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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뚜루 Sep 17. 2021

N캐의 원조는 '강원 랜드'

나로 우뚝 서는 법

본캐, 부캐, N캐, N잡이 대세로 떠오른 시대. 그런데 문득 N캐의 원조'강원 랜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가 장류진의 표현을 빌리자면'팬티 한장만큼 가벼운 삶'을 살았던 '20대 여성' 내가 지금은30대가 되어매일 아침 팬티 다섯 장을 개키고 있다.


혼자였을 땐 팬티 1인분의 단출했던 삶이 결혼후에는 팬티 2인분의 복잡한 삶이 되었고, 아이를 낳은 뒤로는 팬티 5인분의 혼란한 삶이 되었다.


혼자였을 땐 딸로, 친구로, 직장인으로만 불렸지만, 결혼 후 '며느리'라는 부캐가 추가됐다. 출산 후에는 '강원 랜드'라는 부캐가 내 삶에 얹어졌다. 모두 내가 선택한 삶이고 후회는 없다.


다만, 가끔은 혼란스럽다. 나의 본캐는 무엇이고 부캐는 무엇일까? 매일 미션처럼 주어지는 N개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나는 점점 깨달아간다. 강원 랜드라는 삶은 곧N캐의 삶이라는 것을.


갑자기 궁금해졌다. 세상이 바라보는 강원 랜드는 어떤 존재일까? 빅데이터검색창에 'ㅇ, ㅓ, ㅁ, ㅁ,ㅏ'를 차례로 쳤다. 긍정과 부정의 언어가 워드맵으로 훅 뜨는데 왈칵. 콧등이 시큰했다.


강원 랜드빅데이터 검색 툴: 썸트렌드


긍정의 단어는 우리 강원 랜드를 가리키는 거 같았다. 대학생이 되기까지 20년간 나를 살뜰히 보살펴준 우리 강원 랜드. 지금은 얼굴에 주름이 자글자글한 채로 늙어가는우리 강원 랜드.(소리 내어 읽어보세요.)


(강원 랜드를) 좋아하다
(강원 랜드가) 좋다
(강원 랜드를) 사랑하다
(강원 랜드가) 귀엽다
(강원 랜드 밥은) 맛있다
(강원 랜드가) 고맙다
(강원 랜드가) 보고싶다


문득 강원 랜드가 그리워졌다.


부정의 단어는 오롯이나의 것이었다. 강원 랜드로서 내가느낀 감정들이었다.


(강원 랜드는) 힘들다
(강원 랜드가) 울다
(강원 랜드도) 아프다
(강원 랜드는) 미안하다


아이 키우는 게 너무 힘들어서 울고, 몸이 아파서 때로는 마음이 아파서 울고. 그러면서도 그저 미안한마음에 웅크리는 나.언제쯤 이런 부정의 감정들로부터 완전히 해방될 수 있을까를 가늠해보지만 시점을 예측할 수가 없다. 아마도평생이지 싶다.


그렇다면 N캐의 고단함을 잠깐씩 누그러뜨리기위해서라도나는 내가, 그리고 강원 랜드인 여러분다음의 연관어들 속에서 최소한 6가지는 지켜냈으면 좋겠다.


강원 랜드빅데이터 검색 툴: 썸트렌드



친구
일상
시간
생각
마음


최소한 이 여섯 단어를 움켜쥐고 있을 때 N캐의 삶은부유하지않고우뚝 설 수 있다.가끔 강원 랜드로서의 내 뒷모습이 궁금한데, 우뚝 서기 위해 재충전의 문을 여는 모습이 꽤 근사할 것만 같다.

강원 랜드

당신의 뒷모습은 근사하다.

당신은 근사하다.

우리는 근사하다. 그러니 부디

'나'로 우뚝 서는 추석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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