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타 /@@19J9 백업 저장을 위해 일상 에세이와 '소설용 습작'을 올리고 있습니다. 글의&nbsp;화자는 대부분 글쓴이가 설정한 가상의 인물입니다.&nbsp;그런&nbsp;글들은&nbsp;단편&nbsp;소설을&nbsp;위한&nbsp;습작입니다. ko Thu, 12 Jun 2025 16:39:05 GMT Kakao Brunch 백업 저장을 위해 일상 에세이와 '소설용 습작'을 올리고 있습니다. 글의&nbsp;화자는 대부분 글쓴이가 설정한 가상의 인물입니다.&nbsp;그런&nbsp;글들은&nbsp;단편&nbsp;소설을&nbsp;위한&nbsp;습작입니다. //img1.daumcdn.net/thumb/C100x10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guest%2Fimage%2F6P40bLaiIcwXSvM4GI4r1GlE1nw.JPG /@@19J9 100 100 어쨌든 /@@19J9/1428 그가 살짝 쥔 주먹으로 가볍게 유리문을 밀었다. 다른 여닫이문들도 그렇게 열었다. 손잡이를 잡지 않고 문을 여는 모습을 보고 그가 더욱 친밀하게 느껴졌다. 나도 문을 그렇게 연다. 그런 그를 (혹은 나를)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결벽증이라 여길지도 모른다. 결벽증이 맞을 수도 있다. 세상의 온갖 더러운 것들을, 부당하고 무례한 것들을 멀리하는 결벽증. 어쨌든 Thu, 12 Jun 2025 03:49:10 GMT 윤타 /@@19J9/1428 나도 이제 늙었구나.라고 느낄 때 8. /@@19J9/1427 예전에 썼던 주방 가위들은 대개 (아니 전부) 절삭력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붉은 녹이 슬어 오래 쓰지 못했다. 또 이러네. 으레 그러려니 하고 그때마다 가위를 바꿨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붉은 녹이 마치 노인의 얼굴에 피는 저승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검은 저승꽃(검버섯)과 달리 가위날 표면에 핀 저승꽃은 검붉어서 저승꽃이라는 이름과 더욱 어울렸다. 어느 Wed, 04 Jun 2025 07:53:13 GMT 윤타 /@@19J9/1427 강박 /@@19J9/1426 종종 무의식적으로 글을 짧게 쓰는 나를 발견한다. 특히 댓글을 달 때 더 그렇다. 오랫동안 소셜미디어 생활을 하면서 생긴 안 좋은 습관이다. 전업 작가들이 소셜미디어 활동을 피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조사나 용언이 생략되고 떨어져 나간 글들. 글을 읽는 상대방에게 잽을 날리듯 툭툭 던지는 글들. 사람들이 감탄하는 명언을 창조하고 싶은 욕망이 Mon, 19 May 2025 02:41:00 GMT 윤타 /@@19J9/1426 존엄 /@@19J9/1425 &lt;미스터 플라워(Bed of Roses)&gt; 1996. 마이클 골든버그 감독.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던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 여자는 어릴 적에 친부모에게 버려졌다. 설상가상으로 그녀를 거두어준 양부는 차가운 사람이었다. 그녀는 사랑받기를, 사랑하기를 바라며 조심스레 양부에게 다가갔지만 양부는 얼음으로 지어진 담벼락 같았다. 그녀는 사랑을 경험하지 <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19J9%2Fimage%2FDGNrQIdZ-XPAwOOtyCDu69A2nuA.jpeg" width="500" /> Tue, 13 May 2025 06:55:55 GMT 윤타 /@@19J9/1425 아마도 그건 /@@19J9/1424 아마도 그건 사랑이었을 거야. 저녁 일곱 시 반 무렵의 지하철이었다. 퇴근하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한산해지는 구간에 들어섰다. 가벼운 등산도 가능할 듯한 편한 옷차림의 중년 남녀가 탔다. 남자는 바로 내 옆자리에, 여자는 남자 옆에 앉았다. 인 이어 이어폰 사이를 뚫고 들리는 그들의 대화로 짐작건대 오래된 부부인 것 같다. 남자한테서 Wed, 07 May 2025 08:06:17 GMT 윤타 /@@19J9/1424 노동절 단상 /@@19J9/1423 출근 시간 지하철에 사람들이 이렇게나 적다니. 곳곳에 빈자리가 많았다. 지하철에 오르자마자 비어있는 맨 끝자리(모두 다 원하는 바로 그 자리)에 앉아 너무나도 쾌적하게 갈&hellip; 뻔했다. 세 정거장 지나서 올라탄 한 중년 남성이 날카로운 눈으로 빈자리를 스캔하다 바로 내 옆자리에 앉았다. 11자로 다리를 모으고 가장자리에 바짝 붙어 앉은 나의 옆 자리가 편해 Thu, 01 May 2025 04:40:01 GMT 윤타 /@@19J9/1423 뇌의 흉터 /@@19J9/1422 &lt;괴물들: 숭배와 혐오, 우리 모두의 딜레마&gt; 클레어 데더러. 평소에 무척 즐겨 듣고 좋아하는 음악이 있다. &lsquo;나&rsquo;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사람들도 좋아한다. 전문가들은 그 음악이 뛰어나다고 평가한다. 어떤 음악은 인류라는 종이 창조해 낸 &lsquo;위대&rsquo;한 문화유산이라고 추앙할 수 있을 정도로 멋지다. 그런데 그 음악을 만든 자가 쓰레기 같은, 괴물 같은 인간이라 Mon, 28 Apr 2025 03:09:11 GMT 윤타 /@@19J9/1422 숫자에는 /@@19J9/1421 친구 1,238명. 갑자기 페이스북 첫 페이지에 쓰여 있는 1238이라는 숫자가 1234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234. 이 깔끔하고 간결한 숫자를 갖고 싶다. 4만 빼내면 된다. 친구 목록을 쭉 훑어보았다. 밑으로 내려 갈수록 소통이 없거나 뜸한 페친들 계정이 뜨니까 그 근처에서 골라내면 되겠지. 페이스북 알고리듬이 바뀌어서 요즘에는 천 명이 Sat, 26 Apr 2025 12:03:37 GMT 윤타 /@@19J9/1421 위계가 없는 간격이 있는 /@@19J9/1420 우정은 자기에게 음식처럼 필요한 사람을 &lsquo;거리를 두고 지켜보기&rsquo;를 받아들이는 기적이다. - 시몬 베유. _ 적당한 거리나 공간, 간격이 없는 사랑은 감히 사랑이라 부르기에도 민망한 집착으로 변질되곤 한다. 물론 &lsquo;적당한&rsquo;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렵긴 하지만.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멋진 사랑은 역시 우정일 듯 싶다. 위계가 없는 사랑. 간격이 있는 Wed, 23 Apr 2025 13:00:26 GMT 윤타 /@@19J9/1420 /@@19J9/1419 팔십은 너끈히 넘어 보이는 백발의 할머니가 비틀비틀 버스에 오른다. &ldquo;삑~ 잔액이 부족합니다.&rdquo; 할머니가 다시 한번 단말기에 카드를 대 보지만 역시 똑같은 소리가 반복된다. 어떻게 해야 하나 잠시 서서 고민하는 할머니에게 버스 기사 아저씨가 그냥 자리에 앉으시라고 말한다. 버스 기사는 할머니가 제대로 앉는 모습을 확인한 다음 출발한다. 저 버스 기사분이 Tue, 15 Apr 2025 03:21:43 GMT 윤타 /@@19J9/1419 어쨌든 /@@19J9/1418 지하철에서. 지극히 평범한 외모의 한 젊은 여성이 눈에 띄었다. 소박하고 단정한 옷차림에 학생 같은 백팩을 멘 그녀의 오른손에는 검은색 하드케이스 서류가방이 들려 있었다. 도시 하나를 궤멸시킬 수 있는 소형 핵폭탄이 들어 있는 가방을 차지하려고 싸우는 영화(미션 임파서블)에 등장한 그 가방과 똑같이 생겼다. 핵폭탄이 아니라 생화학무기였나. 어쨌든. 꽤나 Fri, 11 Apr 2025 05:10:03 GMT 윤타 /@@19J9/1418 구두점 /@@19J9/1417 비둘기 크기 정도로 보이는 어떤 시커먼 것이 횡단보도의 하얀색 선 위에 널브러져 있다. 유심히 쳐다보니 너덜너덜 해진 남자 구두 밑창이다. 평일 아침 일곱 시 반의 사당역 주변은 출근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어떨 때는 군중의 밀도가 너무 높아 동물이 아니라 의식을 지닌 거대한 액체 덩어리들이 서로 교차하며 이동하는 것 같다. 특히나 횡단보도 앞의 액체 Mon, 07 Apr 2025 05:11:51 GMT 윤타 /@@19J9/1417 수인 5. 내가 보이지 않는 걸까. /@@19J9/1416 내가 보이지 않는 걸까. 평소에 수인은 우측보행을 &lsquo;준수&rsquo;한다.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헌법처럼 철저하게. 수인은 앞에 오는 인간들을 피해 길 오른편에 바짝 붙어 걸어간다. 하지만 그런 수인의 노력은 언제나 실패하고, 단 하루도 빠짐없이 인간들과 부딪히고 만다. 나는 분명 여기에 있는데. 수인은 의문한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길보다 오히려 사람이 거의 없는 Tue, 01 Apr 2025 06:09:36 GMT 윤타 /@@19J9/1416 약속은 지켜져야만 한다. 2 /@@19J9/1415 칭찬받았다. 내 수업을 들었던 학생에게서. 내가 웃긴다고. (아마도 재미있다는). 웃긴데 스스로 웃긴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고. 웃긴 말을 진지한 얼굴로 건조하게 말해서 더 웃긴다고. 칭찬받아 기뻤다. 으쓱으쓱. 그에게 인스타그램에 자랑글을 올리겠다고 말했다. 약속은 지켜져야만 한다. Pacta sunt servanda 팍타 순트 세르반다. 두 번째. Fri, 28 Mar 2025 02:59:33 GMT 윤타 /@@19J9/1415 약속은 지켜져야만 한다. 1 /@@19J9/1414 짐짓 뭔가 중요한 작업을 하는 양 노트북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별 의미 없는 소셜미디어들을 대충 훑으며 교내 카페에 앉아 있었다. 누군가 내게 말을 걸었다. 작년에 내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이었다. 오00. 한00. 다행히 이름을 겨우 기억해 냈다. 둘 다 흔한 이름은 아니어서 쉽게 떠올릴만한데. 기억력이 점점 떨어진다. 둘은 내 수업이 좋았다는 칭찬을 Fri, 28 Mar 2025 02:58:30 GMT 윤타 /@@19J9/1414 수인 4. 어떻게 살았지. /@@19J9/1413 그때 대체 어떻게 살았지. 어떻게 살아남았던 거지. 수인은 담배를 피우다 불현듯 그날이 생각났다. 수인은 그날 집에 있었다. 쨍한 햇볕에 방 안이 환했던 평일의 한낮이었다. 갑자기 담배가 당겼다. 담뱃갑을 집었지만 담배는 한 개비도 남아 있지 않았다. 사러 가야겠다. 지갑에 천 원 한 장. 바지 주머니에는 이백 원이 있었다. 부족하다. 집안 곳곳 돈이 있 Tue, 25 Mar 2025 03:33:38 GMT 윤타 /@@19J9/1413 신기해 /@@19J9/1412 출근 시간 지하철 안. 20대 중후반 정도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괴테의 &lsquo;파우스트&rsquo;를 읽고 있었다. 그것도 &lsquo;종이책&rsquo;으로. 으음. 신기해. 힐끔힐끔 그 남자를 관람했다. (&lsquo;관람&rsquo;이라는 단어가 어쩜 이렇게 딱 들어맞는지) 겉모습은 단정하고 깨끗하다. 그런데 외모에 신경 쓰는 성향은 아닌 듯하다. 그가 지금 걸친 옷차림 그대로 30년 전, 혹은 30년 <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19J9%2Fimage%2FgzyYArgI81JqJkJu6y224jvyjTY.jpg" width="270" /> Wed, 19 Mar 2025 08:00:30 GMT 윤타 /@@19J9/1412 존중 /@@19J9/1411 &lt;인 디 에어&gt;(2009). 제이슨 라이트만 감독. 주인공 &lsquo;라이언 빙햄(조지 클루니)&rsquo;은 1년 322일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해고를 통보하는 일을 한다. 해고 통보를 대행하는 직업이라니. 격리된 좁은 공간에서 자신의 말 한마디에 좌절하고 절망하고 분노를 토해내는 사람들을 바로 눈앞에서 지켜봐야만 하는 일이라니. 끔찍한 직업이다. 라이언은 이 일을 즐기<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19J9%2Fimage%2FLe27S7XAMoXHjiP8Ggsmet4iGAQ.jpeg" width="500" /> Mon, 17 Mar 2025 06:03:02 GMT 윤타 /@@19J9/1411 단편. 수인 3. - 그르렁대며 /@@19J9/1410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가만히 서 있는데 아무런 움직임 없이 그저 살아남기 위해 숨만 쉬고 있을 뿐인데 이 세상이 모든 인간들이 그런 나를 밀치고 노려보고 부드럽게 보이지만 가시 돋친 말을 던지고 그르렁대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가만히 서 있는데, 아무런 움직임 없이 그저 살아남기 위해 숨만 쉬고 있을 뿐인데, 이 세상이, 모든 인간들이, 그런 나를 밀 Tue, 11 Mar 2025 04:52:20 GMT 윤타 /@@19J9/1410 맑은 물 같은 영화 /@@19J9/1409 &lt;바그다드 카페&gt;(1987) 퍼시 아들론 감독. 이 영화를 이제서야 보게 되었다. &lsquo;Calling You&rsquo;라는 주제곡은 알고 있었다. 개봉 당시에는 이 노래가 밤늦은 시간의 라디오에서도, 가끔 들르던 카페나 술집에서도 자주 흘러나왔다. 음악 마니아였던 과 친구는 이 노래를 무척 좋아했다. 나한테 이 노래를 들려주며 제베타 스틸의 목소리에 폭 빠져든 Mon, 10 Mar 2025 01:57:15 GMT 윤타 /@@19J9/1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