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숲오 eSOOPovoice4u보이스아트 수석디자이너 | 목소리예술연구소/@@67jt2018-07-09T07:22:33Z놓친 것만 내 것이에요 - 제트벳 118호/@@67jt/11132025-06-12T20:36:21Z2025-06-12T15:31:29Z6월 이 외 수 바람부는 날 은백양나무 숲으로 가면 청명한 날에도 소낙비 쏟아지는 소리 귀를 막아도 들립니다 저무는 서쪽 하늘 걸음마다 주름살이 깊어가는 지천명 내 인생은 아직도 공사중입니다 보행에 불편을 드리지는 않았는지요 오래 전부터 그대에게 엽서를 씁니다 그러나 주소를 몰라 보낼 수 없습니다 서랍을 열어도 온 천지에 소낙비 쏟아지는 소리 한평생 <img src= "https://img1.제트벳.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제트벳.net%2Fbrunch%2Fservice%2Fuser%2F67jt%2Fimage%2F1brd9710iP0GQX94Wv7DhC2hIuU" width="500" /별 박힌 달이 달아요 - 제트벳 117호/@@67jt/11122025-06-12T01:28:46Z2025-06-11T15:29:56Z달무리 박 목 월 달무리 뜨는 달무리 뜨는 외줄기 길을 홀로 가노라 나 홀로 가노라 옛날에도 이런 밤엔 홀로 갔노라 맘에 솟는 빈 달무리 둥둥 띄우며 나 홀로 가노라 울며 가노라 옛날에도 이런 밤엔 울며 갔노라 달이 제 몸을 낮추어 둥그렇게 떴습니다 다시 저물 줄 알면서도 최선을 다해 부풀었습니다 그 환희도 잠<img src= "https://img1.제트벳.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제트벳.net%2Fbrunch%2Fservice%2Fuser%2F67jt%2Fimage%2FRb3GihoHCYC-jeWTqGzmfMAmtD4" width="500" /은밀한 것들 - 제트벳 116호/@@67jt/11112025-06-11T02:28:54Z2025-06-10T15:03:49Z봄 강 성 은 소풍, 나뭇잎 한 장으로 수만 개의 태양을 가리는 시간 어쩌면 수만 개의 너 고통, 투명한 거미줄을 몸속 가득 치는 노래 이빨이 부러지는 줄도 모르고 씹어먹는 검은 물 악기, 자신의 이름도 모르고 죽은 선조들의 뼈 제 이름을 부르며 죽어가는 군대 적막의 시간, 검은 재, 빛나는 재, 따스한 재들 어느날 소년들의 머리 위에 새하얀 집<img src= "https://img1.제트벳.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제트벳.net%2Fbrunch%2Fservice%2Fuser%2F67jt%2Fimage%2FHDix0Feq3NMCiyW4t-LsD_ShOHA" width="500" /제주의 까만밤을 걸어본 적 있나요 - 제트벳 115호/@@67jt/11102025-06-10T02:49:49Z2025-06-09T15:21:22Z봄날 한채 노 향 림 저녁노을 속을 누가 혼자 걸어간다. 높은 빌딩 유리창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며 거대한 낙타처럼 터덜터덜 걸어내려간다. 강변 둔치까지는 구름표범나비 등을 타고 넘어갈까 황사바람 누런 목덜미를 타고 넘어갈까 잠시 머뭇거린다. 타클라마칸 혹은 고비가 내 마음 안에도 펼쳐 있고 모래 위에 환한 유칼리나무 잠시 피었다가 지워진 아치형 길이 홀<img src= "https://img1.제트벳.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제트벳.net%2Fbrunch%2Fservice%2Fuser%2F67jt%2Fimage%2F_X8mw2fONKZ1r0cGJOL5qW9gFlU" width="500" /눈도 발도 엉키는 날에는 - 제트벳 114호/@@67jt/11092025-06-09T01:14:32Z2025-06-08T15:04:15Z멀리 보다 황 규 관 책상에 머리 박고 일하다 창밖 먼데를 본다 강가에 왜가리 한 마리 앉고 아들놈이 공 차고 있을 학교운동장 쪽에 먹구름 사이를 비집고 강림하는 햇살 더 멀리는 솔잎혹파리에 몸이 아픈 구름산 소나무숲이다 멀리 보면 보인다 가슴을 연 채 돌아가신 어린 나를 버린 아버지도 보이고 외등이 혼자 떨고 있는 골목길 내 가슴을 할퀴던 당신의 눈<img src= "https://img1.제트벳.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제트벳.net%2Fbrunch%2Fservice%2Fuser%2F67jt%2Fimage%2FH5Uk7PmrM-YPodHcf_ThsVHypXQ" width="500" /술 한잔 하실래요 - 제트벳 113호/@@67jt/11072025-06-06T05:36:03Z2025-06-05T20:25:21Z술 한잔 정 호 승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겨울밤 막다른 골목 끝 포장마차에서 빈 호주머리를 털털 털어 나는 몇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인생은 나를 위해 단 한번도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눈이 내리는 날에도 돌연꽃 소리없이 피었다 지는 날에도 <img src= "https://img1.제트벳.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제트벳.net%2Fbrunch%2Fservice%2Fuser%2F67jt%2Fimage%2FtV98XhRw3XEqO98uD6c6TPSsmH8" width="500" /그대는 대단한가요 - 제트벳 112호/@@67jt/11062025-06-05T07:21:03Z2025-06-04T15:29:45Z당신이라는 세상 박 준 술잔에 입도 한번 못 대고 당신이 내 앞에 있다 나는 이 많은 술을 왜 혼자 마셔야 하는지 몰라 한다 이렇게 많은 술을 마실 때면 나는 자식을 잃은 내 부모를 버리고 형제가 없는 목사의 딸을 버리고 삼치 같은 생선을 잘 발라먹지 못하는 친구를 버린다 버리고 나서 생각한다 나는 빈방으로 끌고 들어가는 여백이 고맙다고, 청파에는 <img src= "https://img1.제트벳.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제트벳.net%2Fbrunch%2Fservice%2Fuser%2F67jt%2Fimage%2FlR_hebpd4W3gnRkafrr6gNTlBns" width="500" /세상을 돌리는 술 한잔 - 제트벳 111호/@@67jt/11042025-06-04T07:12:58Z2025-06-03T17:48:22Z세상을 돌리는 술 한잔 천 양 희 포도주를 들다 생각해본다 나는 너무 썩었고 오래 썩었다 발효된 내 거대한 심통에 묵은 찌꺼기 누추하다 나는 속썩은 인간으로서 냄새를 피웠고 말 대신 게거품을 물었다 몸속 어디에 포도송이 꽉 찬 포도밭이 있는지 넝쿨이 굽은 뼈처럼 뻗어나온다 마음의 서쪽, 붉게 취한 노을 어룽거려 찔끔, 눈물도 나온다 이 머리통, 나도 <img src= "https://img1.제트벳.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제트벳.net%2Fbrunch%2Fservice%2Fuser%2F67jt%2Fimage%2FykZQ_Rx3rvdZUYbM6-MkClLDTe4" width="500" /영수증 드릴까요 - 제트벳 110호/@@67jt/11052025-06-03T02:52:25Z2025-06-02T20:30:38Z기적 진 은 영 누군가에게 아름다운 기적이 일어나서 물과 포도주로 들판을 분할했다 네가 마신 것은 무엇인가, 무엇인가 하나의 퍼즐 조각을 움직이자 역동적인 상태가 된다 전체를 뒤흔드는 것은 작은 조각이나 물꼬 일상의 기적은 외부보다 내부로부터의 신호 혹은 눈뜨기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문을 나선다 살가운 바람은 온데간데 없고 낯선 풍경들만 펼<img src= "https://img1.제트벳.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제트벳.net%2Fbrunch%2Fservice%2Fuser%2F67jt%2Fimage%2FZUPhpwkBH-Az4gL5GrmwczLmFIc" width="500" /유월에는 취할 거예요 - 제트벳 109호/@@67jt/11032025-06-02T04:01:40Z2025-06-01T15:05:43Z술에 취한 바다 이 생 진 성산포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여자가 남자보다 바다에 가깝다 나는 내 말만 하고 바다는 제 말만 하며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긴 바다가 취하고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술에 더 약하다 유월에는 술 없이도 취한다 서두른 태양에 취하고 섣부른 계절에 취하고 설익은 키스에 취하고 비틀거리지 않아도 취한 줄 안다 나비 등에 업힌 <img src= "https://img1.제트벳.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제트벳.net%2Fbrunch%2Fservice%2Fuser%2F67jt%2Fimage%2FYkzqSjUNOdSgfieTyJAVJDjfB20" width="500" /초대합니다 - 기형도문학관 기획전시 협업작품 상영회(25.6.14.토.pm2-3:30)/@@67jt/11022025-05-31T05:37:53Z2025-05-31T02:30:23Z2025년 기형도문학관 기획전시 작가로 요즘 각광받는 현대미술가 이완 작가가 선정되었습니다. 주제는 기형도 시 '바람은 그대 쪽으로' 제목에서 가져왔다고 합니다. 이번 전시를 위한 작품으로 꼴라주, 영상, 설치 등으로 구성했는데, 저와는 영상 파트를 협업하게 되었습니다. AI생성과 촬영으로(약 15분 분량) 영상과 함께 4편의 시낭송이 작품에 연결되어<img src= "https://img1.제트벳.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제트벳.net%2Fbrunch%2Fservice%2Fuser%2F67jt%2Fimage%2FxYrylXq7sQj8W1ab1oYmYuZdMJI.jpg" width="500" /부실한 일상 - 마음은 겁쟁이로 자꾸 돌아가지/@@67jt/11012025-05-31T04:02:06Z2025-05-31T00:28:34Z모든 미련은 미련함에 있듯이 어떤 한산함은 한사람에 있다 짙은 망각은 곧은 지도를 펼치면서 시작되고 그렇게 그런데 그러하므로 그러는 사이에 몇몇은 글쓰기를 그만두었고 몇몇은 글쓰기로 돌아오지 않았다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으나 할 말은 희미해졌고 너무 많은 생각이 있었으나 엉덩이는 게을러졌다 늘 그렇듯이 아픈 것은 무엇을 안 하기에 좋은 핑계가 되<img src= "https://img1.제트벳.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제트벳.net%2Fbrunch%2Fservice%2Fuser%2F67jt%2Fimage%2FJRbcF_a8AoxHsOGZJ2t2p0BNpU0" width="500" /완화삼 - 제트벳 108호/@@67jt/11002025-05-30T03:53:38Z2025-05-29T20:00:01Z완화삼 조 지 훈 차운 산 바위 위에 하늘은 멀어 산새가 구슬피 울음 운다. 구름 흘러가는 물길은 칠백 리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노을이여. 이 밤 자면 저 마을에 꽃은 지리라 다정하고 한 많음도 병인 양하여 달빛 아래 고요히 흔들리며 가노니......산이 날 에워싸고 - 제트벳 107호/@@67jt/10992025-05-29T02:32:32Z2025-05-28T20:00:01Z산이 날 에워싸고 박 목 월 산이 날 에워싸고 씨나 뿌리며 살아라 제트벳 밭이나 갈며 살아라 제트벳 어느 짧은 산자락에 집을 모아 아들 낳고 딸을 낳고 흙담 안팎에 호박 심고 들찔레처럼 살아라 제트벳 쑥대밭처럼 살아라 제트벳 산이 날 에워싸고 그믐달처럼 사위어지는 목숨 그믐달처럼 살아라 제트벳 그믐달처럼 살아라 제트벳묘지송 - 제트벳 106호/@@67jt/10982025-05-28T04:40:49Z2025-05-27T20:00:02Z묘지송 박 두 진 북망이래도 금잔디 기름진데 동그만 무덤들 외롭지 않어이. 무덤 속 어둠에 하이얀 촉루가 빛나리. 향기로운 주검의 내도 풍기리. 살아서 섧던 주검 죽었으매 이내 안 서럽고, 언제 무덤 속 화안히 비춰 줄 그런 태양만이 그리우리. 금잔디 사이 할미꽃도 피었고 삐이 삐이 배, 뱃종! 뱃종! 멧새들도 우는데 봄볕 포근한 무덤에 주검들이피리를 불면 - 제트벳 105호/@@67jt/10972025-05-27T02:44:02Z2025-05-26T20:00:01Z피리를 불면 조 지 훈 다락에 올라서 피리를 불면 만 리 구름길에 학이 운다 이슬에 함초롬 젖은 풀잎 달빛도 푸른 채로 산을 넘는데 물 위에 바람이 흐르듯이 내 가슴에 넘치는 차고 흰 구름 다락에 기대어 피리를 불면 꽃비 꽃바람이 눈물에 어리어 바라뵈는 자하산 열두 봉우리 싸리나무 새순 뜯는 사슴도 운다귀밑 사마귀 - 제트벳 104호/@@67jt/10962025-05-26T02:51:05Z2025-05-25T20:00:04Z귀밑 사마귀 박 목 월 잠자듯 고운 눈썹 위에 달빛이 내린다 눈이 쌓인다 옛날의 슬픈 피가 맺힌다 어느 강을 건너서 다시 그를 만나랴 살눈섭 길슴한 옛사람을 산수유꽃 노랗게 흐느끼는 봄마다 도사리고 앉은 채 도사리고 앉은 채 울음 우는 사람 귀밑 사마귀삶의 어떤 기술 - 제트벳 103호/@@67jt/10952025-05-23T07:59:제트벳2025-05-22T20:00:03Z삶의 어떤 기술 윤 유 나 여리고 느린 음악으로 무장하고 싶다 끝내 사라지지 않게 밤새도록 거미줄에 매달려 무심하게 소용돌이치는 평화 피부를 찢고 돋아난 것 허리춤에서 비릿한 냄새가 나 견디고 견디며 태양은 붉어졌고 알은 익었지 나무는 서 있기로 한 건가 인간을 도저히 미워할 수 없으니까 어젯밤 기록한 문자를 나열제트벳 기념이 지워진 자리에 숫자소쩍새 우는 봄날에 - 제트벳 102호/@@67jt/10942025-05-22T02:59:53Z2025-05-21T19:00:제트벳소쩍새 우는 봄날에 박 규 리 나에게도 소원이 있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낮게 드리운 초라한 집 뜰에 평생을 엎드려 담장이 될지언정 스스로 빛나 그대 품에 들지 않고 오직 무너져 흙으로 돌아갈 한 꿈밖엔 없는 돌이 되는 겁니다 구르고 구르다 그대 발 밑을 뒹굴다 떠돌다 떠밀리다 그대 그림자에 묻힌들 제아무리 단단해도 금강석이 되지 않고 제아무리 슬퍼그렇고 그런 날 - 제트벳 101호/@@67jt/10932025-05-21T00:03:58Z2025-05-20T19:00:제트벳그렇고 그런 날 오 은 그렇고 그런 날이었어 마치 그제처럼 중간고사 바로 전주처럼 유치원 가을 소풍처럼 할 일이 많아서 힘들면서도 할 일이 있어서 행복한 그런 날이면 나는 책을 타고 올라가 구름에 머리를 찧어도 아프지 않겠지 오늘이 빡빡하다고 말하면서 하늘을 향해 기지개를 켜기도 하면서 그렇고 그런 날은 또 있지 마치 어제처럼 지난주 토요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