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써보는 사설 카지노 이야기
나는 사설 카지노와 참 닮았다. 때때로 보이는 무뚝뚝함도 닮았고 가끔 침묵하며 아무 말 없이 무표정으로 있는 모습도 다 닮은 것 같다. 심지어 팔뚝에서 보이는 전완근까지도 닮은 느낌이다. 내면적인 것이 엄마와 닮았다면 겉으로, 그리고 은근하게 드러나는 모습들이 사설 카지노와 참 닮아있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자식에게 있어 사설 카지노는 늘 거대한 존재 같다. 단순히 몸집이 커서 그런 게 아니라 우리 가족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라는 점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현관문이 망가졌을 때에도, 벽에 못을 박을 때에도, 형광등을 갈아야 할 때에도 사설 카지노는 늘 그 옛날 TV 속에 나오던 맥가이버 같았단 말이다. 그래도 맥가이버는 TV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지만 현관문을 고치고 나서도, 벽에 못을 박고 나서도 형광등을 새것으로 갈아 거실이 활짝 빛이 났을 때도 사설 카지노는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그런 존재에게 어린 시절 나는 존댓말 대신 반말을 썼는데 기억도 흐릿한 그 어느 날 어떤 순간 떨어진 불호령 이후로 단 한 번도 반말을 쓴 적이 없다. 자연스럽게대화하며 마주하는 시간도 크게 줄었던 것 같다. 그러니 그 시간 그 자리에는 늘 엄마가 있었다. 공부할 때에도 밥을 먹을 때에도 어린이날 선물을 사줄 때도, 사설 카지노이날 카네이션을 드릴 때도 늘 그랬다. 사설 카지노가 돈을 벌어오는 이 집안의 가장이었으니 밤늦게 들어오시고 나면 나와 내 동생의 자는 모습만 말없이 바라봤을 터. 유치가 빠져 이빨을 빼야 하는 순간에도 사설 카지노의 전완근은 크게 한몫했다. 그저 거침이 없었으니까. 그 순간 역시 피하고 싶었지만 늘 저녁이 되어서야 오시던 사설 카지노는 왜 그날따라 이빨을 뽑던 그 대낮에 불쑥 들어오셨을까? 또 이제와 고백하지만 중학생이 되자마자 성적표를 몰래 고쳤다가 아주 호되게 혼난 적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그 무뚝뚝함에 어리광 한번 제대로 해보지도 못했으니 차갑고 냉랭하며 어색했던 시간들을 녹이지도 못한 채 집안을 꽁꽁 얼어붙게 만든 꼴이 아니던가. 후회했다. 어린 마음에 혼나지 않으려 정교하지도 치밀하지도 않은 교활한 거짓말을 들이밀었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후회스럽다. 고3 시절독서실에 다닌 적이 있는데 늘 타고 다니던 자전거를 잃어버리게 됐다. 추청 하건대 독서실에 다니던 재수생 형이 늘 눈독을 들인 적이 있어 의심스럽긴 했다만 사설 카지노는 그 형한테 내어준 게 아니냐며 대놓고 혼을 내기도 했었다. 그 추궁 자체가 원망스러웠다. 잃어버린 내 자전거에 사설 카지노에 대한 내 신뢰도, 나에 대한 사설 카지노의 신뢰도 모두함께 털린 기분이었으니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외벌이로 어렵게 그리고 또 고집스럽게 돈을 벌어야 했던 사설 카지노의 어깨는 늘 무거웠으리라. 단 한 번도 가볍지 않았을 당신의 짐을 생각하면 어찌 그렇게 해냈을까 싶기도 하다. 대학을다니고 직장에 들어가 하루하루 돈을 벌고 있는 이 시대의 직장인으로서 그 당시 대학도 나오지 못하고 꼬박꼬박 정해진 월급도 아니었던 사설 카지노의 '일'은 우리 가족과 고스란히 맞닿아 있었음에도 외면하고 회피했던 것 같다. 마치 우리 일이 아닌 것처럼, 그냥 용돈 얘기만 하면 바로 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부자지간이 무슨 금전관계로 엮인 것처럼.
난 사실 사설 카지노와 꼭 닮았지만 정작 사설 카지노와 닮고 싶지 않던 사람이었다. "나는 커서 사설 카지노처럼 되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 자식을 낳게 되면 반드시 친구처럼 대해줄 것이고 대화하는 시간이며 함께 놀러 가는 시간까지 심지어 집안의 공기가 얼어붙지 않도록 활짝 웃으며 따뜻하게 다가갈 거라고. 세월이 흐르고 사설 카지노의 머리는 점점 하얗게 물들어갔다. 그리고 나 역시 사설 카지노가 되었다. 할사설 카지노가 된 사설 카지노는 내 자식, 당신의 손주에게 전례 없는 모습으로 다가간다. 활짝 웃음 짓고 무엇을 하든 어리광 부리는 아이에게 한없이 따스하다. 전완근 대신 주름이 가득 찬 손으로 아이의 뽀송한 얼굴을 어루만지며 즐거워하신다. 주말이 되면 늘 영상 통화를 할 정도로 친근하게 다가오시는데 가끔 이불속으로 숨어버리는 아이에게도 예전 같은 엄근진 목소리가 나오기도 하시지만 마냥 그 찰나와 순간들이 좋으신 모양이다. 나도 늘 내 사설 카지노와 다르게 아이와 함께 놀고 웃으며 어루만지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은근슬쩍 사설 카지노의 모습이 툭 튀어나오기도 한다. 사설 카지노와 닮고 싶지는 않다고 하지만 온몸에 가득 찬 DNA는 숨길 수 없는 모양이다. 사설 카지노와 참 닮았지만 '사설 카지노를 닮고 싶지 않다'는 느낌보다는 '사설 카지노와 다르게 살고 싶다'는 말이 더 맞을 것 같다. 아마도 이 글을 사설 카지노가 볼 일이 있겠냐만, 지금까지 살아온 그 시간들 속에아무리 후회스럽고 원망스러운 기억들이 있더라도 소중한 시간들이 기록된 아름다운 추억만 가져갈 수 있기를. 그리고 그 아름다운 추억들을 곱씹으며 아이와 더 좋은 시간들을 기록할 수 있기를. 주말에는 함께 맛있는 한 끼를 먹으며 사설 카지노의 주름진 손 잡고 대화를 해봐야겠다. 할사설 카지노가 된 사설 카지노와 사설 카지노가 된 나 그리고 나를 닮아가게 될 아이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