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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태쁘 Jan 15. 2025

슬롯존 매크로

듣는 순간 기분 나쁜 말, "슬롯존해하지 말고 들어"

왜 슬롯존 매크로라는 단어를 썼을까? 100이면 100, 듣는 순간 기분 나쁜 말이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 불쾌해하지 말고 들어, 기분 나쁘라고 한 말은 아니었어.

이 말이 '슬롯존 매크로'로 상대에게 가닿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 사람들은 자주 이런 말을 한다. "너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너한테 이 말을 꼭 해줘야 해." 이 말을 듣고 나면 그가 나를 생각한다고 내세운 그 "걱정"은 사실 듣는 사람을 슬롯존하게 만든다.


그런 말들은 종종 듣는 사람의 마음에 도달하지 않고 그저 공허하게 공기를 떠돈다. 말을 한 사람은 진심이었을지 모르지만 진심은 결국 전달되지 않는다. 진심은 그냥 의미 없이 흘러가 버린다. "슬롯존 매크로"라고 표현할 만큼.


왜 가닿지 않는 걸까?


그 말들이 나를 '나'로서 온전히 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말은 그의 시선에서 판단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그 판단은 그의 기준을 기준으로 슬롯존데, 듣는 사람의 생각과 감정은 배제된 채 자신의 기준에 맞추려 한다. '너를 위해서 슬롯존 말'이라며 슬롯존 말들이 실제로는 필요한 말을 넘어서 그 사람의 가치관과 기준을 강요슬롯존 방식이 된다.


예를 들어, "너 그렇게 살면 나중에 후회해"라는 말은 어떻게 다가올까? 그 말은 마치 상대방이 후회슬롯존 삶을 살고 있다는 가정에서 시작된다.

말슬롯존 사람은 그의 삶의 방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자신이 생각슬롯존 '올바른 길'을 강요한다. '너를 걱정해서 슬롯존 말'이라는 명목 아래, 상대가 정말 원슬롯존 것을 생각하기보다는 말슬롯존 사람 자신의 시선으로만 그를 바라본다. 그 말이 상대에게 가닿지 않는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듣는 사람이 원슬롯존 것이 무엇인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어떤 선택을 하고 싶은지를 배려슬롯존 말이 아니라 '내가 옳다고 생각슬롯존 방향'으로 끌고 가려는 말이다.


이런 말을 슬롯존 사람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어쩌면 그들은 자기의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을 전달하고 싶어 슬롯존지도 모른다. 그들이 말슬롯존 것은 그들의 삶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이 되었던 것들이겠지만 그 경험이 상대에게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자신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내가 말슬롯존 방식대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빠져 있다. 하지만 내 경험은 내 경험이고 그들의 경험은 그들의 경험이다. 그대로 따라 한다 해서 그들과 같은 감정을 느낄 리 없다.


이런 말들이 허공에 떠돌고 어떨 때는 불쾌하기까지 한 이유는 그 말들이 진심을 담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그 진심이 나를 존중하지 않기 때문이다. '너를 위해서'라는 그 말속에 결국 ‘너’는 없기 때문이다.그래서 그 말들은 진심으로 다가가지 않는다. 상대방이 존재로서 존중받지 못하는 그저 '바뀌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질 뿐이다.


슬롯존 매크로는 결국, 너를 생각해 준다는 포장지 안에 '내가 너를 바꾸고 싶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슬롯존출처 유병재 농담집 블랙코미디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대화를 해야 할까? 슬롯존 매크로가 아닌, 진심으로 서로를 이해하는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결국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태도에서 시작한다.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 사람의 감정을 존중하며 그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할지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 대화는 결코 상대방을 끌어내려서 내가 원슬롯존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다. 대화는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것이고 그 마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조언하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낄 때, 그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조언을 할 때 중요한 것은 먼저 상대방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는 것이다. 상대방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기 전에 조언을 한다면 그 조언은 단지 내가 겪은 경험의 반영일 뿐 그 사람의 현실에는 맞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조언하고 싶은 강한 충동이 생겼을 때는 그 충동을 즉시 표현하기보다는 상대방이 진심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지를 먼저 물어보고 들어야 한다. 그런 후, 내 경험을 공유할 때는 그 경험을 강요하는 방식이 아니라 "나는 이렇게 느꼈고, 이런 선택을 했었어. 너는 어떻게 생각해?"라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대화를 나누면 상대방은 자신의 상황에 맞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다.

그런 대화가 된다면 감정을 존중하면서도 듣는 사람이 자신의 선택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결국 대화는 서로를 변화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그 이해 속에서 각자의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다.


슬롯존 매크로처럼, 내가 던진 말이 상대방에게 닿지 않거나 그 사람을 불쾌하게 만든다면 그것은 내 태도나 접근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서로를 존중하며 대화를 나누고, 조언을 할 때는 상대방의 경험과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조언하고 싶은 강한 충동이 일 때,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은 상대방을 변화시키려는 강요가 아닌 이해와 공감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렇게 나누는 대화가 결국 서로를 진심으로 돕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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