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의 자수 Oct 10. 2022

첫 출근, 제 사설 카지노 어디인가요?

뱃속에서 아직 잠자고 있을 6개월 된 아기가 깰까 봐 조심조심 준비해서 나온 시간이 아침 6시 30분이다. 첫 사설 카지노을 위해 미리 구입해 둔 꽃무늬 쉬폰 원피스를 하늘하늘 챙겨 입고, 떨림과 설렘, 그리고 자부심과 함께 첫 사설 카지노 준비를 완료하였다.


뱃속 아기와 함께한 시작이었기에 비록 몸은 무거웠을지언정, 마음은 스무 살 대학생만큼이나 가벼웠고 신이 났다. 어떤 일을 하게 될까? 어떤 아이들을 만날까? 16년 만에 학생이 아닌 선생님으로 중학교에 출근하다니, 생각만 해도 짜릿함과 생기가 온몸의 신경세포를 자극했다.


임산부에게 사설 카지노길 전철은 언제나 피하고 싶은, 말 그대로 지옥철이다. 쉽사리 연착되던 전철도 제 시간에 맞춰 도착했고, 다정한 누군가는 자리를 양보해 주었다. 부드럽게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모든 일이 순조롭게 이어지고 있음에 감사했다.


'그래. 온 세상이 나의 첫 사설 카지노을,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는구나!'

학교 안 위클래스(사설 카지노)는 어떤 곳일까?

이왕이면 마음이 아픈 아이들이 찾아오는 곳이니 햇살이 잘 드는 따뜻한 교실이면 좋겠고, 마음에 안정감을 주는 연둣빛 공간이면 좋겠다. 이제껏 일했던 사설 카지노 공간을 마음속에 그리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록 나온 임산부인 나의 발걸음은 누구보다 느리고 무거웠겠지만.


학교에 위클래스(상담실)가 이미 구축했다고 하니, 내가 앉을 책상과 의자는 당연히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뿔싸! 위클래스(상담실)에는 이미 주인이 있었다. 상담 선생님은 아니었지만 행정 일을 하는 선생님께서 그곳의 터주대감으로 자리잡고 계셨다. 상담실은 내가 그렸던 연둣빛 공간에 아늑한 곳이었고, 사무실 책상도 창가 쪽에 자리 잡아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앉아서 근무할 자리는 없었다. 어디에 앉아 어떻게 일을 시작해야할 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 그저 멀뚱멀뚱 서있을 뿐이다. 다들 분주하게 제 할 일을 하는 학교에서, 누굴 붙잡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순간, 나는 두리번두리번거리는 낯선 불청객일뿐이다.


선생님은 나에게 안쪽에 있는 개인 상담실에 자리를 잡으라고 하였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나는 독방에 갇힌 꼴이 될 터이다. 상담실을 찾아오는 아이들의 얼굴을 볼 수 없을 텐데...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학급 수만 서른 세 학급인 크나큰 학교 안을 헤매기 시작했다.


그렇다. 처음 학교에 발령 났을 때만 해도 전국에 전문상담교사 숫자가 천명이 안 되는 수준이었다. 그랬기에 이렇게 위클래스(상담실)라도 이미 구축되어 있는 현실은 그나마 나은 축에 속했다. 어떤 선생님은 학교에 상담실이 없어 도서관 창고에 배정을 받았단다. 마스크를 뒤집어쓴 채, 하루 종일 창고를 치우고 치우느라 분주하단다. 어떤 선생님은 발령하자마자 주어진 일이 위클래스(상담실) 공간을 마련하고 인테리어, 시설 구축하는 일이었다.


그래! 이정도면 훌륭해. 난 책상과 의자만 구하면 되니까. 내가 근무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파티션만 구하면 되니까. 애써 서운한 기색을 감춰본다. 지하실 창고를 찾아 내려가 보니, 버려진 책상이 가득하다. 그곳을 뒤져 아직 쓸만한 책상과 파티션 두 개를 겨우 찾았다.

이번엔 사설 카지노 배치가 문제다. 상담실 정중앙에는 커다란 원형 탁자가 놓여있었기에 마땅히 책상을 둘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어렵게 찾은 공간은 뒷문이 있는 곳, 한구석이었다. 뒷문은 걸어 잠그고 그곳에 책상을 놓고 파티션을 놓았다.


'엇! 이 쾌쾌한 냄새는?'

'앗! 이것은 곰팡이??'

겨우 자리에 앉아 숨 좀 돌릴까 했더니, 파티션에 곰팡이가 있다. 사설 카지노 첫날, 만나길 고대했던 아이들과는 이야기조차 나누지 못한 채, 퇴근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내가 마주한 건 아이들이 아닌, 곰팡이뿐. 그를 열심히 문지르고 닦는다. 파티션에 스며든 곰팡이 흔적처럼, 내 마음에도 서러움이 더 퍼져나가기 전에..

나에게 이곳이 학교라고 알려주는 건, 때마다 울리는 종소리일 뿐. 이 종소리가 이리도 처량하게 들릴 줄이야. 아이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헤아리리라 기대했던 첫 시작은 내 마음을 먼저 위로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큰 맘먹고 구입한 새 원피스는 흙먼지가 묻은 지 오래다. 툭툭 털어내며 오늘 하루 종일 맘 졸이며 쌓아두었던 서운함과 낯설음도 함께 털어낸다. 내일은 다른 일이 펼쳐지리라 기대하며.. 내일은 사설 카지노들을 하나 둘 만나가리라 기대하며..

일단!! 내일은 페브리즈나 사 와야겠다.

임산부로 쾌쾌한 곰팡이와 하루 종일 있을 순 없으니까.

내일은 냄새라도 상큼하게 잡아보고 상큼하게 시작하자!

그렇게... 전문상담교사로서 첫 사설 카지노이 시작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