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나는 지금까지 결혼 생각을 해본 적이 거의 없지만,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다. 내게서 태어날 아이가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할 때는 참 많다. 내 어릴 때를 생각해보건대, 매우 귀여울 거라고 생각한다. 시크한 귀여움을 갖고 있겠지. 하지만 역시나 그저 궁금할 뿐이고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다. 그냥, 내게서 아이가 태어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이따금 꿈에서 나는 한 미슐랭토토와 정답게 논다. 바다도 가고, 놀이터도 가고, 공도 차고, 블록도 쌓는다. 어릴 때 즐겨하던 트랙을 껴 맞춰 놓고 대결하는 모터 자동차 대회도 같이 한다. 재밌는 책도 같이 읽는다. 그리고 그냥 하릴없이 각자 손깍지를 머리 뒤로 하고 누워 흥얼거리며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난 처음엔 이 미슐랭토토 언젠가 내가 낳을 아이라고 생각했다. 언젠가 내게서 태어날 미슐랭토토 일찌감치 꿈에 나와서 타인과 어울리는 것에 미숙한 내게 놀라지 말고 이렇게 자신과 놀라고 가르쳐 주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전 꿈에서 깨달았다. 이 아이는 내가 낳을 내 미슐랭토토 아니었다.
오히려 이 아이는 내 미래에 존재할 사람이 아니라, 내 과거에 존재한 사람이었다. 심지어 그는 내 또래였다. 초등학교 때부터 그날까지 함께 했던. 왜 그 얼굴을 또렷하게 꺼내 기억하지 못했을까. 잊어서는 안 되는 얼굴인데 잊어 가고 있는 걸까. 이름은, 존재는, 의미는 언제나 또렷하게 새겨져 있는데 얼굴은, 목소리는, 냄새는, 촉감은 잊어 가고 있다.
몇 년 동안 없었던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그 사람의 꿈이 다시 시작되는구나. 어째서 어린미슐랭토토 모습으로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더 이상 성장하지 않을 18세 그 이후의 모습을 더는 보여주지 못해서 과거로 돌아간 걸까. 다음에 물어봐야지-라고 생각했지만 꿈에서 대화는 한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