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n 잡은 루이스 Apr 30. 2025

그랜드토토니까 실수도 하는거죠

로봇, 너는 이해그랜드토토 못할거야!

오전 7시 28분. 늦잠을 자는 바람에 눈이 번쩍 뜨였다. 이불을 발로 툭 차고 침대에서 빠져나온 순간부터 마음이 조급해졌다. 하지만 정신 똑바로 차리고 해야 할 일을 차근차근 해내면 시간 안에 해결할 수 있을 거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학교에 가야 그랜드토토 아이의 준비물을 후딱 챙겨주고 시리얼에 우유를 부어 시간 없으니 옷 갈아입고 챙겨 먹으라며 재촉을 했다. 잠옷 바람이었던 나는 초 단위로 시간을 확인하며 마치 영화 속 캐릭터인 퀵실버가 된 듯 빠르게 움직였더랬다. 머릿속으로는 굉장히 빠른 듯한데 행동은 더딜 뿐이었다. 그 와중에 마음은 점점 더 조급해졌다는 점.무언가에 몇 대나 때려 맞은 것처럼 혼 빠지게 출근 준비를 마치고 나서 우유 한잔을 따라 마셨더니 체할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심지어 심장이엇박으로 뛰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겨우 숨을 고르고 현관문을 나서기 전 빠진 건 없는지 재차 확인에 들어갔다.

"학교 잘 다녀와"

아이를 보내고 나서 휴대폰을 꺼내려는데 맙소사, 주방에 두고 온 게 아닌가. 오늘따라 더 느려터진 것 같은 엘리베이터, 한층 한층 올라가는 숫자(층수)와 화살표를 멍하니 넋 나간채 바라볼 뿐이었다.


그랜드토토 시대라고 하던데 필요한 일을 대신해 준다면 어떨까? 일어날 시간에 맞춰 깨워주고 시리얼을 찾은 뒤 그릇을 꺼내 냉장고에 있던 시원한 우유를 부어 "오늘의 아침입니다. 다른 게 더 필요하면말씀하세요"라며 든든하게 아침도 챙겨주는 그런 그랜드토토. 늦잠을 자는 일도 없이 24시간 실시간으로 곁에서 대기하는 그런 그랜드토토 말이다. 심장이 없으니 나처럼 엇박으로 쿵쾅거리지도 않을 것이며 무언가 깜빡하지 않도록 챙겨주기도 할 테니 든든하지 않을까.그런 그랜드토토은 고철덩어리가 되기 이전까지 그랜드토토의 조급한 마음과 어설픈 행동 그리고 작은 그랜드토토까지 아주 조금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랜드토토이기 때문에) 매우 정확하고 논리적이며 상당한 수준으로 효율적인 반면 그랜드토토이라는 존재는 때때로 비논리적이고 가끔은 비효율적이며 또 어떨 때는정상적이지 않은 그랜드토토를 하기도 한다. 그게 사람이다. 어떤그랜드토토담은 술자리에서 재미있는 안주거리가 되기도 한다.

"아, 너도 그랬어? 나도 예전에 그랬었어"라며.

추억을 곱씹으며 한잔에 털어버리고 아무렇지 않은 듯 또 그랜드토토를 반복하게 되고 다시 안주거리가 되어 다 같이 웃게 되는 아주 단순하지만 지극히 그랜드토토적인 것들.


그랜드토토은 경험을 바탕으로 성장한다. 어색한 손짓으로 어깨를 툭툭 토닥이며 말보다 감정으로 위로를 전하기도 한다. 괜찮다며, 힘내라고. 요즘 인공지능도 '위로'라는 걸 한다.

"당신의 감정을 분석해 보니매우 슬프겠네요. 이럴 때는 산책이나 명상, 여행이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추천해 드릴까요?"

모범적인 답안이라 군더더기가 없다. 산책도 명상도 여행도 충분히 도움이 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군더더기 없는 위로라서 더욱 쓸쓸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그랜드토토.

그랜드토토은 실수라는 경험을 통해 성장한다.완벽하지 않으니 그러한 이유에서 함께 웃을 수 있는 것. 어색해도 안아줄 수 있는 온기가 있다는 것. 말보다 그런 행동이 본능적으로 나온다는 것. 그게 그랜드토토이라서 가능한 것.


아무리 완벽한 그랜드토토이라고 해이런 그랜드토토적 감정은 이해그랜드토토 못하겠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