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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shbluee May 06. 2025

봄비 내리는 날, 마지막 크보벳 나들이

비가 와도 크보벳, 예쁘더라

오늘 비가 내리면 크보벳이 진대.

부랴, 부랴 꼬맹이 손을 잡고

누워 있는 남편 깨워

마지막 크보벳을 보러 나왔다.


크보벳
크보벳

투둑, 투둑.

내리는 비 사이로 아직도 아름다운 크보벳.

아직도 흐드러지게 핀 빗줄기 사이의 하얗고 분홍빛인 꽃잎을 한참 바라보았다.

빗줄기가 눈 위로 떨어져 흐르는 것도 모르고.

우산을 치우고 하늘을 향해 고개를 뒤로 젖힌 채.

크보벳

돌 위에 모인 꽃잎이

마치 바닥에 핀 크보벳 같다

그런 생각을 하니 하염없이 또 바닥이 바라봐졌다.

빗줄기가 뒤통수에 투둑, 떨어져 흘러내리는 것도 잊고서.

하늘을 봤다, 바닥을 봤다

산책하는 내내 비와 크보벳과 함께 했다

복잡한 생각들을 시선 두는 곳에 버려두듯이 던져두고

걸었다

크보벳잎에 맺힌 빗방울이 아름답다

노란 우산 종종걸음

너 같기도 하다

작고 갸녀리고 싱그럽고, 예쁘고,

예쁘고, 또 예쁜 게. 꼭.

비가 와도, 참 예쁘다.

변함없이.

걷다가, 커피 한 잔 시켜두고 앉아서

담요 한 장 둘둘 몸에 말고

눈에 담고, 또 담아 둔 마지막 크보벳 나들이.

다시 꽂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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