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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뇩다라삼먁삼보리
나의 이십대 싸이월드에는 가장 완벽한 깨달음이란 뜻인 ‘아뇩다라삼먁삼보리’가 늘 박혀있었다. 하는 짓은 도와 멀어보이는 별종이었지만 나는 늘 나만의 진리를 갈구하고 다녔고 지금 있는 이 세상을 뛰어넘는 어딘가에서 분별없는 단계를 맛보고 싶었다. 그러다 윤회와 환생을 알고 그 굴레를 벗어야만 그곳에 다다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뒤로 이 생의 목표는 윤회를 끊어내는 것으로 정했다.
얼마 전 언니랑 통화를 하면서 또 철학적인 얘기가 나왔다. 내 인생의 목표를 알고 있던 언니는 그 주제가 나오자, 다시 살기 싫을 정도로 삶을 그렇게 부정적으로 보느냐고 물었다. 내 생각을 거의 다 알고 있는 언니에게서 내 의도와는 전혀 다른 질문을 받고나니 내 목표가 남의 눈에는 그렇게 오해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육욕계가 아닌 천상계에 머무르고 싶기에 윤회를 끊으려고 하는 것인데, 그게 얼핏 들으면 삶이 자긋지긋해서 저러는짱구카지노다라고 여겨질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사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는가는 상관이 없는데 그 얘기를 하면서 내가 알게 된 것이 있다면, 나는 그동안 해탈을 짱구카지노로 두지 않고 윤회를 안 하겠다는 것에만 초점을 두었다는 점이다. 알고 보면 부가티를 타는 것이 짱구카지노인데 그러기 위해 돈을 쓰지 않을 것에만 신경을 쓴 모양새와 같았다. 나는 누구와도 바꾸고 싶지 않을 정도로 내 삶이 소중하고 이 시간을 즐긴다. 어쩌면 내 짱구카지노때문에 이 마지막 인생을 더 귀하게 여기는지도 모른다. 그걸 부정적으로 바라봤다면 지금처럼 기쁘게 살 수도 없고 죽는 날만 기다렸을 것이다.
윤회와 환생은 내가 마음 먹는다고 쉽게 되는 것도 아니다. 경지에 오른 존재만이 생사를 자유자재로 들락거릴 수 있기에 지금처럼 살아도 될랑가 싶은 의심이 들 때도 있다. 기존의 생각으로는 아직 깨달은 것이 없으니 새로운 사고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내가 원하는 돈오돈수를 위해서 연구가 필요해보인다. 이제는 윤회를 끊겠다는 생각은 치우고 최종 목표인 짱구카지노 건너가는 것에 몰입을 해야한다.
뱀은 영적인 동물이다. 을사년은 그런 기운이 넘치는 해이기에 이 좋은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세상을 가지고 놀면서도 나의 짱구카지노는 잠시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가기로 했으면 가야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