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혜이 /@@4fq 인류연재. 취미는 문장, 마음대로 씁니다. ko Thu, 12 Jun 2025 10:01:24 GMT Kakao Brunch 인류연재. 취미는 문장, 마음대로 씁니다. //img1.daumcdn.net/thumb/C100x10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fq%2Fimage%2FrgGay0O8dG_wCnCRvID-otUFkEs.jpeg /@@4fq 100 100 여행과 불안 /@@4fq/555 아침 6시 30분. 방바닥에 엎어져 우는 스마트폰 알람 소리를 뚫고 우리 심장을 덜컥 내려앉게 만드는, 엄마! 나, 늦었어! 고함. 눈부시게 집안으로 내리치는 아침 흰 빛 아래, 중학생이 열린 안방 문 앞에 똑바로 서서 어쩔 줄을 모른다. 이게 무슨 일인지 나는 알지. 덮고 있던 이불을 한 손으로 걷어 치우고 침대에서 내려와 껄껄 웃으며 우리보다 더<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s%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fq%2Fimage%2FElL_mx79tLWfmSbNRD86XQBhCr8" width="500" /> Tue, 10 Jun 2025 21:23:04 GMT 준혜이 /@@4fq/555 동네와 달리기 /@@4fq/554 일요일 오후 동네 초등학교 앞, 운동복에 운동화 차림으로 시원한 형형색색 여름 사람 물결. 걷기보다 기기에 익숙해 보이는 아기부터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어르신까지 모두 5km를 달리거나 걸을 준비가 되어 있다. 아니, 아기는 아기끼리 한데 모여 단거리를 우리보다 먼저, 식전행사 차원으로, 달린다. 자신들을 향한 낯선 이들의 환호와 박수에 어리둥절해<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s%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fq%2Fimage%2FHTqqKf2sSs9vbkcPu6xJgDHSeCo" width="500" /> Wed, 04 Jun 2025 20:33:52 GMT 준혜이 /@@4fq/554 어리광과 영어 /@@4fq/553 이제 더는 영어 수업에 가지 않아도 된다.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았지만 아주 오랜만에 맛본 이 소속감을 잃고 싶지 않아. 하지만 그 마음을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진 않고.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차례대로 화이트보드 앞에 불러 세워 수료증을 나눠 주면서 선생님이 한 마디씩 건넨다. 같이 공부하는 동안 우리가 서로에게 발휘했던 따뜻한 인간성에 관한 얘기가 <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s%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fq%2Fimage%2FSV5cH637HM6eXc90rXxUIFEO5Fo" width="500" /> Sat, 31 May 2025 14:32:37 GMT 준혜이 /@@4fq/553 보이스 피싱과 염소 /@@4fq/552 중학생을 태권도장으로 데려다줄 시간이 다 된 월요일 오후, 처음 보는 전화번호 아래로 워싱턴 DC가 함께 적혀 스마트폰 화면 위로 떠올라. 소파에 앉아 얼마 전 새로 설정해 놓은 소년 목소리 벨소리에 웃기만 하고 전화는 받지 않는다. 곧바로 다시 같은 번호로 미야오 미야오 소년 목소리가 울리고, 누구지, 이번엔 전화를 받는다. 그리고 워싱턴 한국 대<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s%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fq%2Fimage%2FGqkSzZadlVO3obTIhRCLOgD-jpo" width="500" /> Fri, 23 May 2025 22:20:20 GMT 준혜이 /@@4fq/552 새 도서관과 미래 /@@4fq/551 새로 완공된 동네 도서관 개관식에 모인 독서 모임 사람들과 웃는 얼굴로 가볍게 포옹한다. 우린 매주 온라인으로 만나 차례대로 돌아가며 일정 분량의 책을 소리 내어 읽는 사이다. 요즘은 몇 달째 가재가 노래하는 곳, Where the crawdads sing을 함께 읽고 있다. 오래전에 이미 책을 다 읽은 사람도, 영화를 본 사람도, 이렇게 서로의 목<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s%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fq%2Fimage%2FKv56T4vHvpoXHk7tQZP9DeTYeXw" width="500" /> Tue, 20 May 2025 11:13:17 GMT 준혜이 /@@4fq/551 작별하면서와 영어 /@@4fq/550 영어 수업이 2주밖에 남지 않았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손바닥만 한 하얀 메모지를 나누어주면서 함께 공부해 온 서로에게 한 마디씩 벌써 적으라고 한다. 마지막 수업날 허겁지겁 해치우는 작별인사는 싫어, 지금부터 천천히 한 명씩 공들인 문장으로 안심하며 헤어지자. 이런 이유로 우리가 서로에게 할 말을 종이에 쓰기 전에 나눠야 할 대화 주제로 화이트보드에<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s%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fq%2Fimage%2FgmyQ0QQyzbuIDZMpuqEK2X2V-38" width="500" /> Thu, 15 May 2025 21:22:48 GMT 준혜이 /@@4fq/550 그루터기와 공백 /@@4fq/549 이제 우리 집 앞뜰엔 나무 그루터기만이 새로 생긴 흉터로 남는다. 적어도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 자리를 위아래로 다 차지하고 자라왔을 소나무를 무너뜨리는 건 다섯 남자의 한 시간 반이면 충분해. 성장과 파괴에 드는 각각의 시간과 자원과 비용에 대해 어디서부터 어떻게 계산해야 이 죄책감이 조금이나마 덜어질까 하다, 우리의 미래가 악천후에 언제 쓰<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s%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fq%2Fimage%2F8YGdGTULqILwTHWZ9BLsg51psJ4" width="500" /> Fri, 09 May 2025 22:30:18 GMT 준혜이 /@@4fq/549 제한 시간과 달리기 /@@4fq/547 중학생이 태권도장에서 팔다리를 절도 있게 공중에다 휘휘 저을 때, 뉘엿뉘엿 해 질 녘 집 쪽을 향해 달린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단 한 시간. 태권도를 먼저 다 마친 중학생이 날 기다리게 하긴 싫어, 이 길을 달리는 마음은 늘 조급해서 평소보다 짧은 시간 동안 더 먼 거리를 달리게 된다. 이건 마치 우리가 저지른 인생에 대한 책임감으로부터 잠시 도<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s%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fq%2Fimage%2F8UcH1HjnUXOm0x00tA2Z6sQZ3jc" width="500" /> Fri, 02 May 2025 23:18:38 GMT 준혜이 /@@4fq/547 알고 보니 와 개새끼 /@@4fq/546 '나는 항상 상대의 잘못을 탓하기보다는 책임을 지는 쪽을 선호합니다. 나 자신을 희생자로 보는 게 정말 싫어요. 차라리 뭐랄까, 내가 이 사람과 사랑에 빠지기를 선택했는데 알고 보니 개새끼였어, 이렇게 말하는 게 나아요. 그건 '내가 한' 선택이었으니까요.' - 은희경, 아가씨 유정도 하지 밤은 이미 자정을 지나 내일로 깊어져만 가는데. 온 <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s%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fq%2Fimage%2F980ICIkgm33PjVL7jVp3lJ72YGg.jpg" width="500" /> Mon, 28 Apr 2025 11:47:29 GMT 준혜이 /@@4fq/546 벌목과 트롤 /@@4fq/545 앞뜰에 건물 4층 높이로 솟구쳐 자라는 소나무는 거센 바람이 좀 분다 싶으면 땅바닥으로 어김없이 슬쩍 나뭇가지를 떨군다. 내 키만 한 길이와 몸집만 한 굵기의 소나무 가지가 집 앞에 쓰러져 누운 그 모습은 바라만 보아도 위험한 솔내. 그럴 리 없지만 아무래도 그 추락의 빈도가 날이 갈수록 잦아지는 것만 같아, 스산한 날씨 속에 벌목을 다짐하는 마음 <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s%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fq%2Fimage%2F36OKQUe_nNrN4kkv51QN6-oDwrg" width="500" /> Sat, 26 Apr 2025 16:34:23 GMT 준혜이 /@@4fq/545 이력서와 잠수부 /@@4fq/544 잘 모르겠어요. 전 영어 동사 시제에 대해 더, 아주 자세히 배우고 싶습니다. 몇 주 남지 않은 수업시간 동안 우리가 배워야 할 영어 기술은 커리큘럼대로라면 이력서 쓰기. 선생님은 교실에 모인 학생들에게 손바닥만 한 흰 종이를 한 장씩 느릿느릿 나눠주면서 이 수업 과정에 관한 우리의 의견과 요구사항을 적어달라고 한다. 종이 위로 흔들리는 글씨로 된 <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s%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fq%2Fimage%2F_GmWBmm3XAoA6ijhjbq3H0rvIxw" width="500" /> Fri, 18 Apr 2025 13:42:51 GMT 준혜이 /@@4fq/544 42.195와 다시 /@@4fq/543 식구들이 모두 잠들어 있는 새벽 다섯 시 반,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듯이 몰래 집 나가는 엄마처럼 차를 몰고 마라톤 대회장으로 간다. 뉴햄프셔 어느 공원으로 향하는 고속도로 위에서 사이드미러 안으로, 룸미러 속에서 습한 어둠을 가르는 보랏빛을 시작으로 분홍빛을 거쳐 주황빛으로 서서히 운동하는 아침 하늘을, 운전대를 꼭 붙들고 훔쳐본다. <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s%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fq%2Fimage%2F5F2bmvc5HLTIPPQ6OyMnH6tvB0Y.jpg" width="500" /> Mon, 07 Apr 2025 15:36:48 GMT 준혜이 /@@4fq/543 코스트코와 신호등 /@@4fq/542 집에서 차로 7분 거리에 코스트코가 새로 생겼다. 중노동 쇼핑을 미련 없이 마무리하는 의식처럼 푸드 코트에서 따뜻하게 데워 파는 어른 손바닥만 한 초콜릿 쿠키 두 개를 산 다음 빈 조수석에 태운다. 그러면 집에 도착해서도 차게 식지 않은 그 온기를 쿠키 봉투 쥔 손으로 느낄 수가 있고 아니, 이런 소비를 반복할수록 우리 사이는 격 없이 서로 가까워지<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s%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fq%2Fimage%2Fukax38C_caydoODc3k_putLAlk4.jpg" width="500" /> Thu, 03 Apr 2025 18:15:16 GMT 준혜이 /@@4fq/542 환자와 달리기 /@@4fq/541 감기 걸린 소년이 학교에 가지 못한 지난 한 주, 나 역시 일상생활을 다급히 모두 멈춘 채 그 옆에 누워 두 겹이불을 덮고 밤낮으로 자다 깨다를 반복한다. 해열제로 기운 차린 볼 빨간 소년이 책상 의자에 앉아 로블록스에 열을 올려 몰두하는 동안에는 계속해서 너, 내일은 학교 갈 수 있겠다, 주문을 외워. 그러다 결국엔 병원에 전화해, 애가 아파요. <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s%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fq%2Fimage%2FXPp01vCMEw6k5X_-3-xac0SlWgE" width="500" /> Wed, 02 Apr 2025 15:53:32 GMT 준혜이 /@@4fq/541 발음과 이름 /@@4fq/540 단 한 번이라도 소리 내어 말해본 적 있거나 적어도 속으로 한 번쯤은 떠올려 본 모국어의 모든 단어마다엔 사전적 정의 말고도 그 말이 나온 순간의 분위기나 그 뜻과 의도를 주고받을 사람과의 관계와 같이 사적인 정보가 오래된 유적의 흠 없는 유물처럼 묻혀 있다. 그래서인지 여전히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란 말은 Sorry, Thank you, Love<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s%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fq%2Fimage%2FuIjnlfyzscgodvULIFjd4GTv5z8" width="500" /> Tue, 25 Mar 2025 15:42:24 GMT 준혜이 /@@4fq/540 라마단과 초대 /@@4fq/539 Iftar 이슬람교도의 단식 월인 라마단 기간 중 해가 진 이후에 하루의 단식을 마무리하며 먹는 저녁- 네이버 영어 사전 저녁 6시 52분. 아랍어로 된 기도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나다의 집에 모인 사람들이 부엌과 거실에 자리 잡고 앉아 나다의 남편으로부터 야자 대추 하나와 반쯤 찬 플라스틱 물잔을 다소곳이 건네받는다. 그 뒤로 식탁 위에 <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s%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fq%2Fimage%2FkAmdMwQtfnMhuT_85B_EgWASMCg" width="500" /> Sat, 15 Mar 2025 03:38:24 GMT 준혜이 /@@4fq/539 풋살과 굿즈 /@@4fq/538 지난겨울 남편은 동네 십 세 유소년, 소녀 풋살 리그를 창단해 금요일 저녁마다 네 팀의 아이들을 초등학교 체육관에 모아놓고 시합을 붙였다. 각 팀 코치는 그 팀 소속 한 아이 아빠고 그러니까 이 리그는 아이들을 위한 부모들의 적극적인 자원봉사인 셈이다. 여자애와 남자애, 공을 처음 차보는 아이들과 축구 잘하기로 이름난 아이들로 공평하게 한 팀 한 팀<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s%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fq%2Fimage%2F_sEbpBPJSupkhe-g1JlSBSVeo_g.jpg" width="500" /> Wed, 12 Mar 2025 02:10:14 GMT 준혜이 /@@4fq/538 날씨와 달리기 /@@4fq/537 독서 모임 선생님이 내게 묻는다. 준, 너 이렇게 흐린 날씨에도 나가서 뛰니? 네. 사실 그날은 뛰러 나갈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네, 하고 린에게 대답해 버린 순간 나는, 달리기를 싫어하는 사람이 신기하게 바라보며 응원해 주는 사람이 되었으므로 다른 날보다 더 오랫동안 먼 거리를 달려본다. 오늘 날씨 이래 봬도 봄에 가까워. 린이 해준 말에 기대어<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s%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fq%2Fimage%2Fo286xI_Xtu_zSs2G5bLXvgG-qMI" width="500" /> Sat, 08 Mar 2025 21:48:15 GMT 준혜이 /@@4fq/537 달리기와 울기 /@@4fq/536 모처럼 운동화를 신고 집 밖으로 나서는 마음이 가볍다. 날씨는 여전히 얇은 종이에 무수히 베이는 듯한 통증을 맨얼굴과 손등에 선사하지만. 서서히 속도를 높여 달리면서, 어제 스키장에서 스키부츠를 벗자마자 발밑을 타고 빠르게 올라오던 무게로부터의 해방감을 떠올린다. 비교적 쉬운 통제와 숙달하기까지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통제가 벌어지는 평지와 비탈의 <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s%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fq%2Fimage%2FUDRc8iL1Ap28xhmTcWV4EP8Cywo" width="500" /> Tue, 04 Mar 2025 01:40:20 GMT 준혜이 /@@4fq/536 스키와 시시비비 /@@4fq/535 한 스노 보더가 내 뒤로 파도처럼 밀려와 부딪치더니 내 위로 자신의 몸을 와락 다 쏟으며 넘어진다. 종이가 구겨지는 듯한 충격을 오롯이 홀로 감당하는 순간엔 원래 눈이 저절로 감기는 건지 눈에 뵈는 게 없고. 다만 스키복 부스럭 거리는 소리, 어둠 속으로 굴러 떨어지는 감각과 다른 사람 팔이 몸 안 쪽으로 숙여진 내 고개를 휘감는 느낌만이 여태 남아있<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s%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fq%2Fimage%2FWsvXJC0o3D6byCdW_FMKznPaYWw" width="500" /> Sun, 02 Mar 2025 21:40:18 GMT 준혜이 /@@4fq/535