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입는 옷들이 얇아지는 시기가 오면 '로퍼'를 신을 생각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단순하게 똑 떨어지는 디자인과 둥근 곡선을 그리는 라스트는 그 누가 신어도 키치 한 매력을 가지게 해 줍니다. 봄과 가을, 겨울에 신어도 좋지만 여름에 훤히 드러나는 다리와 발에 하나의 포인트가 될 때 로퍼는 가장 멋진 존재가 됩니다.
이번 여름에는 슬롯존와 로퍼의 조합을 생각한 것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컬러 매칭, 포인트 매칭 등 각기 다른 느낌으로 조합을 만드려 합니다. 입는 아이템이 적어지면서 스타일링이 쉽지 않은 여름에 이만한 조합도 많지 않겠죠. 이번 칼럼은 로퍼와 슬롯존의 조합입니다.
- 데님 슬롯존와 블랙 로퍼
최근 들어 데님 소재의 슬롯존는 '버뮤다팬츠'라고 해서 기장이 조금 더 긴 아이템이 많은 사람들의 선택을 받고 있습니다. 여유로운 핏에 길어진 길이는 데님의 워싱 느낌을 더 잘 보여주어 참 멋진데요. 이 데님 버뮤다팬츠에 블랙 로퍼의 조합은 의외로 잘 어울립니다. 둥근 라스트의 블랙 로퍼는 포멀 한 느낌과 귀여운 느낌을 동시에 갖는데 캐주얼한 셋업 (슈트는 아닌) 과도 잘 어울리지만 데님 팬츠와 입었을 때 스타일링의 마무리를 잘 잡아줍니다. 워싱이 과하게 들어가거나 힙하게 긴 기장의 데님 슬롯존 같은 과한 느낌의 슬롯존를 마지막에 정갈하게 마감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꼭 버뮤다팬츠가 아니더라도 짧은 길이의 데님 슬롯존에도 잘 어울립니다. 짧은 데님 슬롯존에 로퍼는 버뮤다팬츠보다는 더 가볍고 시원하면서 깔끔한 느낌을 만들어 줍니다. 짧은 데님 슬롯존에 로퍼를 신을 때 양말을 신어주면 짧아지면서 느껴지는 살짝 과한 느낌을 보충할 수 있습니다.
데님 슬롯존와 로퍼의 조합은 자유로우면서도 깔끔한 캐주얼 스타일을 만들기에 가장 좋기에 너무 정중한 스타일보다는 캐주얼한 무드를 더 원하는 분들에게 추천드리는 조합입니다.
- 화이트 슬롯존에 스웨이드 로퍼
가장 클래식한 조합인 화이트 슬롯존에 스웨이드 로퍼는 실패가 없어 늘 제안드리는 편입니다. 특히 '올드 머니 룩'으로 칭하는 스타일로 연결됩니다.보통 여유로운 핏의 슬롯존에 고급스러운 느낌의 스웨이드 로퍼가 함께 하니 아웃핏 자체가 여유 있고 부드러우며 고급스러운 느낌이 만들어집니다.
화이트 슬롯존는 보통 면 혹은 리넨 소재가 좋은데, 천연 소재가 만들어 내는 오프 화이트 컬러 특유의 청량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발색력이 입기에 좋습니다. 특히 여성 스타일링에서는 동일한 소재의 재킷 혹은 베스트와 함께 입어주면 우아한 도심 룩이 완성됩니다. 마치 '랄프 로렌'의 고급스러운 스타일링처럼 연상되기도 합니다.
남성 스타일이라면 밝은 컬러의 리넨 셔츠 혹은 피케 셔츠를 입어주면 휴양지 룩으로 완성됩니다. 다가올 여름휴가 때 입어주면 절대 실패 없을 조합입니다.
이 조합의 유의사항이라면 우선 팬츠는 무릎 위로 올라오는 기장이 좋습니다. 버뮤다팬츠는 다소 고급스러운 아래 느낌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또한 최근 로퍼에 양말을 올려 신는 것이 트렌드라면 스웨이드 로퍼에는 굳이 양말을 신어주지 않아도 충분합니다. 특히 아래처럼 클래식한 남성 스타일이라면 양말은 꼭 신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 블랙 울 슬롯존와 로퍼
슬롯존 중 가장 어려운 아이템 중 하나는 '울' 소재로 만들어진 아이템입니다. 캐주얼이라고 하기에는 포멀 한 소재이고 여름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거운 컬러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 아이템, 그리고 로퍼와의 조합은 휴양지보다는 도심에서 입고 다니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울 소재의 슬롯존는 가능한 '버뮤다팬츠'가 캐주얼한 무드를 만들어내기 좋습니다. 정직한 슬롯존 길이나 디자인은 마치 슬랙스를 자른 듯한 느낌을 보여줄 수 있기에 볼륨감이 있으면서 기장이 살짝 긴 버뮤다팬츠 디자인이 좋습니다. 슬롯존라는 느낌을 명확하게 전달하기 좋으면서 캐주얼한 무드를 놓치지 않습니다.
블랙 울 슬롯존와 로퍼의 조합은 포멀함을 가볍게 표현하는 것이기에 로퍼와의 조합이 좋은데 그중에서도 블랙 컬러의 로퍼가 좋은 궁합입니다. 다른 컬러는 잘 맞지 않고, 스웨이드 소재를 포함한 가죽을 제외한 소재는 다소 이질적인 느낌이 만들어집니다. 가장 좋은 것은 블랙의 울 소재와 블랙의 가죽이 함께 해야 가장 안정적이면서 매력적인 아웃핏을 만들어 줍니다.
이 조합의 가장 큰 장점은 위에 어떤 것을 입어도 잘 어울립니다. 재킷을 입어도 멋지고 셔츠 하나를 툭 걸쳐도 좋은 선택이 됩니다. 이 스타일링의 무드는 '시크'이기 때문에 화려한 컬러가 아닌 이상 어떤 아이템이라도 멋지게 도회적인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곧 긴 팬츠로는 이겨낼 수 없을 만큼 더운 여름이 올 것입니다. 다양한 슬롯존와 로퍼와의 조합을 시도해 보면서 여름을 준비하는 것,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