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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안 9시간전

1장. 토토 바카라 집안의 역사(1~3)

"토토 바카라 가의 형제들"

1. 표도르 파블로비치 토토 바카라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이란 심지어 악인들조차도 우리가 대략적으로 단정 짓는 것보다는 훨씬 더 순진하고 순박한 편이다. 이건 우리 토토 바카라도 마찬가지이다"

십 삼 년 전 비극적이고 어두운 최후를 맞은 토토 바카라를 회상하는 것으로 이 소설은 시작한다.


그는 지주였고 걸레같이 방탕했으며 멍청하지만 자신의 재산은 영리하게 관리한 인간이다. 생전에는 남의 식탁이나 노리는 식객처럼 살았으나 최후를 맞이한 순간 보니 10만 루블이나 되는 큰돈을 현금으로 가지고 있었다.


두 번 결혼해서 아들 셋을 두었다. 장남드미트리(미챠)는 첫 부인, 나머지 두 아들 토토 바카라과 알렉세이는 두 번째 부인이 낳았다. 첫 번째 부인인 이바노브나 미우소바는 부유하고 지참금이 딸려 있는 데다 기민하고 영리했다. 그녀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사근사근한 환상에 사로잡혀 식객 처지의 카라마조프와 보쌈 결혼을 치른다. 그러나 카라마조프는 그녀의 재산에만 관심이 있었을 뿐이라는 사실과 카라마조프의 본모습을 알고 경멸과 혐오의 감정으로 살아간다.


부부에게는 이후 가장 무질서한 생활과 영원한 소란이 시작되었고 주먹다툼도 있었는데 주먹질을 한쪽은 의외로 불같은 성미를 지닌 토토 바카라이었다. 결국 그녀는 세 살이 된 미챠(드미트리)를 남겨 둔 채 가난한 교사와 도망을 간다.


그녀의 도망 후 토토 바카라는 순식간에 집안을 하렘으로 만들어서 방탕한 술판을 벌이고 그간 부부사이 부끄러운 이야기까지 떠벌리고 다닌다. 그 자신도 모르는 이유로 부인을 찾으러 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그녀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러자 그는 술에 취한 상태로 거리로 뛰어나가 기쁨에 겨워 외친다. "이제야 해방되었노라" 또 다른 말에 따르면 어린아이처럼 목 놓아 엉엉 울었는데 보기에 안쓰러울 정도였다고 한다.


즉 그는 토토 바카라의 해방에 기뻐함과 동시에 토토 바카라을 해방시켜 준 여인을 애도하며 울었던 것이다.



2. 장남을 쫓아내다.

"그런데 정말로 표도르 파블로비치는 평생 동안 연기를, 그러니까 사람들 앞에서 갑자기 뭐든 전혀 뜻밖의 역할을 연출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무엇보다도 이따금씩은 아무 필요도 없이, 심지어 예컨대 지금처럼 토토 바카라에게 곧바로 해가 되는 경우에도 그러했다. 하지만 이러한 특성은 비단 표도르 파블로비치뿐만이 아니라 굉장히 많은 사람, 심지어 대단히 영리한 사람들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카라마조프 같은 인간형이 좋은 양육자일 리는 없다. 그는 눈물을 짜며 하소연을 늘어놓고 집을 방탕의 소굴로 바꿔 놓는 동안 세 살배기 아이의 존재를 깡그리 잊어버렸다. 그래서 소년 미챠(드미트리)는 충직한 하인 그리고리의 마당 오두막에서 살지 않으면 안 됐다. 외가 쪽도 외할아버지의 사망을 비롯한 우환이 겹치면서 미챠를 그들도 잊었다.


그러다가 외가 쪽 친척 미우소프가 미챠가 살고 있는 도시 가장자리에 있는 영지를 처리하던 중 아이가 남겨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카라마조프에게 자신이 키우겠다고 제안한다. 카라마조프는 자신의 집 어딘가에 어린 아들이 있다는 것에 자못 놀라워했는데 카라마조프는 평생 동안 사람들 앞에서 연기하는 것을 좋아했다. 심지어 그 연기로 당장 자신에게 해가 되는 경우에도 그러했다.


이후 외종숙 미우소프가 아이의 공동 후견인이 되었는데 이는 어머니의 사망 이후 아이 앞으로 적지만 재산이 남겨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외종숙 집에 살던 미챠는 모스크바 귀부인에게 맡겨지고 다시 귀부인의 딸에게 그 이후도 네 번이나 보금자리를 바꿨다.


드미트리(미챠)는 토토 바카라에게 얼마간의 재산이 있으니 성년이 되면 독립하게 되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자라났다. 무질서한 청년 시절에는 군사학교에 들어갔으나 방탕한 생활로 많은 돈을 탕진했고 유산을 받지 못한 상태여서 엄청난 빚을 지고 말았다.


성년이 되어 재산을 받기 위해 아버지 토토 바카라를 찾아왔지만 얼마간의 돈만 받고 떠난다. 드미트리의 재산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주지 않고 자잘한 간식을 주듯 간간이 송금을 해주기만 하는 것을 참지 못한 드미트리가 아버지를 찾아왔지만 자기 앞으로 이미 땡전 한 푼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격분한다.


3. 두 번째 결혼과 두 번째 토토 바카라들

"장군 토토 바카라도 그 일이 있고 나서 곧 죽고 말았지만, 그래도 유언장에다 두 어린애들에게 각각 1000 루블씩을 주라고 썼고 '이 돈은 이들의 교육비이다. 전부 다 반드시 이들을 위해서 써야 되지만 다만 정확히 성년이 될 때까지만 돈이 모자라지 않도록 할 것. 이따위 아이들에겐 이만한 선심도 과분한 것이다. 하지만 만약 누구든 내키는 사람이 있다면 자기가 알아서 지갑을 풀든지 말든지' 등등의 말이 있었다. 유언장을 내가 직접 읽어 보지는 못했지만, 뭔가 정확히 이처럼 이상하고도 너무나 독특한 문체로 표현된 말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다."

네 살배기 미챠(드미트리)를 쫓아낸 토토 바카라는 두 번째 결혼을 한다. 두 번째 부인 소피야 이바노브나는 고아나 다름없었는데 어느 장군 부인이 거두어 주었다. 그녀는 은인이자 양육자이자 박해자인 장군 부인의 부유한 집에서 살게 된다. 말대꾸라고는 통 할 줄 모르는 온순하고 순해빠진 그녀가 제 손으로 죽으려 한 적이 있을 정도로 힘겨운 삶을 살던 열여섯의 그녀는 토토 바카라와 결혼을 한다.


어떠한 지참금도 받지 못하고 장군 부인의 저주를 들으며 결혼한 토토 바카라는 그녀의 순결한 아름다움에 매료되기는 했지만 어떤 떡고물도 받은 게 없기 때문에 결혼생활의 평범한 예의조차도 지키지 않는 방탕한 생활로 돌아간다.


그러나 우직하고 고집불통 샌님인 하인 그리고리는 이전 마님은 싫어했지만 소피야에게는 호의를 보이며 방탕한 토토 바카라에게 욕지거리를 퍼부을 정도로 편을 들어줬다. 신경질환 같은 병에 걸린 소피야는 토토 바카라과 알렉세이 아들을 낳고 차남 알렉세이가 네 살 일 때 세상을 떠난다.


그녀가 죽고 장남 미챠(드미트리)와 거의 같은 일이 일어났는데 카라마조프는 차남과 삼남의 존재를 깡그리 잊어버렸고 그들도 하인 그리고리의 오두막에서 자라게 된다.


소피야가 죽은 지 정확히 석 달 뒤 자기가 받은 모욕을 잊지 않고 있던 장군 부인이 나타나서 토토 바카라의 따귀를 때리고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정식으로 양육자가 된다. 그동안 장군 부인은 자신의 '소피야'의 인생사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팔 년 내내 알고 있었던 것이다.


장군 부인은 곧 죽고 말았지만 토토 바카라과 알렉세이에게 유산을 남긴다. 이를 관리하는 예핌 페트로비치는 정직한 사람으로 아이들을 자기 돈으로 양육하여 유산은 두배로 늘어나게 났다.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음울한 소년으로 자라났지만 학업에 비상하고 탁월한 재능을 가진 이반은 예핌의 보살핌으로 천재적인 교육자에게 교육을 받는다.


이반이 대학에 입학했을 때는 예핌도 천재 교육자도 세상을 떠나고 형식적 절차로 유산의 지급은 지연되어 이반은 과외 선생부터 신문사에 글을 쓰는 등 많은 일을 하며 고생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반의 글이 인기를 끌면서 문단에서 유명해지고 돈도 벌게 된다. 그러던 이반이 어느 날 아버지 토토 바카라를 찾아왔다.


그런데 카라마조프와 이반은 사이좋게 지내고 심지어 방탕하고 남의 말이라곤 듣지 않는 카라마조프가 이반의 말에 고분고분 따르는 듯한 조짐이 보였다. 나중에 가서야 밝혀졌지만 이반은 일정 부분 형인 드미트리의 부탁을 받고 아버지를 찾아온 것이었다. 당시 장남 드미트리가 아버지를 상대로 정식 소송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토토 바카라은 그 사이에서 중재자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이로써 이 집안은 생전처음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는데 미래의 주인공 셋째 아들 알렉세이(알료샤)는 일 년 전 이 도시로 와서 수도원에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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