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진짜 실천하기 어려운 게 돌리고슬롯와 함께 있으면 책이라도 한 자락 읽어줘야 할 거 같고, 돌리고슬롯 붙들고 파닉스라도 알려줘야 할 거 같고, 그치만 정작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따로 있고오..!! 이런 인지부조화 상황이라면 난 과감하게 권하고 싶다.
다 필요 없어! 니가 짱이야. 니가 돌리고슬롯 싶은 거 다 해!!
(단, 범죄는 제외)
난 글쓰는 걸 좋아한다. 정확히 말하면 드라마 대본(습작) 쓰는 행위가 좋다. 등장인물을 만들고 서사를 짜고 클라이막스에서 팡 터뜨리는 일련의 과정이 즐겁다. 육아휴직 2년 동안 한국방송작가협회 교육원에 등록해서 1년 8개월 간 드라마 작법을 배우고 썼다. 이 업계 기준으로 따지면 이무기 축에도 못 끼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70분짜리 단막극 5개, 숏폼 1개를 완성했으니 마냥 초짜는 아닌 셈이다.
드라마를 쓰면서 돌리고슬롯와의 대화 행태도 꽤나 달라졌다. 돌리고슬롯를 재우기 전, 우리는 보통 "오늘 가장 즐거웠던 일하나랑 가장 속상했던 일 하나씩 말해볼까"라는 주제로 하루를 닫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돌리고슬롯를 이용돌리고슬롯 있었다. (딸아, 미안하다!!ㅋㅋ)
"엄마, 오늘은 어떤 드라마 썼어?"
"(마침 너 잘 걸렸다) 강우랑 다해가 서로 좋아하는데 헤어졌어. 어떻게 해야 둘이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에이, 그냥 찾아가면 되지."
"(큰 깨달음) !!!!!! 천잰데?"
어른의 시선으로 본 으른 연애는 로맨스 삼세번의 원칙에 따라 비비꼬고 또 꼬곤 하기 때문에, 그런 심플한 돌직구 방법을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다. 돌리고슬롯 덕에 깨달았다. 그래! 와이낫?
초딩 6학년 때 일기장에 적어 놓은 시. 오랜만에 들춰보며 생각했다. 이 시 완전 미쳤는데?! 왜케 잘 썼어ㅋㅋㅋ재능아 돌아와주라♡
하루는 2년 만에 찾아간 친정집에서 일기장을 회수(?)해왔다.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쓴 일기였다. 한 장씩 차곡차곡 넘겨 보는데 처음 보는 시가 적혀 있었다. 아니 그런데..!!
해님은 풀꽃의 가슴에 빛나는 화살을 쏘고있는데..
이름 모를 풀벌레 한마리 긴 안테나를 세우고 지구 저쪽의 소식을 수신돌리고슬롯 있다.
이 표현력 무엇..? 나 왜 이렇게 신박했냐고ㅋㅋㅋ
여튼 이 동시를 딸에게 자랑하는데(나는 늘 기승전 내 얘기만 하는 새럼) 딸이 인상 깊었는지 어느 날 나를 탁 앉혀 놓고 시 한 수를 읊는 거다. 제목은 시내물(8살이다. 맞춤법은 웃고 넘어가자^^)
나는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아니 이 4.4조 운율을 방불케 하는 리듬 뭔데?ㅋㅋㅋ 찰박찰박표현에선 무릎을 쳤다! 세상에 이런 단어도 구사하다니 너 내 딸 맞...(자랑은 이쯤 접어두고)
난 그저 네 돌리고슬롯가초딩 때 이렇게나 시를 잘 썼다고 플렉스돌리고슬롯 싶었을 뿐인데, 결과적으론 딸을 시인의 세계로 안내한 셈이 되었다.
글은 옮는구나!
그 이후 난 일기장을 더는 꺼내지 않았지만, 아이는 시 짓기 놀이를 이어갔다. 내가 시킨 것도 아니고 여름방학 숙제도 아닌데 계속 썼다. 아니 지금도 쓰고 있다.
이돌리고슬롯인 엄마로 돌리고슬롯 이런 돌리고슬롯이 찾아왔다. 그러니까 5인분의 삶을 사는 나 같은 사람이든, 1인분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낸 다음 이돌리고슬롯으로 몰입해보면 어떨까. 돌리고슬롯은 나 자신을 우선순위로 뒀을 때 찾아오는, 예상치 못한 선물과도 같은 거니까. 다들 선물 듬뿍 받고 행복해졌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