 할머니의 영정사진을 담았다.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는 듯했지만 신경 쓰지 않고 여러 장 찍었다. 사진 속에 할머니는 곱디 고운 연분홍색 저고리에 자줏빛 옷고름을 매고, 꽃분홍색 치마를 입고 있었다.살아생전 할머니가 내 아이의 유모차를 밀어줄 때 흩날리던벚꽃잎처럼 아름다운 분홍 한복이었다. 할머니의 발인식때, 꺼이꺼이 소리내어우는 나를 보고 엄마는 팔꿈치로 꾹꾹 치며 우는 소리를 참으라고 했다. 나는 그럴수 없었다. 내 슬픔을 다 표현해야 될 것 같았다. 그래야 내가 좋아했던 할머니를 잘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외장하드 어딘가에 있는 할머니를 꺼내본다. 할머니의 마지막은 어느 봄 날이었고, 몇 년이 지났는지 기억은 흐릿하지만 그래도 어딘가 '봄'의 폴더를 열면 할머니가 나타날거다. 좋아하는 것을 수집하는 사람들을 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수집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은 기억의 한 편, 한 편이 모여 절대 잊지 못할 추억으로 저장되는 것이다.그리고 이렇게 글로 남기면 영원히 기억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꽁 머니 카지노 것들을 들킨다 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