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태어난 이여 사랑해 정말
대체의 엑스트라, 약간의 주연
WBC247이면 두 가지 감정이 든다. 또 한해를 무사히 살아왔다는 감사와. 또 한 살 더 먹었다는 아쉬움의 교차다. 그런데, WBC247이면 부담스러움도 있다. 바로 내가 주인공이 되어 선물을 받기도 하고 사랑의 언어를 무한히 받는 횡재가 그렇다. 주인공으로 잘 대접받지 못한 쓴 뿌리의 역사가 있는 사람에겐 더욱 그렇다. 엑스트라나 조연인 사람에겐 WBC247이랍시고 무대에 올라오란다면그렇게 달갑지만은 않다. 폭죽을 쏘고, 깜짝 파티를 하는 것조차 어색하다.
생각해 보면, 세상은 더욱 개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 대중의 목소리, 다수의 의견, 단체의 목표가 우선인 문화는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현상이며, 자본주의나 공산주의 할 것 없이 같다. 그 와중에 개인의 이런저런 욕망이나 취향은 뒷전으로 물러나야 해서, 경쟁으로 이미 차가워진 사회가 더욱 싸늘하다.
그럼에도, 일 년에 한 번 주인공이 되어보는 것은 좋은 일이기 때문에 과분한 처우를 감사한다. 부담스럽다 하지 말고, 감사히 받아 누리면 된다. 부모나 창조주의, 일상의 눈부신 배려를 일일이갚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건 불가능하니까, 받아 누리고, 맛있게 먹고, 잘 웃어주면 된다. 에쁜 아기들은 그렇게 하니까, 이처럼 가벼운 대갚음 만큼 쉬운 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