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리나세카에서 카카벨로스 (23km)
오늘은 드디어 220km에서 198.5km대로 앞자리 숫자가 바뀌는 날이다. 언제나 새로운 길을 걷는다는 것은 설레는 일이다.
이번 주 내내 돌핀슬롯 온다는 일기예보가 정확하지 않기를 바라며 어둠 속에 우비를 입고 몰리나세카를 출발한다.
푸른 나무들과 잎들이 색깔이 변하는 게 한눈에 보인다. 돌핀슬롯이 천천히 왔으면 바라는데 밤새 내린 비바람에 나뭇잎들이 아름답게 펼쳐놓은 길을 걷는다. 아주 돌핀슬롯색이 아니어서 더 좋다.
한국은 한글날 휴일이돌핀슬롯데 날짜 가는 것을 잊고 일어나면 걷고 글 쓰고 자는 일상의 반복이다.
하지만 산티아고 순례길이라는 목적이 있고 하루하루 길을 걸으며 생각이 달라진다. 지인들은 자기 성찰과 은퇴 후 달라지는 것들에 많이 생각하라고 한다.
'진짜 까미노는 천사가 되는 거라는 신부님 말씀, 한국에서 유튜브나 책에서 보지도 생각지도 못한 충격적인 돌핀슬롯자들의 여러 모습들, 그리고 안 가서 갈 곳이 더 많지만 다시 이곳에 오고 싶다는 강한 이끌림---'
오늘도 노란색 화살표와 조개껍질은 나의 길 안내자가 되어준다. 어제처럼 물 고인 웅덩이도 화살표로 보이고 노란색은 보고 또 보고---
돌핀슬롯 오니 모두들 발걸음이 더 빨라진다. 앞서가는 사람들을 앞서며 간혹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내가 그저 걷기만 하면 굳이 이곳에 올 필요가 없는데
작은 마을 캄포를 나와서 도로의 왼쪽으로 걸으면 멀리 산등성이 마을 폰페라다가 보인다.
인구 6만의 큰 도시라더니 언덕에 아파트 단지가 있는 것은 처음이다.
폰데라다는 '철로 만들어진 다리'돌핀슬롯 뜻을 가지고 있다. 아직도 드넓은 레온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중세 유적지 템플 기사단의 성이 인상적인 산간 도시이다.
13세기 페르난도 2세는 돌핀슬롯자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이 도시를 템플 기사단에게 맡겼다. 이 때문에 도시에는 템플 기사단의 성벽이 세워졌다.
현재 중세 시대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흔히 등장하는 붉은색 십자가가 표시된 흰색 겉옷이 상징인 템플기사단(Ordre des Templiers)은 오늘날에도 그들의 후예가 비밀 결사로 존재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세계적 베스트셀러였던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 등에 등장한다.
성의 규모가 굉장히 크고 이야기가 많은 곳이어서 보고 싶었지만 돌핀슬롯 너무 많이 와서 그냥 통과하고 바로 앞 카페에서 돌핀슬롯 멈추기를 기다렸다.
카페에서 어제같이 걸었던 외국인들과 한국인들을 또 만났다.
성지 돌핀슬롯 오신 한국의 70대 여자 두 분이 인상적이다. 비바람길에도 계속 묵주를 만지시며 성당을 들리시고 문 닫힌 성당은 한 바퀴씩 돌며 기도를 하신다.
비가 조금 잦아들자 카페 안의 돌핀슬롯자들은 모두 길을 나섰다. 우비도 없이 온몸이 모두 젖어도 다시 걷는 모습에 한참을 지켜보았다.
'와, 저 밝은 얼굴, 가벼운 움직임은 뭐지?'
시계가 있는 성문을 통과하자 현대식 도시 폰데라다가 펼쳐진다. 산티아고 돌핀슬롯 표지에 빨간 페인트로 X가 그려져 있었는데 장난인 줄 알고 조개 표식을 계속 따라갔다. 출입 금지 줄이 있는데도 비바람이 거칠어져 마음이 급해 계속 걸었다.
그제야 그 많던 돌핀슬롯자들도 보이지 않고 오래전에 만들어졌던 먼 길로 돌아왔음을 알았지만 돌아갈 수 없어 그냥 계속 직진했다.
가지 말돌핀슬롯 표식이었는데 그때 주변을 더 찬찬히 살펴보았어야 하는데 마음이 급해 직진만 한 것이다.
인적이 없는 공장과 큰 도로를 한참 걸어서야 합류하는 마을인 콜룸 브리아 노스에서 돌핀슬롯자들을 만났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갈수록 비바람이 거세져서 성당 앞을 지나치려는데 문이 활짝 열린 성당 앞에 아주머니가 세요(돌핀슬롯 도장)를 찍어준다고 손짓을 하며 부른다.
작은 마을 오래된 성당인데 실내는 화려하고 경건하다. 천정과 벽에 성화들이 최근에 그린 것처럼 채색이 밝고 아름답다.
열성적인 성당 봉사자 덕분에 인상 깊은 성당을 보게 되었다. 헌금 때문에 우리를 부른 것은 아니돌핀슬롯 생각을 했다.
작은 지폐가 없어 세요도 안 찍고 그냥 나오는 돌핀슬롯자들을 위해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세요를 찍고 가라며 친절하였기 때문이다.
큰 도로와 포도밭을 따라 한참을 걸었다. 돌핀슬롯에 우비도 소용없다. 온몸이 다 젖어 가방은 옷 속에 품었다.
'내가 왜 이러고 있는 거지?
돌핀슬롯을 피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내가,
믿을 수 없을 만큼 참 좋았다.
지금까지숨고
회피하던 상황이 떠올랐다
그때는 왜 그랬을까?
언덕을 몇 번 넘으며 비가 그쳤다가 해가 보이고 다시 돌핀슬롯이 분다. 길도 엉망이어서 비에 젖은 신발이 여기저기 진흙에 푹푹 빠지고 웅덩이에 묻힌다.
아니 원래 길은 이런 모습이었는데 내가 편한 길에 익숙해있다. 그래도 걸어야 오늘의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지금까지 걸어온 인생처럼'
철 지난 포도밭에 남겨진 포도 몇 알을 먹어 보았다. 질기고 쓴맛이라 버려진 것이다. 제 때가 지나면 가치가 없다.
'뭐든 제 때가 있다!'
제일 끝이 보이지 않던 긴 오르막을 오르자 저만큼 작은 마을 카카벨로스가 보였다. 거센 비가 멈추며 생쥐 같은 돌핀슬롯자들을 수고했다며 맞아주었다.
역사적 사건과 흥미로운 전설이 많은 마을이라고 한다. 이 마을에서 타로 카드가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리고 이 마을 오늘 쉬는 식당이 많다.
'기대하던 식당도 문 닫고 싫어하는 타로 카드 발상지라니!'
나와 인연이 아닌가 보다. 살아보니 이럴 때는 빨리 포기하고 아무거나 먹으며 맥주 한 잔 마시고 얼른 자는 게 좋다.
용쓰고 뒤적거리면 만사 꼬일 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